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한 사고로 304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중인 한국인 33명(패키지 관광객 30명, 인솔자 1명, 현지 가이드 1명, 사진작가 1명 추청)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해 많은 한국인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상황이다. 이처럼, 잊을만하면 터지는 해상 참사에 대해 온 국민은 슬픔에 잠겼으며, 국·내외 여행, 체험을 막론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고 있으며, 최근 발생한 헝가리 유람선 참사에 대해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를 위해 촉각을 다투고 있다.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헝가리 유람선 참사의 원인으로는 대형 크루즈선과의 충돌, 유람선 구명조끼 미배치, 미착용, 악조건인 기상상황을 들고 있다. 이날,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관광객이 선체 내부에서 구명조끼 미착용 상태로 있었다고 한다. 이상하게 사고의 원인을 언론을 통해 듣다보면, 잊혀지지 않은 악몽으로 자리잡은 세월호 참사와 헝가리 참사가 오버렙이 되어 온다. 출항시 악조건의…
2014년 /최문자 2013년 다음에 2015년이었으면 좋겠어 오늘도 어김없이 건초 더미 사이로 2014년이 보인다 (………) 삶과 죽음 어느 것이 더 무서운가 죽음은 죽자마자 눈을 더 크게 떠야 할 삶이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뭉텅뭉텅 사라지는 중이었고 나는 왼쪽 폐 반을 자르고 진통제 버튼을 계속 누르다가 살아나는 게 무서워 함부로 하나님을 불러냈다 매일매일 새까만 풀씨가 날아와 물에 젖고 차가운 흰 꽃이 피고 미숙하고 슬픈 기사처럼 함부로 시계바늘을 돌렸다 절벽과 산맥을 넘다 밤늦게 돌아와 미래가 적힌 달력을 찢었다 -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 2019·민음사 어디에 도착했다는 것은 어디선가는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처럼 가장 지우고 싶은 시간은 오히려 가장 선명하게 살아나고 그 자리에 예기치 못한 꽃마저 피어난다. 생애의 절벽과 산맥을 넘어 어디론가 돌아온다는 것 혹은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허허로우며 찢고 싶은 미래인가. 시인이 들여다 본 카이로스의 시간, 지금과 겹칠수록 그의 시가 누군가의 영혼 속에 유영하고 있음을 시계바늘처럼 느낀다. 슬
지난 5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30대 젊은 집배원의 과로사에 대한 내용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충남 공주시 한 우체국에서 3년째 집배원으로 일하던 중 5월 13일 새벽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만34살 비정규직 집배원의 형이었다. 청원내용은 우체국 집배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는 것이었다. 청원인은 동생이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인력으로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일을 매일같이 강도 높은 일을 묵묵히 하다 새벽에 차가운 몸으로 변했다“고 탄식했다. 청원에 따르면 고인이 맡은 지역은 이동거리가 많은 농촌지역으로 하루 배달한 우편물량은 1천200여건 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전국 집배원 평균보다 200건 이상 많은 것이라고 한다. 기록에는 오전 8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 6시에 퇴근했다고 되어있지만 기록과는 달리 매일 2~3시간 연장근무를 해야 했고 우편물을 집에까지 가져와서 분류작업을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주말에도 밀린 일을 하러 나가야 했고 상사의 이삿짐 운반, 사택에 키우는 개똥 청소, 사료주기 등 개인적인 일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청원 내용이 맞다면 정규직이 꿈이었던 고인은 상사의 사적인 일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만
통도사는 2018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경남 양산에 자리한 통도사는 수도권에서 출발해 다녀오기에는 늘 큰맘을 먹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통도사는 불자가 아닌 필자에게도 큰 의미로 와 닿는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불보사찰로 불리는 통도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르면 통도사 진입로인 ‘무풍한솔길’을 만난다. 물론 왼쪽으로 차도가 나있지만, 사찰여행에서 사찰의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첫 만남을 무정하게 차로 할 수는 없는일, 당연히 오른쪽으로 나있는 숲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1㎞ 남짓 걷게 되는 무풍 한솔길은 우거진 나무숲을 아치 삼아 꽤나 넓은 도보길이 나있다. 통도사는 전각들의 배치가 조금 독특하다. 왼쪽으로는 통도사 전체를 휘감고 흐르는 물길이 있고, 물길 건너편으로 전각들이 자리하고 있다. 전각들은 위에서부터 3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상, 중, 하의 이름을 붙여 상노전, 중노전, 하노전 영역으로 구분한다. 아래 하노전부터 차례로 만나보자. 천왕문을 들어서면 하노전이 시작된다. 하노전은 여느 사찰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물이 걸려있는 범종각과 만세루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하노전의 가장 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조사했더니 어머니, 열정, 미소, 사랑의 순서였다.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은 영원하다. 그러나 요즘 보도되는 사건들을 보면,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에 대한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하고,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참된 교육의 시작은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메시지이다. ‘제설기 부모, 불도저 부모, 해파리 부모’란 용어가 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자녀의 힘들고 불편한 일을 쓸어버리는 것을 ‘제설기·불도우저 부모’라고 한다. 자녀 출생에서부터 위험요소를 치워주니 성인으로서의 삶도 준비하지 못하고, 좌절마저 못 견딘다. 또 아무 간섭도 없는 자유방임적 부모를 ‘해파리 부모’라고 한다. 규칙을 강조하고, 학력에 대한 높은 기대와 창의력을 요구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며, 단호하면서도 유연한 호랑이와 해파리의 중간을 ‘돌고래’부모라 한다. 얼마 전 명문대 진학을 위해 대학교수가 논문에 공동저자로 자녀의 이름을…
