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보낸 편지에는 “개인 초지능(Personal Superintelligence)”의 비전이 담겼다. 편지에서 저커버그는 초지능 시대가 멀지 않았으며, 그것이 인류 발전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는 초지능이 개개인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 건강, 문화의 진보는 개인의 열망이 모였을 때 가능하며, 이 때에 초지능은 그 열망이 창작·경험·소통으로 발현되는 ‘더 큰 주체성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하다. 소수가 진보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하이에크가 이야기한 ‘치명적인 자만’에 불과하다. 개인이 자유롭고 호혜적인 교환을 통해 자생적으로 드러내는 창발성 속에서 비로소 진보의 문은 활짝 열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저커버그는 자신이 주장한 ‘활짝 열린’ 주체성의 문을 곧바로 닫아버린다. 그는 초지능이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무엇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무엇을 공개하지 않을지” 메타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의 기준과 공개 범위는 “모두의 힘을 북돋우는 초지능을 믿고, 거대한 인프라와 자원, 전문성을 갖추었으며, 수십억 명에게 새로운 기술을 전
[ 경기신문 = 박재동 화백 ]
정부는 얼마 전 열린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오는 9월 말부터 내년 6월말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일방적으로 허용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상응조치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울러 오는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를 앞두고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도 “방한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추가 방한 수요를 유발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실질적인 내수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10월 31일부터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포석이란 말도 나온다. 어찌됐건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 한시적 비자 면제’ 방침을 발표하자 국내 여행사, 숙박업소 등 관광업계와 면세점 등 유통업계의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커지고 있다. 지방정부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본격적인 프로모션에 앞서 지난해 사무소를 개설한 상하이 현지 네트워크를 가동, 수
화장장은 고인의 육신과 영원히 이별하는 의례 공간이자 화장 장법(葬法)을 시행하는 장지(葬地)이다. 코비드 19 팬데믹 동안, 우린 화장장을 통해 참 가슴 아픈 모습을 바라보았다. 방호복을 입은 관리원들은 코로나 사망자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화장장의 불을 밝혀야 했다. 사랑했던 가족과 작별임에도 차가운 유리 벽을 넘어 이별해야만 했다. 과잉 방역에 논란 속에, 가로 막고 눈 가리는 화장장의 잘못된 모습이 더해져, 유족은 큰 아픔을 견뎌야 했다. 예전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지어진 화장장들은 단순했다. 철문이 달린 벽돌 화장로 앞에 공간이 전부였고, 여기서 고별 의례, 대기, 수골과 쇠 절구통으로 유골 빻기까지 모두 치렀다. 초라했지만 고인과 남은 이들이 이별의 예를 다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 가운데 과거의 그릇된 풍습에서 따온 “저승길 노잣돈”을 빙자한 부조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하나 큰 굴뚝에서 내뿜는 매연과 악취라는 ‘저승길 상징’은 지금까지 꼬리를 잇고 있다. 무공해 신형 화장로가 개발되고, 화장장 건물이 현대화되면서 화장장의 모습은 전과 다른 쪽으로 변해갔다. 부조리 근절을 명목으로 콘크리트와 유리 벽이 고인과 유족을 떼
가수 남진은 올해 데뷔 60년을 맞아 전국투어 기념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마음이 고와야지’, ‘그대여 변치 마오’, ‘님과 함께’, ‘둥지’ 등 그가 부른 노래는 대중의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도 여러 편 출연한 그는 트로트와 로커빌리 로큰롤을 오가며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 불리기도 했다. 대중가수는 대중과 호흡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80 나이에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현역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나훈아는 작년 1월, 58년 동안 가수로 활동했던 무대에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남진 보다 1년 늦게 데뷔한 그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 ‘울긴 왜 울어’, ‘잡초’, ‘테스형’ 등 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가왕으로 추앙받았다. 은퇴를 알리며 1년간 ‘고마웠습니다’ 라스트 콘서트 전국투어를 했는데, 마지막 곡으로 ‘사내’를 부르며, 은퇴 결심은 자기 인생에서 최고로 잘한 결정이었다, 정말 고마웠다고 인사하면서 오열했다. 가요계의 레전드로 한 시대를 양분했던 두 사람은 누구 이름을 먼저 부르는 것에 민감할 정도로 라이벌이었고, 사실 그들 팬들이 더 라이벌이었다. 두 사람은 딱 한번 한 무대에 선 적이 있다. 데뷔 20년이 지난 1987년, KBS2…
