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복작거리면서 모처럼 모이는 식구들 입바라지를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했다. 연휴 내내 가게를 쉬지 않고 명절을 지내려니 이젠 힘도 들고 점점 꾀도 난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힘을 덜 들일 수 있을까에 마음이 가고 음식 가짓수도 양도 점점 줄이게 된다. 예전에는 어린 조카들 생각에 아이들을 위한 반찬이나 주전부리를 준비했는데 이제는 군대도 다들 다녀오고 학교도 졸업을 해서 옛날 같으면 애들을 낳았을 나이가 되어 따로 아이들을 위한 음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 해도 훨씬 수월해 졌다. 조카들이 어릴 때에는 기껏 방문을 바르면 하루도 못 가서 문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방을 드나들면서 신발은 되는대로 벗어던져 방문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짜장 떡볶이를 해주면 시커먼 입술로 오물거리며 먹는 게 귀엽고 달고나가 부푸는 동안 국자 옆으로 손이 오면서 큰엄마는 요술공주라고 하는 아이들이 힘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설날 아침에도 떡국에 몇 가지 명절음식을 준비해서 간단하게 상을 차린다. 그것도 참석하는 인원을 확인 한 후에 많이 남지 않도록 양을 조절한다. 점심때가 되면 벌써 떡국은 안 먹고 싶어 하는 눈치라 제일 쉬운 방법을 찾는다. 다들 그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아니,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평화를 원할 것이다. 평화란 모두의 생존을 의미하고, 우리 인생을 보다 폭넓고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우리 자손들의 안녕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평화라는 이름의 화두가 2월 한 달을 휩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다. 바로 어떤 종류의 평화가 진정한 의미의 평화인가 하는 부분이다. 케네스 보울딩이라는 미국 학자는 평화를 소극적 의미와 적극적 의미로 구분했다. 소극적 의미의 평화란, 당장 무력 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잠재적으로도 무력사용의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이론을 갖고 역사를 바라보면,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지구상에 한반도 존재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소극적 의미의 평화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최소한 한반도 내에서라도 적극적인 평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소극적 의미의 평화보다 훨씬 나은 상태를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은 바로 북한의 비핵화다. 비핵화는 소극적 의미이건 적극적 의미이건, 한반도…
인연론 /이선 딸아이, 까만 눈동자 낙타가 사막 위를 뜀박질하오 “히힝” 기쁜 소리들 어제 펴놓은 사막이불 위에 뽀드득, 발자국을 남깁니다 사막여우 눈, 깊은 샘에는 덜 자란 호수 속에 반짝이는 초승달이 박혀 있다는 깨달음 내일 아침밥상은 아내 눈 속에서 지는 저녁놀 나는 맨발로 출근합니다 - 이선 시집 ‘갈라파고스 섬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딸과 아들을 만나게 되었을까. 혈육의 인연이 된다는 것이 어쩌면 사막에 있는 모래 한 알 정도의 가능성이겠지만, 그런 가능성이라서 우리의 인연은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소중하니, 딸아이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사막 위를 뜀박질하는 것도, 덜 자라 아직은 어두운 초승달빛도, 아내의 눈 속에서 지는 저녁놀의 아쉬움도 기쁨과 아름다움의 일들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맨발로 출근을 한다 해도 거뜬하다. /김명철 시인…
경기도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이 허울 뿐이란 평가다(본보 11일자 1면). 민선 7기 출범이후 역대 최대 규모 일자리 창출계획을 수립 했으나 계획된 일부 사업은 시작도 전 일몰된 데다 상당수가 단기 공공성에 그쳐 실업률 개선에 기여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는 지난해 12월 6일 민선7기에 추진할 일자리창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종합계획에는 ‘더 좋은 일자리 많은 새로운 경기’를 비전으로 6대분야 67개 중점추진과제, 6대분야 540개 도 실·국자체과제가 담겼다. 6대 분야는 공공 및 공익적 민간 일자리, 미래 일자리, 애로처리 일자리, 미스매치해소 일자리, 공공인프라 일자리, 도시 재정비 일자리 등으로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목표는 모두 44만8천개다. 도는 이들 과제 선정을 위해 사전 일자리 전수조사, 중점추진과제 선정 점검회의, 시·군 참여방안 사전조사 및 협의 등을 거쳤다며 중점 일자리 추진과제 선정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가운데 19개 사업은 추진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특히 화재피해복구 지원사업, 발달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지원, 농식품 수출 농가업체 일자리 장려금 지원, 축산물 위생관리 실무인력 양성 등 4개 사업은 이
그동안 본란을 통해 여러 차례 접경지역 주민들의 어려운 삶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이 지역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각종 규제로 정체된 접경지역은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오지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최근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일부를 수정해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은 2011년 11개 부처가 참여해 접경지역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수립한 계획으로써 규모 위주의 ‘백화점 식 나열’이란 비판도 있었다. 이에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이 낮은 사업 등을 정비했다. 이를테면 경기도내 양주 UN빌리지·동두천 그린에코빌리지 등이다. 이들 사업은 투자실적이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민자사업들이다. 이를 과감히 조정함으로써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업은 ▲남북 교류협력 기반조성 ▲생태·평화 관광 활성화 ▲생활 SOC 확충 등 정주여건 개선 ▲균형발전 기반구축 등에 초점을 맞췄다. 오는 2030년까지 13조2천억원이 투자된다. 한반도 평화분위기에 발맞춰 남북 교류협력 기반조성 관련 분야에 가장 많은 예산인 5조1천억원이 투입된다. 경기도의 경우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이 변경·확정함에 따라
