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했다. 그리고 첫 관문인 예비경선을 통과, 내달 29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게 됐다. 염 시장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에서 지방정부 수장으로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했다. 선출직 5명을 뽑는 본선에서는 염 시장과 함께 노웅래(4선·마포갑)·이원욱(3선·화성을)·김종민(재선·논산계룡금산)·소병훈(재선·경기광주)·신동근(재선·인천서을)·한병도(재선·익산을)·양향자(광주서을)의원 등이 올랐다. 그러나 재선의 이재정 의원(안양동안을)은 탈락됐다. 이의원은 그동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에다가 당 대변인까지 역임한 터여서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기초정부 시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염 시장을 제외하곤 모두 현역 국회의원인데다 염 시장의 전국적인 지명도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본선에서 최고위원으로 뽑힌다면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첫 번째로 기록된다. 염 시장 전에도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2016년), 황명선 논산시장(2018년)이 최고위원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염 시장이 최고위원에 도전한 이유는 “지자체가 쌓은…
민주노총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안을 대의원대회 투표로 부결시켰다. 합의를 주도해온 김명환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애초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시작돼 어렵사리 도출된 합의안을 스스로 무산시켰다는 점에서 허탈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환난에 빠진 국가 경제를 배려하지 않고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노총이 갖는 국가 사회적 비중에 걸맞은 ‘책임감’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코로나19에 따른 노사 위기를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자며 ‘원 포인트’ 노사정 대화를 먼저 제안한 게 민노총이다. 지난 2017년 노사정 대화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며 당선된 김명환 위원장이기에 기대감도 컸다. 실제로 40여 일의 논의를 거쳐 최종 합의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합의안은 결국 민노총 내부 강경파의 반대로 파기됐고 협약식도 무산됐다. 민노총 강경파들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합의안에 ‘해고 금지’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영계 요구로 ‘휴업수당 감액’이 들어갔는데 ‘해고 금지’는 빠지고 ‘고용유지’라는 추상적 요구로 대체됐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해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해고 금지’가 강
지금의 돈암서원에는 사계 김장생 선생 외에도 아들 신독재 김집과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도 함께 모셔져 있다. 김집은 김장생의 둘째 아들로 선조7년에 태어나 효종7년까지 살았던 인물이다. 아버지와 함께 예학의 기본체계를 완성한 인물로 송시열의 스승이기도 하다. 송시열은 김집과는 33년의 나이차가 있다. 송시열은 처음에는 김장생에게 예학을 배웠으나 김장생이 죽자 그의 아들 김집에게서 학문을 마쳤다. 송준길은 이이와 김장생으로부터 학문을 배웠으며 김집의 천거로 효종에게 발탁된 인물이다. 돈암서원에 배향된 네 분은 예학 이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학자로서는 최고의 명예라 할 수 있는 문묘에 배향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돈암서원은 네 분 선정(先正) 신(臣)을 모신 선정서원이기도 하다. 문묘에 배향된 대학자들을 논산 돈암서원에서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이 네 분이 함께 모셔져 있는 곳이 돈암서원의 제향공간인 숭례사이다. 숭례사는 양성당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돈암서원에서는 가장 높은 영역이다. 숭례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삼문을 통과해야 한다. 3단의 기단 위에 자리한 내삼문은 아주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보
소 김송포 소의 눈은 닫혀 있고 귀가 바깥을 향해 열려있고 입은 할 말이 있다 는 듯 포효의 자세로 꿈틀거린다 큰 눈으로 그려졌던 당신은 가까이 있어도 부를 수 없고 볼 수 없었다 말이 없는 것은 천성이라 했으나 혈육을 멀리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가로막고 있는 경계와 경계가 멀기만 하다 피로 맺어진 눈은 사잇길이다 눈동자를 대신해 꽃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버지 돌아가시자 바닥에 누워 저항하며 뿔을 휘젓던 간절함은 어데 가고 혈의 눈이 꽃가루에 휘날린다 김송포 1960년 전주에서 출생하였다. 2012년 ‘포항소재문학상’을 수상하고, 2013년 『시문학』에 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성남FM방송 라디오 문학전문프로 ‘김송포의 시향’을 14년차 진행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영어는 알파벳이 아니라 ‘room for rent’라는 관용어였다. ‘세 놓음’이라는 이 관용어는 기지촌에서는 흔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지촌에서 자랐는데 어느 집 대문에나 이 관용어가 붙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방이라도 있으면 세를 놓았다. 부대 안이 아니라 밖에서 지낼 수 있는 미군들이나 지역의 위락시설 등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세를 얻었다. 세를 얻은 여성들 중 상당수는 미군들과 살림을 차렸거나 드물게는 결혼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살았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 다섯 개를 세 주었는데, 우리 집은 빈방이 생기면 금방 사람이 들어왔다. 세가 잘 나간 편이었는데, 마당 한 가운데에 작은 정원이 있었고 믿지 못하겠지만 당시에는 구경하기 힘들었던 좌변기와 욕조가 있었던 덕이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가족은 볼일을 보려면 집의 가장 어두침침한 곳으로 달려가야 했다. 화장실이 집의 구석자리에 있었던 때문이었다. 화장실로 가는 길이 어둠침침했고 골목을 밝히는 등이 없어서 어렸을 때는 밤이 무서워 아침까지 참았다가 볼일을 보곤 했다. 그런 집에 방마다 좌변기와 욕조를 놓아주었던 터라 미군들과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코로나19로 전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매미나방까지 대량으로 번식하고 있어 걱정이다. 