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떨어진다 나뭇잎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열린다 차근차근, 천천히’ - ‘인생 후르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떨어지고 낙엽이 퇴비가 되어 땅이 비옥해지고 비옥한 땅에 열매가 맺힌다. 잠시만 자연에 눈길을 돌리면 자연은 우리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말해준다. 최근에 일본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큐 형식으로 그려낸 영화 ‘인생 후르츠’(Life is Fruity)를 보면서 의미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65년을 함께 해온 90세 츠바타 슈이치와 87세 츠바타 히데코 부부의 아름답고 느린 삶의 이야기다. 노부부는 직접 집을 지어 120여 종의 과일과 채소와 꽃을 직접 길러 먹거리를 즐기면서 느린 삶을 실천해나가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자연을 닮았다기보다 자연 그 자체이다. 2018년은 유독 아파트값이 화두가 되었던 한 해였다. 슈이치는 건축가로서 평소 집이란 자연의 숨결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존경하는 선배 건축가의 집을 보고 손수 지은 노부부의 집은 오늘날과 같은 재화의 상징이 아니라 그 안에 살
메주를 쑤어서 간장, 된장 같은 장(醬)을 담그는 일. 침장(沈醬)이라고도 한다.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발효시키고 숙성시킨 후 장을 뜨면 액상 부분이 간장, 고상 부분이 된장이 된다. 장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 신문왕조에 처음으로 나오는데, 신문왕 3년(683)에 왕비를 맞이하면서 보내는 납채(納采) 품목에 장(醬)과 시(?)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장을 담가왔음을 알 수 있다. 장의 종류는 200여 종 이상이 되며, 청장(淸醬), 즙장(汁醬), 담뿍장, 청국장, 고추장 같은 일반적인 것과 청태장, 접장, 막장, 시금장(등겨장), 거름장, 비지장 같은 별미장이 있다. 흉년이 들어 콩이 부족할 때는 콩잎, 콩깍지, 느릅나무 열매도 장 담그는 데 이용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장을 담그는데 최선의 정성을 다하며 신성시했다. ‘규합총서’에 보면 해 돋기 전에 담그면 벌레가 없으며, 그믐날 얼굴을 북쪽으로 두고 담그면 벌레가 안 생기며, 또한 신일(辛日)에 담그면 맛이 사납다고 나온다. 그런가 하면 장담그기 사흘 전부터 외출을 삼갔으며, 개를 꾸짖어도 안 된다. 장담그는 여인의 입을 창호지로 봉하기도 하였다. 장에 숯이나…
새해 기해년을 맞아 올해는 더욱 보람찬 한 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우연히 책을 읽다가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라는 글귀를 읽게 되었다. 이 글귀는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체포되어 여순감옥에서 사형 당하기까지 옥중에서 휘호한 여러 유묵(遺墨) 중 하나이다. 안중근 의사는 명필이었다고 한다. 얼음처럼 차갑고 칼날처럼 예리한 결기가 서려 있어, 손끝이 아닌 심장으로 써 내려간 게 바로 그의 필치라고 한다. 무엇보다 안 의사는 노력하는 사색인이었다.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보물 제569-2호인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荊棘)’이 그 한 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을’ 만큼 독서열은 대단했다. ‘백인당중유태화’는 ‘구당서(舊唐書)’에 나오는 장공예(張公藝)의 이야기에서 유래하는데, 백번 참으면 큰 화평이 있다는 뜻이고, 구세동거(당)는 9대에 걸쳐 이루어진 친족이 한집에 산다는 뜻으로, 집안이 매우 화목함을 말한다. 옛날에 장공예(578~676)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3대 4대가 살기도 어려운데 9대가 한집에서 살았다. 99세 동안 한 집에서 9대 900명
한 여론조사업체와 인터뷰 중이었다. 향후 교육정책과 그 영향을 점쳐달라는 대목에서 꽉 막혔다. 우리 교육의 변화·발전 방향을 알아맞혀라?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횡성수설이 되려고 해 스스로 실망스러웠다. 교육과정기준이 바뀌면 교육이 변했는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역량을 강조한다. 자기관리·지식정보처리·창의적사고·심미적감성·의사소통·공동체 역량 같은 것들이다. 지금 어떤 수업으로 이런 역량들을 길러주고 있나?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실험·실습, 토의·토론, 체험활동 같은 것들을 강조하며 단편적 지식을 주입하는 암기교육은 한물갔다고들 단언했지만 실제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핵심을 알려주고 암기시키고 확인하는 문제풀이 ‘훈련’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경향이 반복되니까 마치 주입식 암기교육을 고수하는 음흉한 세력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고교학점이수제가 적용되는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지면 초·중등교육이 정말로 변할까? 교육과정은 영향력이 미미하고, 주객전도로 오히려 대입제도의 영향을 받는데 비해 다가오는 4차 산업혁
눈사람의 상처 /이정록 삽날에 잘린 눈사람을 어루만진다 삽질 속에 결을 만들어 놓은 흙 부스러기 때문에, 삽날이 지나간 자리가 꽃등심처럼 곱다 아름다운 것이 이렇게 무서울 수가 있구나 등을 찍혔는데도 무늬를 보여주는 눈사람 저 흙길을 따라가면 서걱서걱 기저귀 얼어 있던 안마당 또 배가 불러오던 어머니를 만날 것 같다 마음 짠해서 어둠을 밝히는 눈송이들 왱이낫이 박힌 옹이 많은 옛길을 덮는다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겹겹 붕대를 두른다 삽날이 지나간 눈사람. 그 흙밥의 나이테를 어루만진다 - 이정록 시집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우리는 언젠가는 사라질 눈사람이다. 팔과 다리가 한 덩어리로 뭉쳐진 눈사람처럼 형체를 드러내고 살고 있지만, 서서히 무너져 없어질 존재들이다. 시인은 그러한 우리네 삶의 일부 중 각인된 어느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얗게 눈이 내리는 날, 삽날에 잘린 눈사람을 어루만진다. 등을 찍혀 무늬를 보여주는 눈사람. 그 상처에 박힌 흙 속에는 서걱서걱 기저귀 얼어 있던 안마당이 있다. 그리고 또 배가 불러오던 어머니가 있다. 언제 떠올려도 그 시절은 마음 짠해진다. 그러나 쉽사리 잊히지 않는, 지나간 시간은 다시…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가 9만7천명으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을 뜻하는 고용률도 60.7%로 전년 대비 0.1% 떨어졌다. 연간 고용률이 하락한 것도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은 3.8%로 2001년(4.0%)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으며, 실업자 역시 107만3천명으로 지금 방식의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고용상황이 나빠진 것은 여러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노동 수요 자체가 줄었다. 