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와 도다리, 생김새는 납작한 것이 둘이 닮았다. 하지만 다르다. 구별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광어 눈은 왼쪽, 도다리 눈은 오른쪽에 쏠려 있다. ‘좌광 우도’로 기억하면 된다. 이중 광어는 ‘자산어보’에서는 ‘넙치 접’자를 써 ‘접어’로 소개하고 있다. ‘본초강목’에는 나라를 상징하는 물고기로 기록돼 있다. 사실 광어는 사투리다. 넙치가 표준말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광어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리면서 광어도 표준말로 대접받게 됐다. 넙치라는 이름은 넓적한 생김새에서 파생된 말이며 광어는 廣(넓을 광)자에 魚(물고기 어)자를 붙여 만들어졌다. 광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횟감 중 하나이다. 고기 맛이 좋은데다 대량 양식에 성공하면서 대중화된 결과이다. 그런데 광어회를 좋아하기는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당시 생포된 승조원은 체포 후 심문과정에서 심경의 변화를 알리며 첫 소감을 ‘광어회가 먹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 였다니 말이다. 또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당한 김정남도 일본에선 참치회보다 광어회만 즐긴 광팬으로 전해진다. 1980년대 양식에 성공한 후 지금이야 어시장과 횟짐 수족관에 널
벚꽃 만발한 4월이 달리고 있다. 내리 천 어귀를 개나리로 물들이고, 풋풋한 봄바람 흩뿌리며 다닥다닥 제비꽃으로 잔디밭을 살찌운다. 방 안을 전전하던 노인들을 불러내고 이내 봄비에 벚꽃 잎 훌훌 털어낼 4월. 자전거를 몰고 나온 어린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을 태우고 길 건너 아산호로 둥둥 떠가는 저 새털구름. 이런 풍경들 또한 4월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흔히 자화상이라 하면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 것을 말한다. 물론 그림으로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도 있겠지만 소신이나 신념으로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그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주말 ‘자화상’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하는 예술의전당서예박물관을 갔었다. 3·1독립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특별히 개최되는 서화미술특별전 ‘자화상 自畵像-나를 보다’라는 전시회. 그곳에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서화, 서예,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각 개인의 삶이 드러나는 자화상이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의 자화상 또한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특히 하얼빈 역에서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의사의…
셰익스피어는 한숨을 쉬고 있는 청소부에게 말했다. “그대 친구여, 한탄하지 마시오. 그대는 지금 신(神)이 지어 놓으신 이 세계의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오” 이야기(story)도 어쩌면 마음 한 모퉁이에 쌓여있던 세상의 찌꺼기를 청량하게 씻겨주는 빗자루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가끔 어린 시절 이야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어린이집에 ‘이야기 아줌마’가 커다란 그림책을 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셨는데 지금으로 치면 ‘동화 구연가’였다. 누군가 “이야기 아줌마 오신다!”라고 크게 외치면 우리들은 맨 앞줄에 앉으려고 후다닥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야기 아줌마가 자리를 잡으면 우리들은 꽃잎 같은 작은 손으로 손뼉을 치며 제비 같은 입으로 동요를 불렀다. 부엉 부엉새가 우는 데 / 부엉 춥다고서 우는 데 / 우리들은 어린이집에 / 모두 옹기종기 앉아서 / 옛날 이야기를 듣지요. 노래가 끝나면 드디어 마법의 주문이 걸린다. “옛날 옛날에 토끼와 호랑이와 살았는데…” 우리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야기 여행을…
황무지 /이사라 죽도록 달려도 사람은 안 보이는 그 곳이 황무지인데 아직 네가 찾지 않은 내가 황무지이듯 아직 내가 돌보지 않은 네 마음 아직 내가 손대지 않은 네 몸 아직 내가 눈 마주치지 않은 네 세상 우리가 아직 못 만났어도 그늘만이 뜨고 지는 곳이지만 그렇게 황무지는 버려진 곳이 아니어서 우리가 드디어 만났어도 끝 모를 풍화만이 가득할 그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뒤엉켜 켜켜이 함께 살아가고 있을 그 세상에서 네가 찾은 황무지가 나이기를. 시인의 시집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를 만나는 것은 얼마 전이다. 따스한 시선으로 항해하는 빛의 그름을 타고 삶의 도정에서의 인내와 사랑, 또 깊은 사유의 결정체로 목소리는 낮고 침묵의 결처럼 긴장선위에서 일상으로 잡는 허무감을 단정한 어조와 격조로 구조와 결을 엄격하게 유지한다. 시인들은 낮고 평온한 목소리로 삶의 고통을 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삶에의 경외에 다름이 아니었으며 귀한 미덕으로 자리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서 있어보면 안다.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헤어진 사람들 속에 다시 마주하는 일들은 아주 오랜 된 문밖으로 돌아오지 않을 여정을 가슴 한쪽에 숨겨…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에 이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행한 첫 시정연설에서 3차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지도자가 사흘에 걸쳐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 표명을 주고받은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여정이 우여곡절을 거듭하는 중에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다행스럽고 환영할 일이다. 따라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은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 가능한 목표임을 보여준다. 한국, 북한, 미국, 국제사회는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북미 입장 차이가 낙관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를 해야만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겠다는 ‘빅딜’론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북