매미나방 유충은 나뭇잎을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 데다 나방이 되어 사람 몸에 닿으면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해충이다. 천적도 없어서 전국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 단양에서 대규모로 번식해 문제가 됐는데 지난겨울 가뭄과 이상 고온 현상으로 올해는 중부지방 전체로 확산됐다. 원인은 지구 온난화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섭씨 3.1도였는데 이는 1973년 관측 시작 이래 전국 평균 겨울 기온보다 2.5도 높은 것이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매미나방 발생 면적은 서울(1천656㏊)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경기(1천473㏊), 강원(1천56㏊), 충북(726㏊), 인천(618㏊) 등이었다. 모두 합치면 여의도 면적(290ha)의 20배가 넘는다. 경기도내 27개 시군의 과수와 참나무 등 산림이 큰 피해를 입었다. 여름철로 접어들면서는 성충 나방이 되어 산림과 등산로는 물론이고 도심 주택가와 거리로 날아와 도시 미관을 해치고 피부질환을 유발시키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과수원과 숲은 물론 도시에 가득 찬
초등학교 4학년부터 도시락을 가지고 학교에 갔다. 1969년에 국민학교 5학년, 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가져간 도시락을 먹을 때 모든 학생들이 뚜껑을 열자마자 반찬을 가렸다. 시 시골에서는 그릇이 풍족하지 않았고 도시락도 요즘처럼 플라스틱이 보급되지 않아서 스테인레스 도시락이 나오기 이전까지 ‘누렁이 도시락’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엄마나 가족이 도시락을 준비해 줬지만, 더러는 초등학생이 반찬을 담아왔다. 그래서 기대감은 없었다. 오늘 반찬이 무엇인지 잘 안다. 이같은 모습은 요즘 아이들이 아파트 키 번호를 열 때 손으로 가리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CCTV에 번호가 보인다 해서 가리고 누군가가 숨어서 비밀번호를 볼까봐서 그리 한단다. 세월이 흘러 학생들의 도시락에 소시지와 햄과 계란이 등장했다. 계란물에 담가서 익힌 소시지는 최고의 반찬이고 도시락밥 한가운데를 채운 계란도 부의 상징이었다. 그래서인가 이쯤에서부터 아이들은 도시락 반찬을 가리지 않았다. 부잣집 아들딸들은 자랑이라도 하듯 오픈으로 도시락을 먹었다. 학교급식이 실시되면서 부모님들의 도시락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저녁은 달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저녁을 급식하는 경우에 집 근
수원시의 전 농촌진흥청부지에 국립농업박물관이 건설 중이다. 건물과 접한 작은 산에는 산림자원과 철새의 산란지를 보호하기 위해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물쇠가 잠겨있어서 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 큰 공헌을 한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묘가 숲속에 외롭게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곡류 자족률은 40%도 안 되어 수입으로 대처한다. 최근 농촌진흥청과 농림 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양파는 80%가 일본산 종자로 이중 만생종 양파는 90%가 일본 종자라 했다. 마늘은 80%가 중국과 스페인산 종자다. 고구마는 연간 국내에서 생산되는 40t 중 95%가 일본산 종자다. 파프리카와 단호박도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종자를 들여온다. 모두 권리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장춘 박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장춘은 우범선과 일본인 사카이 사이에서 1898년 4월 9일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성장하여 동경제국대 농학부를 졸업하고 일본 농림성 농사시험장에서 근무했다. 일본 여인 고하루와 결혼하여 2남 4녀를 두었다. 꾸준한 연구로 유채와 배추과 작물의 게놈(Genome)을 분석하고, 세계 최초로 자연종을 합성하여 새로운 종을 만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 행위에 있어서 순서는 특히 중요하다. 지금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문제는, 코로나19의 극복, 코로나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경제 문제,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새 여당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보다는 다른 이슈를 꺼내 들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제헌절에 박병석 국회의장은 “코로나 위기를 한고비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면서 개헌 문제를 꺼냈다. 또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길거리 국장, 카톡 과장을 줄이려면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아울러,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이후 여당의 당권 주자와 대권 주자들은 일제히 “행정수도 완성”을 외치고 있다. 물론 국토 균형 발전은 중요하고, 과도하게 밀집된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분산의 필요성 역시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부동산 문제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1987년 체제 역시 이제는 손 볼 부분이 분명
“안녕하세요? 김윤희 학생 맞으시죠?” 다세대주택 골목 입구 계단에 앉아 있던 30대 초반 가량으로 보이는 남자가 벌떡 일어나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백육십 센티미터를 겨우 넘길까 말까 한 작은 키의 남자는 흰색 와이셔츠, 노타이에 짙은 잿빛 양복 차림이었다. 남자의 어깨엔 커다란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던 윤희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검은 뿔테 안경……. 순간적으로 아프리카 박천수 사장이 떠올랐다. 윤희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뒤로 물러섰다. “네. 그런데… 누구시죠?” “저는 동천신문 백종원 기자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하러 왔습니다. 곧바로 물어볼게요. 카페 아프리카에서 알바 일을 하셨지요?” “…예?” 이를 어째야 하나, 판단이 곧바로 서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온몸이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박천수 사장에게 당하신 것 맞나요?”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벗어나야 할 것 같은데 머릿속이 마구 헝클어지고 있었다. 백종원 기자라는 사람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갑자기 커다란 코뿔소로 변했다. 그의 코에 걸린 커다란 검은 뿔테 안경이 무지막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