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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칼럼] 이재명에 대한 오해

 

1.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는 무엇이 필요할까. 논리적 호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영혼의 말굽쇠를 떨리게 하는 무엇, 그렇게 함께 울고 웃게 만드는 공감의 파토스가 더 중요하다.

 

냉정하다, 과하게 성과 지향적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그런 평가가 많다. 맞는 면이 있다고 본다. 반드시 나쁜 것만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유권자가 국가 최고 지도자에게 위임한 권한을 속 시원하게 행사하는 모습. 그렇게 쾌도난마 막힌 속 뚫어주는 정치를 본 기억이 얼마나 까마득한가. 그러니 오히려 국민들이 바라는 측면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진짜로 이재명은 차가운 사람인가. 나도 그런 인상이 있었다. 하지만 올봄 유세 때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그가 저잣거리에서 유권자들 만나는 모습을 유심히 봤다. 무작위로 나누는 즉석 대화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솔직한 평소 태도가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금 놀랐다. 청문회장이나 기자회견장과는 달랐다. 마음과 눈이 서로 마주치는 현장에서 그의 대화는 논리적 접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스로를 활짝 여는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한 사람이었다. 평소의 이미지 너머에 다른 무엇이 있었던 게다. 이 남자는 의외로 눈물이 많고 섬세한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가장 결정적 변화는 『인간 이재명』이란 책을 완독하고 나서였다. 특히 그의 소년공 시절과 사춘기 시절을 읽으면서 여러 번 책장을 덮고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온종일 남의 밭에서 품 파는 엄마를 돕다가 빠진 초등학교 때 미화작업. 그 때문에 못된 선생에게 뺨을 스물일곱 대나 맞은 어린 재명. 진학은 언감생심, 초등 졸업 후 바로 공장에 다녀야 할 정도로 지독했던 가난. 사방이 밀폐된 시계공장 도금실에서 독한 화공약품 때문에 마침내 한쪽 코의 후각을 잃었다.

 

그 대목들을 읽으면서 왜 그리 마음이 아팠을까. 그것은 내가 온몸으로 통과한 가난 또한 이재명의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혹독했기 때문일 게다. 찌르는 듯한 감정전이를 느꼈던 게다.

 

대학까지 다녀봤으나 현실 앞에 허물어진 후 성남 상대원시장 청소부가 된 이재명의 아버지. 가족이 살 집 한 칸 장만하겠다는 목표로 그렇게 구두쇠가 된 사람. 열세 살 어린 자식을 공장으로 내몬 이야기 위에 누군가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평생을 무골호인으로 살았으나 가족에게는 무능했던 나의 아버지 말이다. 출발 당일 날 아침에야 겨우 돈을 빌려 수학여행에 따라나선 초등 6학년의 봄. 등록금 내지 못해 학교를 결석하고, 옥상 장독대 위에서 망연히 바라보던 고등학교 시절 눈 시린 가을 하늘이 떠오른 것이다.

 

2.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통과한 인생 앞에 정직해진다. 12월 8일 이재명은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을 거둔 김용균 씨의 3주기 추모사진전을 찾았다. 고인의 어머니를 만나고 수원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한 김태규 씨 누나를 만났다.

 

누나가 이렇게 울먹였다. “제발 사람 살릴 수 있는 법으로 만들도록 꼭 함께 해주세요. 약속해주세요”. 이재명은 그 손을 꼭 잡으며 “그럼요. 제 몸에 박혀있지 않습니까”라고 답을 했다. 소년공 시절 프레스기에 낀 왼쪽 팔의 영구장애를 말하는 것이었으리라.

 

나는 그의 말이 노동 현장에서 자식과 남편과 아비를 잃거나 다친 이 땅의 모든 가족에게 던지는 약속으로 들렸다. 그것이 육체든 지식이든 제 가진 전부를 팔아야만 가족을 먹일 수 있는, 이 땅의 모든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소년공 출신의 서늘한 맹세로 들렸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풍경만이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그러므로 나는 『인간 이재명』이 좀 더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천지를 왕왕대는 기득권 언론의 흑색선전이 왜곡시킨 이재명의 인간적 진면목이 드러났으면 한다.

 

나 스스로가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설치한 악질적 올무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사람의 있는 그대로 본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당 120시간의 가혹 노동을 감히 입에 담고, 없이 사는 이는 부정식품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통 기득권자. 공사현장의 참혹한 죽음을 노동자 자신의 부주의 탓으로 몰아가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하는 인물. 끝내는 사람다운 삶의 마지막 보루인 52시간 노동제와 최저임금제 철폐까지 내세우는 전직 정치검찰 출신이 차기 대통령을 다투는 세상이다.

 

바로 이재명이 홀로 몸을 던져 그 장벽을 돌파해 나왔다.

 

강자와 약자가 공정한 룰 아래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 자선이나 요행이 아니라 제도를 통해 출발선에서 뒤처진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공동체. 재산과 성별과 취향의 차별을 부수고 사람이면 누구나 참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곳.

 

그런 세상이 오기를 희망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그렇게 얻은 뭉근한 감동으로 주위 분들께 책을 빌려주시기 바란다. 손때 묻은 책이 돌고 돌아 이 나라 구석구석까지 닿는 날, 이재명은 새로운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선동도 왜곡도 아닌 본질 그대로 100퍼센트 이재명의 모습으로 유권자 앞에 설 것이다.

 

대선이 3개월 남았다. 함께 얻은 단단한 희망으로 그날,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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