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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지역 ‘보복대행 범죄’ 확산…사적 보복 원천 차단을

‘무질서 폭력사회’ 길목 여는 범죄, 발본색원으로 싹 잘라야

  • 등록 2026.03.10 06:00:00
  • 15면

최근 경기지역에서 금전을 받고 타인의 집이나 재산을 훼손하는 이른바 ‘보복대행’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온라인 메신저와 익명 플랫폼을 통해 의뢰와 실행이 이뤄지는 새로운 범죄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은 오물 투척, 낙서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지만 방치할 경우 끔찍한 ‘무질서 폭력사회’로 가는 길목이 열릴 수 있어 싹을 강력하게 자르는 발본색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 등에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사적 보복 대행을 알선하는 게시글들이 쉽게 나타나고 있다. 게시글은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의뢰인의 원한을 풀어주겠다’며 직장 동료 및 지인을 상대로 하는 ‘이미지 타격’, ‘사고 위장 신체 손상’, ‘범죄 혐의 뒤집어씌우기’ 등 각종 범죄 의뢰를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을 통한 보복 대행 범죄는 이미 경기지역 곳곳에서 발생,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는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화성 동탄에서 돈을 받는 대가로 특정인의 아파트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고 래커로 낙서를 하는 등 보복성 범행을 저지른 20대가 붙잡혀 검찰에 송치됐다. 피의자는 온라인을 통해 범행을 의뢰받은 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군포에서도 20대 남성이 군포시 한 다세대주택에 침입해 현관문에 빨간색 래커로 낙서를 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박 유인물 10여 장을 붙인 혐의로 검거됐다. 혐의자는 텔레그램 등 온라인 채널에서 이른바 ‘흥신소 일거리’를 찾다가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의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평택에서도 지난해 12월 유사한 과정을 거쳐 피해자의 집 현관문에 된장과 물엿 등을 섞은 이물질을 뿌리고 명예훼손성 유인물을 붙인 혐의로 40대를 구속하고 30대 공범 2명을 불구속 입건한 사건이 뒤늦게 전해졌다. 


경찰은 보복대행 범죄가 개인 간 분쟁이나 채무 갈등 등 사적 보복을 대신 수행하는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는 실행자와 의뢰인이 서로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 범행 추적이 쉽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지금처럼 가벼운 범죄에 그치지 않고 주거침입 등 경범죄를 넘어서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사회적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사건에서는 범행 지시자와 실행자 외에도 중개 역할을 하는 인물이 개입하는 등 조직적인 형태를 보이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간단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특히 과거 흥신소나 사설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뤄지던 보복 행위가 최근에는 SNS와 메신저 등 온라인 익명성 뒤에 숨어서 쉽게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게 경찰청 관계자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등 ‘보복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적 보복을 지시한 윗선을 잡지 못하면서 주거침입, 재물손괴, 명예훼손 혐의에 그치고 있다. 


구직에 목마른 청년층 일부가 이를 단순 아르바이트로 인식하고 범행에 가담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낙서 알바’, ‘심부름 일자리’ 등의 이름으로 범행 실행자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익명성, 사회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위장 거래 등 함정수사 대상에 편입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치안 문제에 관한 한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매우 안전한 국가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온라인 메신저와 익명 플랫폼을 이용한 보복대행 범죄는 여차하면 우리 공동체를 사적 보복이 횡행하는 야만적 사회로 추락시킬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시발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 국가사회의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환경변화로 인식하여 강력히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격언을 상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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