오늘날 글로벌 시장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소비자 취향의 급격한 변화다. 과거에 소비자들은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 및 기업들을 우선시 했으며, 이를 고려하여 차별화된 소비 성향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격과 품질을 우선시하는 소위, 가성비를 고려하는 소비자의 성향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나 기업을 차별화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아진다는 의미이다. 즉, 세계 어디를 가든 고객과 시장의 개념이 점차 동질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제는 중국은 물론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조차 미국인과 우리들이 즐기는 똑같은 맛의 햄버거를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며,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국경 없는 경제체제에서 고객은 상품 선택의 폭이 전보다 훨씬 넓어졌으며,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는 곧 고객이 갖는 힘이 그만큼 증대되고 있는 동시에 그들의 취향이 계속해서 까다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객의 욕구변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산천어인 ‘아롱이’와 ‘다롱이’이는 제천에 있는 산천어 양식장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2019년 1월 2일, 양식장 주인이 대기하고 있는 여러 대의 수족관 차량에 물고기 모두를 옮겨 태웠다. 물론 아롱이와 다롱이도 같이 실려갔지만 다행히도 같은 차량에 있게 됐다. 오랜 시간을 수족관에 갇혀 이동하다 보니 다른 물고기와도 부딪치기도 하고 산소도 부족해 몹시 고통스러웠다. 아롱이가 물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응, 아마 양식장보다 더 좋은 데일꺼야. 사람들이 우리를 넓은 강과 바다로 보내주려는 것이 아닐까? 희망을 갖고 조금만 힘을 내, 응?” 다롱이가 불안해하는 아롱이를 위로했다. 약 3시간여를 달리던 차량은 북한강 지류인 화천천변에 도착했다. 산천어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귀한 손님들이 오셨다”하며 물고기들을 마중나왔다. “아롱아, 내말이 맞지? 여기 강가야. 우리를 강에 풀어주려나 봐. 북한강을 계속 헤엄치다 보면 바다로 갈 수도 있어. 저 사람들이 우리를 무척 반가워하고 있어.” 다롱이가 기뻐하며 말했다. “응. 그래 네 말이 맞았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물고기들을 하천에 풀어놓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하천에 놓인 물고기들은 2
심장은 평생 뛰어야 한다. 이 기관이 멈춰 버리면 인간은 죽게 된다. 어디 인간 뿐인가? 모든 포유동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인간의 심장은 일생동안 얼마나 뛸까? 학자마다 다르지만 평균 15억회에서 23억회 정도로 추산한다.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들도 평생 이만큼 심장이 뛴다고 한다. 이 사실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학자가 스위스 출신 화학자 막스 클라이버다. 그는 1932년 모든 동물에서 신체 사이즈(체구)와 에너지 소비량(대사량)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작은 동물이 하루에 먹는 양은 적지만 대사율은 큰 동물보다 높다. 큰 동물과 같은 체온을 유지하려면 더욱 많은 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쥐는 맥박이 분당 약 500~700회에 이르고 수명은 3년이다. 분당 30회 정도의 코끼리는 평균 60년 산다고 한다. 이것이 ‘막스 클라이버의 법칙’이다. 심장이 빨리 뛰고, 천천히 뛰는 것에 따라 신체적 부담이 생기지만 일상적으로 심장이 잘 뛰면 생명유지에는 별 이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건강한 사람이 급사하는 일을 종종 접한다. 어떠한 전조 증상도 없이 찾아오는 이같은 재앙을 ‘돌연사’라 부른다. 때문에 현대인이면 누구나 이를 피
2∼3살 어린 아이가 걷는 도중 넘어지면 거의 대부분이 운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경우에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운다. 주변을 살펴보는 것은 어른들이 자신을 일으켜 주기를 바라면서 그 상대를 찾는 것이다. 스스로 일어날 수 있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일으켜 주기를 바라는 의타심(依他心) 때문이다. 영국인 알프레드 웰러스는 천잠나방이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광경을 보고 너무 안쓰러워 가위로 찢어서 나방이 쉽게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나방은 날개가 제대로 생겨나지 않았고 아름다운 색깔과 무늬도 생겨나지 않은 채 곧 죽어버리는 것을 봤다. 어린아이에게는 스스로 일어나나는 것이 겨울을 이기는 길이고 나방이에게는 스스로 고치를 뚫고 나오는 것이 겨울을 이기는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 효가 싹트는 것 50~60년대에는 보리 고개라는 것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자살이라는 용어를 모를 정도였다. 그 시절 자살 1위는 덴마크였다. 선진국이었고 풍요로운 나라였다. 지금 우리는 자살율이 세계 상위에 속하는 나라가 됐다. 과거에는 어린이들에게 겨울이 많았다. 가난으로 인한 굶주림, 낙후된 생활환경 등으로 그 고난을 이겨내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부부 사이에도 함무라비 법전의 원칙이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배우자에게 받은 고통이나 상처만큼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이 실현되는 순간이 바로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지는 순간이다. 함무라비 법전은 상대에 대한 잔인한 보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함무라비 법전이 보복을 강조했다면 고대 바빌로니아가 200년 동안 번영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복수 주의처럼 보이지만 법전의 원칙에는 눈을 다치게 한 사람을 죽이거나 팔, 다리를 자르는 등 지나친 처벌(보복)을 하지 말라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만약 피해자가 강자이고 가해자가 약자일 경우 피해자의 복수는 더욱 잔인해진다.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피해자인 나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복수는 계속된다. 함무라비 법전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등 정의 구현을 추구한다. 부부 사이에서 복수가 과연 관계에 도움이 될까? 상대의 복수를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함무라비 법전의 원칙처럼 부부 사이에서 잘못 인용되는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