일본은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한국의 규제가 부당하다며 4년 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지난해 WTO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일본 편을 들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컸고 ‘방사능 수산물’을 먹게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11일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1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분쟁해결기구 패널의 판정을 뒤집고 한국의 조치가 타당한 것으로 판정했다. 최초로 식물 위생(SPS)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따라서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에서 잡힌 수산물 수입이 앞으로도 계속 금지될 전망이다. 당연하고 마땅한 판정이다. 우리는 WTO 상소기구의 판정을 온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 우리정부는 WTO 1심에서 패하자 즉각 상소했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이 중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상소에 WTO는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고,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며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처음엔 패소를 예상했다. SPS 관련 1심 결과가 뒤집힌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심에서 패소하자 관계부처 분쟁 대응팀을 구성해 상소심리…
헌법재판소가 낙태죄가 헌법에 불합치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가 도입된 지 66년 만이고, 2012년 재판관 의견 4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헌재는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와 입법부는 내년 말까지 헌재 선고의 취지를 존중해 정교한 법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해당 형법 조문을 삭제하거나 개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자보건법 개정안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해진 기간 내에 법을 고친다고 해서 그동안 낙태죄를 둘러싸고 빚어진 논란이 모두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 낙태죄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절박한 목소리가 현실적이고 이유 있었던 것처럼 낙태죄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사람들도 충분히 진실되고,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재결정에 따른 후속입법이 낙태 만연이나 생명경시 등의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하려면 그동안 낙태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종교계 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요즘 SNS를 통해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 ‘문재인대통령 치매설’ 등이다. 문제는 이런 가짜 뉴스들이 확대되고 재생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이를 진실로 여기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 산불이 있었던 4일 저녁 신문의 날을 맞아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시느라 고성·속초 산불을 약 5시간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등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나돌고 있다. ‘진성호 방송’과 ‘신의 한수’라는 유튜브 채널의 주장이다. 정치권이 가짜뉴스 생산에 크게 기여했다. 손학규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 “벽창호”라는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응 3단계 격상 후 회의가 매우 늦어 초기 진화에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지병설’, ‘숙취 의혹’을 언급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도 이날 문 대통령이 “왜 0시 20분에 회의에 참석했나. 술 취해 계셨나?”라고 질문 했다. 그러나 문대통령은 산불발생 시간(오후 7시 17분쯤)에 앞선 시간(오후 6시 40분쯤) 신문의 날 행사장에서 나왔으
공사의 실시와 시공자에 의한 공사비 내역 명세를 작성하고, 기본 설계를 구체화해 실제 시공에 필요한 내용을 도서 형식으로 충분히 표현하여 제시하는 설계 업무를 ‘실시설계’라고 한다. 최근 안성시는 영상감시장치(CCTV) 설치공사 실시설계용역 과정에서 특정제품을 못 박아 변경토록 요구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제품 끼워 넣기 강요 등을 통해 ‘갑질논란’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런 의혹은 시가 방범용CCTV 설치공사 실시설계용역을 발주해 놓고, 설계업체 측에 지나친 간섭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협의’가 아닌 ‘강요’ 수준이었다는 주장마저 제기된 상태에서 불거졌다. 실제로 CCTV 실시설계용역의 진행은 설치될 곳의 위치 확인, 현장에 맞는 CCTV제품 선정 그리고 공사비 내역 등을 산출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안성시는 실시설계용역 준공 2~3일 남겨 두고, 특정제품 교체를 요구하며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등 비정상적인 협의를 해오다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 시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언론의 지적을 ‘외압’으로 치부, 관련 업체들만 힘들게 하고 있는…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다. 넓은 열차 칸에 덩그러니 혼자라면 어떠할까. 덜컹거리는 철로의 마찰음이 예전보다 크게 들리고, 지나가는 들과 건물과 나무들이 외로움으로 다가서서 부르르 몸서리치지 않을지. 아니, 반대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곳에서 오페라 가수처럼 무게를 잡고 노래 부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치 후보자처럼 허세부리며 큰 소리로 연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가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에. A. G 가드너는 런던에서 미들랜드로 가는 마지막 열차인 완행열차를 탔다. 출발할 때는 손님들이 찼었지만, 교외 정거장에서 열차가 멈출 때는 하나씩 둘씩 내렸으며, 런던의 외곽을 등 뒤로 돌렸을 때쯤 해서는 혼자였다. 그래서 일종의 자유의 향연으로 창문을 계속 열거나, 반항의 자극 없이 그것을 계속 닫거나 할 수 있고, 찻간 어느 구석도 차지할 수 있는 즐거운 마음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다가 모기를 발견하고 그와 쫓고 쫓기는 모습을 마치 사람 대 사람과의 행위처럼 묘사했다. -우리 중 누가 먼저 열차를 탔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담뱃불을 붙여 다시 주저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내가 동료 여행자를 발견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다가와서 내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