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정치자금법제 아래서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18세 이상 유권자는 아예 세제지원혜택에서 배제된다. 청소년, 대학생, 전업주부, 노인, 실업자 등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저소득층 유권자의 경우 10만원까지는 전액세액공제를 받아 정치후원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후원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소득하위 50%는 정치후원금의 2%를 냈을 뿐이다. 거의 1000만 명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4400만 유권자 중 2500만 이상을 정치후원의 세계에서 배제해온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심각한 차별행위이자 중대한 위헌사태다. 1인1표 유권자들이 국고지원 정치후원법제를 통해서도 동일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요체는 다음과 같다. 첫째, 4400만 유권자 모두에게 국고지원을 받아 정치후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이래야만 지금까지 원천 배제됐던 저소득층, 전업주부, 청소년, 노인, 실업자 등이 제몫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찾을 수 있다. 둘째, 유권자 1인당 정치후원액수는 대폭 줄여야 한다. 지금의 연간 10만원을 연간 1만원(선거가 있는 해에는 2만원)으로 줄이면 된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다가왔다. 상가와 거리가 북적이고 고향가는 마음으로 들떠야 하지만 올해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마음은 무겁고 지갑은 얇다. 코로나가 힘든 것은 맞지만 진짜 국민을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딴 세상’에 사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다. 오는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많은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누가 적임자인지, 비전이나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검증할 길도 시간도 별로 없다. 진보·보수 진영에서 각각 단일 후보를 내면 그것으로 투표하라고 한다. 성 추행 등 도덕성이 문제가 돼, 693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선거에서 당만 보고 찍으라고 한다. 도덕성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는 어떤가. 대법원장은 거짓말 파동에 휩싸였고, 사법농단에 연루돼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현직 부장 판사는 대법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취해 폭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치권과 검찰에 사법부까지 어떻게 이 지경이 됐나. 자영업자들은 영업 제한 때문에 피눈물을 흘린지 오래다. 코로나로 인해 일감이 줄어들면서 관급공사에 목을 매야 하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에게 공무원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는
대한민국의 헌법은 만인의 평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누구도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특권이 있다. 헌법이 명시한 평등의 원칙과 모순된 특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그 특권이 한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과 국제적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주어진 법률적 특권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어서 안 된다. 하물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법률에 주어지지도 않은 특권을 누리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특권을 누리는 여러 ‘특권층’이 있다. 법조계는 법률에 명시된 특권과 명시되지 않은 특권을 모두 누리는 대표적인 특권층의 하나다.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의해 법률적 대리행위를 할 수 있는 배타적 특권을 누리고, 검사는 죄를 물을지 말지를 판단하는 독점적 기소권리를 지니며, 판사는 죄의 유무와 경중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사회적 존경과 경제적 보상을 누리고 정년이 없는 자격증도 주어진다. 이런 이중의 특권은 그들이 진실과 정의라는 공익을 위해서 공평무사하게 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최근 들어 우리 국민은 검찰과
“우리 삶을 구성하고 단연코 나를 반짝이게 만드는, 영원히 반짝일 모래알들,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사람들과 살아가고 또 사랑을 할 것이다.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10년 전에 타계한 박완서 작가가 남긴 글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년 내내 뭔가 모를 상실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생활패턴이 바꿨다. 변화된 일상에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바깥 외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답답함, 몸에 미세한 변화에도 혹시나 코로나가 아닐까하는 마음이 날 무기력하게 만든다. 누굴 만나는 것도 서로가 꺼린다. 이런 감정을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가 보다. 코로나 우울이다. 친구들도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우울증이 오는 듯 걱정한다. 생존에 대한 위험신호다. 그렇다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상에 미아(迷兒)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존재를 잃을순 없어 “언제 힘들었냐.”고 털털 털고 일어서는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백신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60대 이상 노인층 80%가 백신접종을 이미 마쳤다는 외신이다. 부럽다. 감정을 많은 이들은 색(色)이나 소리, 언어로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증세를 우울감을 뜻하는…