모든 처음은 낯설고 설렌다. 그래서 사람들은 ‘첫’자로 시작하는 모든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모른다. ‘첫’사랑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은 16일 새벽 또 하나의 ‘첫’을 경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6777) 주관 남자축구 결승 진출이 그것이다. 20살 이하의 젊은 발들이 이뤄낸 기적. 아니, 국민들의 염원이 하나 돼 만든 역사겠다. 정정용 감독이 이끈 한국팀 이야기다. 이들은 폴란드 우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한국 남자 축구사상 FIFA 주관 대회 첫 준우승이라는 역사를 쓰며 ‘새벽 감동’을 국민들에게 안겼다. 박수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자 대표팀이 지난 2010년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인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U-20 여자월드컵 3위를 차지했으니 남자들이 조금 더디게 일궈낸 수확이기는 했다. 그래서 기쁨이 두 배인지도 모르겠다. ‘작은 영웅’들을 맞이하는 국내 분위기도 분주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영웅들을 환영하는…
일찍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인구 4명 중 한 명이 고령자다. 그런 만큼 노인에 대한 정서적 학대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혐로(嫌老)사회’라는 신조어가 확산 된지도 오래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OECD가 2030년 우리의 고령인구 비율을 24.3%로 추정하고 초 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 전망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060년이 되면 고령인구가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0.1%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오랜 경로사회의 전통도 빛이 바래듯 노인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정서적 학대는 비난, 모욕, 위협 등의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로 노인에게 정서적으로 고통을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노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동도 포함되며 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정서적 학대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2169건을 시작으로 2330건, 2730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2017년에는 3064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대 중 42%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것은 신체적 학대다. 지난해 노인 학대…
뻐꾸기 소리에서 아카시아 향기가 난다. 이 길을 달리며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을 선열들의 마음이 되어본다. 오랜만에 붓을 잡으니 그 날의 풍경이 눈에 스친다. 시화전을 앞두고 다른 해에는 액자나 스탠드 등을 전문 제작 업체에 주문했으나 올 해는 좀 더 가치 있는 전시가 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우리 고장의 만세운동 유적지 부근에서 행사를 개최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시화전을 기획했다. 요즘 환경을 생각해 마트에 갈 때도 가방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 에코백으로 결정하고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조금 서툴러도 함께하는 시간이 좋다. 작품을 만들며 회원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어 좋고 완성된 작품을 놓고 서로 잘 했다고 칭찬하는 마음 또한 아름답다. 나가서 먹는 점심시간도 아까워 비빔국수를 해 먹고 잠시 쉴 참에 마시는 커피도 평소보다 향이 더 진한 것 같다. 하얀 에코백에서 태극기가 날리고, 들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기도하는 손이 회원들의 싯귀를 적었다. 부스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구경이나 하려던 사람들이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
Q : A조합은 성남시에 소재한 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을 위해 2003년 5월 19일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조합이다. A조합은 2003년 말쯤 주변에 있는 공동주택 소유자들의 요청에 따라 위 공동주택지도 포함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의했고, 공동주택지 소유자들로부터 재건축결의 동의서 및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아 2006년 5월 22일쯤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았다. 한편 B는 공동주택지 소재 건물의 소유자로서, A조합에게 재건축결의 동의서 및 조합설립 동의서를 교부해 2006년 5월 22일자로 A조합의 조합원이 됐다. 그리고 그 무렵 B는 C에게 소유 건물을 매각했다. B로부터 건물을 매수한 C는 A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을까? A : 위 사안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2003년 12월 31일쯤 개정돼 제19조 제2항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건물 등을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후에 매수한 자는 재건축 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하면서(현행법 제39조 제2항), 그 부칙 제2조에 ‘2003. 12. 31.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조합의 조합원으로부터 건물 등을 양수한 자는 조합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부여행 1 /김기준 부여로 가자고 했다 눈 내리는 백제의 아침까지 두 손 잡고 걸어서 가자고 했다 발목이 시려 갈 수 없는 빙하기 하늘 아래 땅이어도 꼭 함께 가자고 했다 나래 소리 그리운 사공의 손놀림이야 겨울 중간쯤 멈춰 서면 그만, 봄빛 따스한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가다가 비라도 내리면 서두르지 말고 잠시 주막에 들러 쉬어 가자고 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어도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면 중천(中天)에 그리운 집 한 채를 짓자고 했다 차라리 그렇게 살자고 했다 서동과 선화공주, 낙화암과 백제의 마지막, 그리고 부소산성과 고란사와 계백 등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부여에 가고 싶다. 눈 내리는 백제의 아침까지, 아니 아니, 빙하기의 하늘 아래 발목이 시려 더 이상 한 발짝도 더 걸을 수 없다고 해도 나는 기어이 가고 싶다. 가다가 맞는 봄빛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 하나만 믿고 중천에 집 한 채 지어놓고 그렇게 부여에 가고 싶다. 부여에 살고 싶다. 저녁마다 서동과 선화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계백의 용맹함과 충정을 손자에게 들려주며 그렇게 한 생을 부여에 살고 싶다. 백마강 달빛 아래 배 띄우고 이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