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MBTI가 유행하면서 대화상대의 MBTI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MBTI,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 1962)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성격 유형 검사로, 4가지 척도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한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E(외향)-I(내향), S(감각)-N(직관), T(사고)-F(감정), J(판단)-P(인식)로 이루어진 4가지 선호지표로 조합된 MBTI의 성격유형은 16가지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인간의 대인관계, 정보처리, 의사결정,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중, 사고형(Thinking)과 감정형(Feeling) 유형의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한다면 어떤 대화양상이 나타날지 생각해보자. 연구에 의하면 사고형과 감정형은 개인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설명한다. 사고형은 논리와 객관적인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며, 분석적 사고로, 의사결정을 한다. 반면, 감정형은 공감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며, 상황적인 특성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두 유형의 대화에는 접근방식의 차이가 있다. 가령, 아는 지인에게 풀기 어려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고형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급격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을 우려하고 있는 지역들과 달리 화성특례시에서는 최근 빠른 인구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에 인구 100만 명을 돌파, 특례시가 됐다.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2015~2025년 전국 지자체 인구 및 예산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화성시 인구는 11년 간 79.1%나 증가했다. 출생율은 수도권 평균 0.59명보다 높은 0.72명이나 된다. 지난해 화성시의 출생아 수는 7200명으로 전년도의 6714명보다 500명 가까이 늘어났다. 2년 연속 전국 기초지방정부 출생아 수 1위다. 일자리가 넉넉하고 살기가 좋으면 사람이 모이고 출산도 증가한다는 말은 맞았다. 화성시에는 대규모 산업단지와 크고 작은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GTX-A, SRT 등 교통과 생활기반이 확충되고 있다. 화성시엔 경기도 기초지방정부 가운데 사업체 수가 가장 많다. 12만1189개나 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등 대기업도 자리하고 있다. 제조업체 수 전국 1위, 지역 내 총생산(GRDP) 95조1507억 원(2022년 기준) 전국 1위다. 이 같은 인구 증가에 알맞은 행정 수요 확대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방의원도
이제 블록버스터의 시대는 끝이 났다. 천만 관객 운운은 쥬라기 월드 시대에나 가능한 꼴이 됐다. 물론 세계 영화계를 얘기하는 것, 특히 할리우드 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할리우드는 여전히 할리우드이며 유럽은 여전히 유럽이다. 그들의 극장 문화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하게 복귀했다. 한국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때에 비해 시장을 50~60% 복구 선까지 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1년 관객 수는 2019년 2억 2667만 명으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코로나 시기를 경유한 현재 올해 상반기는 4492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이라면 올 한 해는 1억 명을 넘지 못하게 된다. 이건 꼭 국산 상업영화가 극심하게 부족해서만도 아니다. 국내 극장가에는 국산 영화로는 현재 ‘여름이 지나가면’ ‘봄밤’ 등 독립영화나 저예산 상업영화들로만 채워져 있다. 모두 5천 명 정도의 관객들을 모았다. 애초 규모의 경제학이 실현될 수 없다. 또 한편으로 흑묘백묘 전술도 안 먹히고 있다. 한국 영화가 안되면 할리우드 영화들이 잘돼 줘야 한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되지 않는다. ‘F1 더 무비’는 국내 관객 143만 명 선에 그치고 있어 주연인 브래드 피
요즘 감사하게도 바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일정이 촘촘히 이어지면서, 말 그대로 ‘휴일 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피곤하다고 말하면 사치처럼 들릴까 조심스럽지만, 사실 가장 큰 고민은 딱 하루쯤 텅 빈 휴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각한 건 아니고 단지 잠깐, 아주 잠깐만 나를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을 뿐이다. 이런 감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한두 번쯤 ‘번아웃’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번아웃(burnout)’은 원래 물리적인 용어다. 불에 타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상태, 혹은 연료가 고갈된 상황을 의미했다. 이 단어가 심리적, 직업적 맥락에서 쓰이기 시작한 건 1970년대다. 미국의 심리학자 허버트 프루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찰한 만성 피로, 무기력, 냉소적인 태도를 묘사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번아웃을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탈진 상태"라고 정의한다. 과거에는 특정 직군, 예를 들면 교사나 간호사, 예술가처럼 감정 노동 강도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를 선언해 길었던 의정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의료시스템을 멍들인 골칫거리 갈등을 풀어낼 실마리가 떠올랐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원칙을 저버린 극단행동에 결국 정부가 특혜로 해결책을 모색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명징하다. 무책임한 의정갈등이 빚어낸 국민적 손해는 실로 막대하다. 극심했던 의정갈등을 반면교사하여 의료개혁의 큰길을 닦아내길 기대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전원 복귀를 선언한 데 대해 여론은 일단 긍정적이다. 의대협 측이 교육의 총량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압축이나 날림 없이 제대로 교육을 받겠다고 한 대목도 당연한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의료공백이 한계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 지긋지긋한 악순환을 끝내는 길은 시급히 열어야 할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투병하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문제를 둘러싼 국민적 갈망을 빙자하여 원칙을 지나치게 벗어난 해법 모색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환자와 가족들의 눈물 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사태 악화에 일조한 의대생들에게는 최소한의 책임은
신화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아직 과학이 도달하지 못한 시대, 인간은 자연과 삶의 고통을 이야기로 설명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노동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신과 인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중요한 행위로 등장한다. 노동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었을까, 아니면 인간이 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가장 유명한 노동의 기원 신화는 성경 속 에덴동산 이야기다.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은 대가로 낙원에서 추방당하고, 흙을 일구며 땀 흘려 살아가야 했다. 노동은 신의 형벌이었고, 고통의 상징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판도라가 열어버린 상자에서 온갖 재앙과 함께 노동이 인간에게 주어졌다. 이 역시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결과로서 노동은 벌이었다. 그러나 모든 신화가 노동을 고통으로만 묘사하지는 않았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신들이 지친 끝에 인간을 만들어 대신 노동하게 했고, 인간은 노동을 통해 신에게 제물을 바쳤다. 여기서 노동은 신과의 계약이자, 신성한 의무였다. 북유럽 신화의 토르 역시 번개와 천둥의 신이자 대장장이 신으로, 노동과 힘, 창조의 상징이었다. 이처럼 노동은 고통이면서도 창조이고, 저주이면서도 축복이었다. 노동의 이중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나온 후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IT 산업의 화두는 AI이며,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 등이 AI 기술 진보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인간 수준인 범용인공지능(AGI) 기술을 비롯해 인간을 초월하는 초인공지능(ASI) 또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노벨 물리학 수상자인 힌튼 교수는 “5∼20년 안에 초지능이 등장한다”라고 예측하였으며 올트먼과 함께 AI 기술 양대 산맥으로 알려진 구글 딥마인드 CEO 허사비스도 “인간 수준의 AI가 5∼10년 내 나타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샘 올트먼은 “AGI는 트럼프 2기 중에 개발될 것이고, 딥러닝을 통해 초지능이 수천일 안에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초지능 기술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한다. 이 말은 AGI·ASI 기술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여 로봇 공장을 운영한다는 뜻이다. 인류 사회는 조만간 엄청난 파괴적 혁신을 보게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 회장인 손정의는 “10년 내 ASI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