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에는 ‘지리소’라는 인물이 나온다. “어깨는 정수리보다 높고 두 넓적다리는 겨드랑이에 달렸다”고 할 만큼 온몸이 뒤틀려 있는 장애인었다. 그 덕에 그는 부역이나 징집에도 면제됐고, 나라에서 병자에게 주는 곡식과 땔나무를 받았다. 게다가 바느질과 빨래질을 잘하고 성실해 일감을 많이 얻어 가족 열 명을 족히 먹여 살릴 수 있었다. “자신의 외모가 형편없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삶의 쓸모에 충실할 수 있었다”라고 장자는 일갈한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금수저는 부유하거나 권력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을 상징하는 말이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것은 행운이지만, 불행의 씨앗일 때도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도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성취를 기대하게 된다. 자녀가 부모만큼 되지 못하면 자격지심을 느낀다. 우리의 사회문화는 특히 자녀의 성공을 부모의 체면과 연결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부유하거나 권력있는 사람들은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 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려 한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
나는 카페인 중독자다. 커피를 마셨을 때의 팽팽한 느낌은 환희다. 더 이상 졸음이 오지 않는 것.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는 영상 2℃ 같은 신선한 이성. 그 아삭한 긴장이 좋다. 늙은 염소가 먹고 정력이 세졌다는 악마의 열매. 그것만이 나른한 정신을 깨울 수 있다. 카페인과의 첫 만남은 커피믹스였다. 커피와 프림, 설탕이 혼합된 느른하고 달짝지근한 가루. 그 맛에 이름을 붙인다면 ‘너에게 녹아드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달고 부드럽고 조금은 싱거운 귀한 맛. 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맛. 혀에 감겨 속삭이는 맛에 나는 위로를 받았다. 그건 특별하고 서구적이며 우아하고 세련된 맛이었다. 하지만 원두커피가 일반화 되면서 그것은 흔한 맛이 돼 버렸다. 필립스 커피 메이커가 커피믹스를 촌스런 맛으로 밀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기게 된 커피믹스는 과거의 애인으로 밀려버렸다. 누구나 아는 맛은 더는 나를 흥분시키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게 있어서 흔해진다는 것은,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게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커피를 사랑하는 방식은 늘 중독이었다. 대체불가능. 그것이 아니면 견딜 수 없는 그 무엇.…
갈수록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수준과 게임 의존도가 심각하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1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9~17세 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 수준에서 고위험군으로 5.8%, 잠재적 위험군으로 27.9%, 일반 사용자군으로 66.3%로 나타나, 약 34%가 중독성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러한 수치는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고위험군 3.6%, 잠재적위험군 26.7%의 합으로 계산된 과의존 위험군 비율 약 30% 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아동의 특성별로 살펴보면, 고위험군과 잠재적 위험군의 비율의 합으로 계산되는 과의존 위험군은 남자아동일수록, 12-17세 아동일수록, 수급가구의 아동일수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한부모 및 조손가구의 아동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아동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우 농어촌에 거주하는 아동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보다 낮게 나타났다. 또한, 9-17세 아동의 문제적 게임 이용 여부를 살펴본 결과, 문제적 게임 이용군은 전체 아동의 16.7%로 나타난다. 아동 특성별로 보면, 남자 아동일수록, 수급
유배일기 /허수경 안개의 쓸쓸한 살 속에 어깨를 담그네 유배지의 등불 젖은 가슴에 기대면 젊은 새벽은 이다지도 불편하고 뿌리 뽑힌 꿈의 신경이 막막한 어둠 속에서 부서지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가장 그리워 쫓아낸 자의 어머니가 될 때까지 이 목숨 빨아 희가 입을 때까지 - 허수경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 실천문학사·1988 허수경(1964∼2018)의 ‘유배일기’는 실존적 현실이 아니라심리적 현실에서 재현된다. 첫 시집(1988년)에 실린 그의 내면은 자발적 유배성의 시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유배지는 ‘낙향’의 의미를 내포하므로, 나의 ‘꿈’은, 나의 현실보다 좀 더 어려운 거처로 퇴거됨을 암시한다. 나는 왜 나의 꿈과 분리되어야 하는가. 꿈의 잉태에 기준으로,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동거할 수 없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주체는 ‘유배’의 결단을 내릴 만큼 ‘대(大)소명’을 받은 자이다. 운명처럼. 나와 나의 꿈은 분리되는 고독감을 감수한다. 하지만 나로부터 이주한 나의 꿈은 &l…
소유하고 있는 건물을 팔게 되면 세금이 따라온다. 구입 시 가격보다 오른 가격으로 매도를 하게 되면 양도차익이 발생한다. 양도차익은 오른 가격에서 필요경비를 공제해 계산하며 여기에 최고 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와 250만 원의 기본공제를 하여 과세표준을 구한다.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계산한 산출세액을 양도소득세로 내야한다. 부동산에 대한 개량·확장·증설 등의 자본적 지출은 필요경비로 인정돼 공제 받을 수 있다. 중개비, 세무사비용, 법무사비용, 당해재산 취득과 관련한 소송비용, 재산 취득시 낸 부가가치세, 매수자 부담의 양도소득세 등은 양도비로서 필요경비로 인정 된다. 양도소득세 필요경비를 인정 받기 위해서는 세금계산서, 신용카드영수증 등 정규 거래증빙이 필요하므로 관련 증빙을 잘 보관해야 한다. 만일 오래전에 취득해서 부동산의 취득이나 신축가액을 알 수 없는 경우 환산 취득가액으로 신고할 수 있다. 이때 필요경비는 환산취득가액과 취득당시 기준시가의 일정비율(3%)을 필요경비에 반영하게 된다. 건물에 감가상각비를 계상 한다면 건물 보유 중에는 법인세나 소득세를 줄일 수 있지만, 매각할 때 내야하는 양도소득세는 더 많이 나오게 된다.