자동차, 조선, 해운 등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어쩔 수 없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이런 경기적·구조적 요인들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고, 해당 산업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 취약계층의 일부가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처럼 정책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고용 취약계층의 대부분은 저소득층이다. 그래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면 기존의 낮은 소득도 유지할 수 없다. 반면 전문직이나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고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은 경기가…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됨으로써 지방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소중하게 심어진 지방자치제를 키우고 꽃을 피워야 하는 지방의원들이지만 30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추태를 일삼고 있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끊임없이 계속돼 온 자질론 시비 속에 지방의회 무용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세금으로 관광성 외유를 하면서 나라 망신을 시키거나 각종 이권이나 부당한 청탁에 개입하기도 한다. 공무원에게 청탁압력을 행사하며 갑질을 일삼고 도박, 폭행, 성범죄, 음주추태, 등을 저지르는 이들도 많다. 최근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외유 중 추태를 보여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한 의원이 현지 가이드를 폭행했으며 어떤 의원은 “여자가 있는 술집에 데려다 달라. '여자'를 불러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마 한국에서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군의원 9명은 의회사무국 직원들과 지난해 12월 7박 10일 동안 6천100만원을 들여 미국 동부와 캐나다로 이른바 ‘연수’를 다녀왔다. 이때 버스 안에서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가이드를 박종철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이 수차례 주먹으로 때려 안경이 부서
‘대영제국은 해질 날이 없다(Great Britain no time to lose).’ 1883년 빅토리아 여왕(1837~1901)이 했던 말이다. 19세기는 영국의 시대였다. 이 당시 영국을 대영제국이라 불렀는데, 대영제국이란 근세 이래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건설한 영국을 통칭하는 말이다. 북해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영향력 있는 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대영제국은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교역권을 거의 독점적으로 행사하며 식민지 개척과 노예무역 등을 펼치면서 최강국으로 올라섰다. 또한 식민지 개척 과정에서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격파하며 세계 최강의 패권국 지위를 유지했다. 영국은 세계 여러 곳에 식민지를 가진 식민제국이었기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었다. 본국에는 밤이 오더라도 인도,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등 식민지 한 곳 이상은 낮이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이다. 케이맨 제도에서 해가 지면 핏케언 제도에 해가 떠 있으며 핏케언 제도에서 해가 지면 영국령 인도양 지역에 해가 떠 있고 인도양 지역에서 해가 지면 아크로티리 데켈리아에 해가 떠 있기 때문이다. 인류…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마치 동결 건조된 듯 우리 삶의 여러 가지 다양한 면을 포착하지 못한다. 사과만 하더라도 조그만 초록색의 풋사과였다가 점점 커지면서 붉은 기를 보이고 급기야는 빨간색 사과로 변한다. 내가 “빨간 사과”라고 말하지만 빨간 사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시든 빨강이 되고, 겉 표면에 까만 점이 피기도 하고, 썩게 되면 빨간색이 팥죽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어는 하나의 고정된 모습을 포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과하면 빨강을 연상한다. 여기에 언어와 실재와의 간극이 존재한다. 간극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사물은 하나의 모습을 갖지 않고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인간의 눈 또한 객관을 포착할 만큼의 능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늘 자기 관점만을 서술한다. 이에 반해 우리의 행위는 우리가 참이라고 믿는 것에 기반 한다. 참이라고 믿는 것, 즉 진리처럼 여겨지는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는 행동을 한다. 최근의 방송을 보면 여행과 맛집 프로그램이 대다수다. 여기에는 꼭 빠지지 않는 신조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나온다. 소확행에는 우리 청춘들에게 꿈을 꿀 자유를 차단시켜버린 사회적 고통에 대한
술에 얽힌 낭만과 풍류 그리고 우정의 얘기는 부지기수로 많다. 하지만 운전과 연관 시키면 정 반대다.그중에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음주운전일 것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지르는 원흉이라 불리니 말이다. 그래서 정부나 공공기관의 인사 검증에서 가장 무서운것도 음주운전 경력으로 통한다. 이런데도 우리 주위에선 여전히 술을 원만한 사회생활의 필수 요소처럼 여기며 운전대를 잡는다. 술을 마신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물을 식별하는 능력이 정상인보다 25% 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물체를 분별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만취 상태에서는 마차를 몰지 말라고 했다. 요즘 말로 하면 음주 후 운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최근 윤창호법이 발효됐으나 이를 무색케하는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전국에서 음주운전 사고 245건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69명이 다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경찰 특별단속에 걸린 음주운전 건수는 2만1천902건이다. 하루 평균 400건이 적발된 셈이다. 처별수위를 강화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풍조다. 어쩌다 이같은 사회가 됐는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