우리 집 냉장고 문짝에 그런 문구가 붙어 있다. ‘탁월해 질 때까지 끝없이 연습하세요.’ 이 문구를 가져다 붙인 사람은 지금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가을 무렵이었다. 학교 과제 표어로 여러 장을 만든 것인데 다른 표어들은 소리없이 사라졌고 이 표어만 살아남아 냉장고에 붙어 있다. 이 고리타분한 말이 우리 집 냉장고에 붙은 뒤로 변화가 생겼다. 아들의 꿈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도 막연하게 축구선수 되겠다고 해서 축구클럽에 다녔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 정도. 그랬는데 저 탁월한 격문이 우리 집 냉장고에 붙은 뒤로 아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일주일에 두 차례나 세 차례 가던 훈련을 매일 가는 걸로 바꾸었다. 나나 아내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그리하겠다 해서 그리 하라고 했다. 다른 학원을 일체 다니지 않는 데다가 몸 쓰는 일이라 오히려 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아이들과 뭘 하고 놀지, 맛있는 걸 뭘 먹을 지에만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딱히 정한 꿈도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산과 들, 강으로 놀러 다녔고 주머니에 용돈이 생기면 만화방에 가는 정
“하인은 괭이를 집어들고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치수대로 정확하게 팠다. 바흠의 묘혈(墓穴)을 위해. 그리고 그를 그곳에 묻었다.” 잘 알려진 톨스토이의 민담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의 마무리다. 해가 저물기 전 출발선에 다시 돌아오는 만큼의 땅은 모두 자신의 소유가 될 수 있다는 계약에 따라 바흠은 진종일 다니다가 노을이 보이려 하자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런 계약 조건에 혹하도록 만든 것은 사실 악마의 계략이었던 걸 몰랐던 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악마는 배를 움켜쥐고 떼굴떼굴 구르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왔다. 조끼도 장화도 물통도 모자도 모두 내팽개치고 괭이자루 하나만 붙잡고 지팡이 삼아 달렸으나 결국 돌아온 출발선에서 숨이 찬 나머지 세상과 하직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갔다. 소유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해도 마침내 껍데기다. 과도하게 많고 두꺼우면 도리어 삶이 질식한다. 인생의 시간은 얼마나 허락되어 있는지 몰라도 무한한 시간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깨우치지 못하면 욕심에 짓눌려서 사는 것처럼 살지 못하고 허망하게 떠날 것이다. 멀리 온 것을 자랑하느라 미처 알지 못할 미래다. 시간을…
고양·김포·파주시의회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 5일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시행 촉구 결의문’을 긴급발의, 의원 전원 만장일치로 최종 의결했다. 결의문은 국토교통부, 경기도, 경기도의회, 김포시의회, 파주시의회 등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같은 날 김포시의회도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 백지화를 촉구하는 일산대교 무료통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파주시의회 의원들도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경기서북부 시민들의 교통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의회 고양·김포·파주지역 의원들도 가세했다. 해당 지역 도의원 16명은 4일 일산대교에서 ‘경기도의 일산대교 인수를 통한 통행료 무료화 방안’을 제안하며 관계기관 협력을 촉구했다. 통행료 무료 촉구를 위한 장외투쟁도 시작됐다. 고양시의회와 김포시의회는 5일 일산대교에서 집회를 열고 일산대교 통행료가 폐지될 때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앞으로 1인 시위를 비롯해 단체 집회, 서명운동, 통행료 무료화 촉구 현수막 게첨, 청와대 국민청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행료 징수 부당함을 알려 통행료 폐지 촉구 운동
수년전 한의사 선후배들과 함께 지역아동센터 봉사를 가서 건강검진과 함께 아이들에게 강의도 하고 퀴즈와 선물을 준비해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한의사가 치료하는데 쓰는 이것 이름은 무엇일까요? 하며 침과 뜸, 부항, 한약의 그림을 보여주고 각각의 이름을 맞추는 문제도 있었는데 다른 세가지와 달리 뜸은 좀처럼 맞추지 못해 놀라워하며 답을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20대의 환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설령 몸의 불편함으로 한의원을 찾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뜸의 적응증이 아닐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의학에서 침과 한약과 더불어서 대표적인 세가지 방법 중 하나로 꼽는 뜸은 대체로 쑥이 원료인 뜸뭉치를 직접적으로 해당 경혈(침이나 뜸을 놓는 한의학에서의 치료점) 피부위에 올려놓고 불을 붙이거나 간접적으로 연기를 쐬어 치료효과를 내는 치료도구이다. 뜸으로 쓰는 쑥은 따뜻하고 건조한 성질이 있어 쑥뭉치를 태우면 발생하는 열기에 쑥이 따뜻하게 경락을 통하게 하는 약성이 더해져서 효과를 나타낸다. 쑥뜸을 어떤 경혈에 어떤 형식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치료의 효과가 달라지지만 큰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