경기도 남·북한 접경지역과 서해연안을 생산·소비·교육·레저 복합도시로 육성하자는 제안이 눈길을 끈다. 1년전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언급된 ‘서해경제공동특구(서해특구)’를 개성공단 모델을 넘어 한반도 ‘메가 리전(Mega-region)’의 중추 거점으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미래 남북 경제통합의 실험장으로 만들자는 큰 그림으로 읽힌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를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라 부른다. 또 인구 1천만 명 이상의 도시를 메가시티(megacity)라 칭하고 이들 대도시들이 띠 모양으로 모여 이룬 지역을 ‘메가 리전(mega-region)’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메가 리전은 ‘서울-경기’와 ‘울산-부산’ 등 두 지역이다. ‘서해 특구’는 이정훈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달 초 발표한 ‘한반도 경제권의 중핵 서해경제 공동특구 구상’에서 제안했다.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위원은 서해 남북한 접경지역이 고려와 조선의 수도인 개경과 한양의 방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며 세계와 교류하는 관문 등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중추지대 역할을 담당했다고 깅조한다. 이어 현재에는 풍부한 자연·생태를 바탕으로 산업과 인구 성장 잠
“기본적인 안전장치 없는 스쿨존 지정은 유명무실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재호(고양을) 의원이 한 말이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 정 의원은 지난 3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은 19명(2016년 8명, 2017년 8명, 2018 3명), 부상은 1천470명(2016년 510명, 2017년 487명, 2018년 473건)에 달했다고 한다. 연도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6년 480건, 2017년 479건, 2018년 534건이었다. 경기도내에서도 최근 3년간 총 292건의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 5명이 사망하고 303명이 부상했다. 이처럼 매년 500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죽거나 다치고 있다. 2019년 7월 기준으로 전국의 어린이 보호구역은 1만6천789곳이다. 그런데 무인 단속 장비는 789대 밖에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설치율이 고작 4.7%인 것이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행안부와 유관기관이 단속장비 설치필요 지역 3천194곳을 선정, 올 연말까지 250여 곳에 단속장비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의 지적처럼 기본적인 안전장치 없는 스쿨존 지
중국의 대 혼란기에 정권을 잡은 등소평은 흑묘백묘 론을 주창하며 개혁과 개방의 경제 정책을 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인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하고 과감히 자본주의 경제 원리를 도입하고 주적으로 여겼던 미국과 수교를 하고 침체된 시장을 건져내어 경제대국의 문턱에 들어서는 기반을 조성했다. 등소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요한 대외정책을 발표 했는데 도광양회(韜光養誨) 즉 빛을 감추고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속에서 은밀히 힘을 길러야 한다는 뜻으로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국력이 강해질 때까지 침묵을 지키면서 힘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등소평을 일컬어 혜안이 있는 지도자라 칭했다. 그의 경제정책에 대한 개방을 두고 진짜 애국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실천한 훌륭한 지도자로 여겨지고 있다. 당시의 중국의 분위기속에서 숙청을 무릎 쓴 위험한 시도였으나 오로지 인민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런 정책을 펼 수 있었고 등소평 이후 중국은 도광양회의 유훈을 잘 지켜 왔으며 그로 인해 조용하게 키워온 힘은 G2의 기반을 닦은 밑거름이 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짜뉴스와 인터넷저널리즘 위기진단’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고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전 세계가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스마트폰과 쇼셜미디어의 대중화가 확산되면서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국내에도 세월호 참사, 일본군 성폭력피해자, 조국 법무부장관 의혹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들이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잘못된 언론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는 사회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짜뉴스가 나돌 때마다 생산자와 유포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그동안 꾸준히 확산돼왔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박광온 의원)가 가짜 뉴스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내기로 한 것이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방치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박광온 특위 위원장온 1일 국회에서 ‘
수원화성문화제가 고심끝에 축소 운영하기로 가닥을 잡고 3일 개막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경기도내 행사 대부분이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수십 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 격년으로 치러지던 세계적 축제인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도 직전에 취소를 결정한 상황이니 오죽할까. ‘축소’와 ‘취소’ 사이에서 ‘깊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도내에서 ASF 확진이 결정된 후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과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었던 흔적은 SNS 등 여러 곳에서 묻어났다. 특히 염 시장은 행사 개최 직전까지 ‘고민 중에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고민의 중심에는 시민경제 활성화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화려하고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과 ‘개막공연’을 취소했다는 점이 그 증거다. 외형보다 내실을 추구해온 염 시장의 평소 정치철학이 담긴 결정이라는데 다른 의견이 없는 까닭이다. 밖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시민을 중심에 두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지방정부주의자, 염 시장의 결정이 돋보인다. 제56회 수원화성문화제의 주제는 ‘인인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