8월 13일,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700만 재외동포 관련 과제는 123개 항목 중 맨 마지막에 배치됐다. 대선 공약인 재외국민 보호, 차세대 동포 육성, 온라인 민원 서비스, 영사·여권 행정 혁신, 참정권 확대 등이 일정 부분 반영됐지만, 국경과 국적을 넘어선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재외동포를 후순위에 둔 점은 아쉽다. 180개국 700만 재외동포는 단순한 해외 거주민이 아니다. 글로벌 정치·경제·사회·문화·학술·종교 등 전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확장 네트워크로 기능해왔다. 평상시에는 한국 이미지 제고와 교류·투자·무역·문화 확산을 주도했고, 위기시에는 국제 여론 조성, 협상력 강화, 정상회담 인맥 연결 등에서 은밀하지만 강력하게 작동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후원, 6·25전쟁 참전, 대유엔·미국 외교 로비, 한·일 국교정상화 막후 교섭, 북방외교 성사, IMF 극복, 한류(K-Culture) 확산과 글로벌 기업 진출 지원까지, 이들의 발자취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대한민국을 떠받쳐왔다. 역대 정부도 동포사회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조치를 시행해왔다. 박정희 정부의 재일민단 지원, 김영삼 정부의 재외동포재단 설립,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이 당초 우려와 달리 비교적 무난하게 마무리돼 한숨을 돌리게 됐다. 회담을 시작하기 전부터 형성된 몇몇 이상기류들 때문에 온갖 험궂은 장면들이 예측되기도 했지만 두 정상은 외견상 큰 불협화음 없이 회담을 이끌어갔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 되새겨야 한다. 한미는 ‘동맹 강화’를 통해 난제들을 풀어가야 할 큰 숙제를 떠안았다. 이제 시작이라는 자세가 중요하다. 당초 예정보다 20분 긴 14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우선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에 합의했다. 눈에 띄는 장면은 두 정상이 북미 대화와 관련하여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피스메이커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건의하면서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일”이라며 “북과 큰 진전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경제 분야에선 이미 알려진 대로 조선업을 중심으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정상회담에 동행한 국내 기업들은 조선과 원자력, 항공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펀
‘딕션(Diction)’이라는 외국어를 칼럼의 표제어로 하면서 좀 망설였다. 하지만 현대인의 말하기(speech) 소양으로, 정확하면서도 유창한 발음 구사 능력을 주제로 삼자니, ‘딕션’이란 용어를 피해 가기 어렵다. 일부 사전에서는 ‘딕션’을 ‘정확성과 유창성을 두루 갖춘 발음’으로 풀이한다. 그런 점에서 ‘딕션’과 ‘발음’은 그 의미역이 다르다. 우리는 ‘발음’이란 말의 의미를 ‘딕션’의 의미처럼 넓히지 못하였다. 즉 ‘발음’을 그냥 소리 자체에만 묶어 두었을 뿐, 인간의 실제적 언어생활에서 수행하는 모든 ‘발음 현상’으로 확장하여 ‘발음의 뜻’을 적용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사용 및 기능 맥락이 풍부한 ‘딕션’이라는 말을 빌려와 쓰고 있는 셈이다. 정확한 발음만으로는 효과적인 발음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 발음은 정확성과 더불어 유창해야 한다. 발음이 유창하다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발음이 단순한 소리로 그치지 않고, 그 발음이 그가 지금 말하고 있는 어휘, 문장, 문단 등의 의미나 구조와 잘 맞물려야 함을 뜻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내용의 의미 및 주제와 호응해야 함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의 발음이 지금 내가 수행하고 있는 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속에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일행처럼 곁에 서 있거나 저만치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 나를 찍은 사진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본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넘기다가 마주한 장면이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무엇이 중심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화면이 어지럽다. 내 모습이 그들 속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진을 지우지 못한 것은 아마도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 속에 들어 있는 나를 보다가, 스마트폰 속 사진을 밀고 당기며 내 얼굴을 키웠다가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다. 어느 지점을 잘라내야 할까, 사람을 지워보고 건물의 귀퉁이를 잘라보았다. 나의 손가락에서 몇 번씩 잘려 나갔다가 되살아나는 사람들, 한 번은 오른쪽을 한 번은 왼쪽을 자른다. 그럴 때마다 풍경 속의 공기가 바뀌고 빛이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이리저리 맞추어 봐도 마음에 드는 구도가 나오지 않는다. 사실 마음에 드는 구도라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설정한 것이다. 내 모습이 온전하게 드러나고 내가 의도한 풍경이 살아 있는 것 말이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구도는 어떻게 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와 건물만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