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3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마지막 공청회가 열린다. 이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단일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현재 국방부가 검토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방안은 36개월 교정시설(교도소) 합숙근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그동안 ▲복무 기간-36개월(1안)과 27개월(2안) ▲복무기관-‘교정시설로 단일화(1안)’와 ‘교정시설과 소방서 중 선택(2안)’ 등 대체복무 안을 제시했었다. 복무기간이 36개월인 것은 산업기능요원과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의 복무 기간이 36개월 안팎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현역 육군 병사의 복무기간은 현재 21개월인데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줄어든다. 대체복무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므로 현역 병사들보다 2배를 복무하라는 것이다. 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단일화시키려는 이유는 군 복무 환경과 가장 유사하고 합숙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자들은 교도소 내에서 주야로 합숙근무하면서 교도관들과 함께 취사나 물품 보급 등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이나 ‘양
우리나라에 고추가 보급되기 이전엔 김치를 소금에 담갔다. 이런 역사를 유추해 볼 때 지금도 11월 초 통째 혹은 크게 썬 무를 짜지 않은 소금물을 가득 부어 담그는 동치미는 가장 먼저 시작된 김치의 기본형이라 할 수 있다. 겨울 저장식품이라고 해서 조선시대엔 동치미를 ‘동침(凍沈, 冬沈)’ 또는 ‘동침저(凍沈菹)’라 불렀다. 겨울에 물에 담가서 먹는 김치 혹은 겨울에 국물이 언 김치라는 뜻이다. 그런 명칭이 세월이 지나며 일반인들이 한자어 ‘동침’을 동침이 혹은 동치미라고 부르면서 지금의 이름이 됐다고 한다. 동치미, 특히 국물은 옛날에도 겨울철 별미 음식을 만드는데 중요한 재료로 사용됐다고 한다. 조선시대 요리책 규합총서(閨閤叢書)엔 동치미 국물 이용을 이렇게 적고 있어서다. ‘겨울에 익은 후 먹을 때 배와 유자는 썰고, 그 국에 꿀을 타고 석류에 잣을 흩어 쓰면 맑고 산뜻하며, 그 맛이 매우 좋고, 또 좋은 꿩고기를 백숙으로 고아서 그 국의 기름기를 없애고 얼음을 같이 채워 동치미 국에 붓고, 꿩고기 살을 섞어 쓰면 그 이름이 이른바 생치김치이며, 동치미국에 가는 국수를 넣고 무, 오이, 배, 유자를 같이 저며 얹고, 돼지고기와 계란 부친 것을 채 쳐서…
아파트 분쟁으로 인한 고소·고발로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중재하기 위한 마땅한 장치가 없어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파트의 특성상 이러한 감정대립과 법적 해결은 함께 사는 공동체로서의 기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령은 이러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적 처리분쟁 이전에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아파트관련분쟁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적극적 행정행위가 요구되는데 이때의 적극적 행정행위란 흔히 오해되듯 행정기관의 규제강화가 아니라 입주자들의 자치능력 고양을 위한 정보제공, 분쟁조정, 교육 등 차원 높은 행정서비스가 돼야 한다. 그동안 아파트분쟁의 경우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자율과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방치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러한 병폐는 아파트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꼬이게 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입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대의에서 의결한 사항들이 제대로 다른 기관 및 집행에서 권위
무궁화 열차 /한소운 절실하지 않아도 이별은 쓸쓸하여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느린 강물 같은 기차 철컥철컥 마음을 흔듭니다 비행장도 KTX도 없는 안동역 갑자기 술래가 된 듯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 번 세 번 뒤 돌아봅니다 텅 빈 객실, 어디에 숨어야할까요 철커덕철커덕 창밖의 풍경만 무심히 쳐 냅니다 조금 전에 헤어진 사람보다도 더 외로운 기차 슬프도록 아름다운 길 하나가 기차의 꽁무니를 따라 갑니다 차창 밖 나비의 눈썹 끝에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중앙선 철로인 안동역에는 KTX는커녕 새마을호도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호사스런 비행장은 아예 존재조차도 하지 않는다. 느릿느릿한 무궁화호만이 안동역으로 오고갈 뿐이다.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기차는 왜 우리를 늘 낭만과 환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일까. 버스나 택시 혹은 비행기와는 확연히 다른, 어떤 알 수 없는 아련한 슬픔 같은 것이, 애잔한 그리움 같은 것이 기차에는 서려 있다. 긴 여운 같은 기차의 형상이 만들어내는 조화일까. 아니면 한정된 철로만을 달려가야 하는, 잠시의 이탈과 탈선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 철저히 고독하도록 운명 지어진 기차의 행로가 유발하는 연민 때문일까. 아무튼 기차를 타는 사람은 이별…
국세청이 주택이나 고액 예금을 갖고 있지만,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미성년자를 주요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주택보유자, 부동산임대업자, 고액 예금 보유자 등 조사 대상자 204명 대부분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다.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미성년 자녀들에게 부를 대물림하려는 세태에 국세청이 칼을 빼든 것이다. 국세청은 미성년자 보유 주택과 주식 자료를 바탕으로 세금 신고 내용 등을 전수 분석해 탈세 혐의가 짙은 사람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에는 부모에게서 현금을 받아 주택을 산 것으로 의심되지만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은 미성년자 19명이 포함됐다. 부동산 임대소득을 올리면서 임대자산을 마련한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 미성년자 22명, 수억 원의 고액 예금이 있지만, 상속·증여 신고 내역이 없는 미성년자 90명, 주식을 이용해 미성년자에게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 것으로 의심되는 73명도 국세청의 현미경 조사 대상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4억원 짜리 아파트 2채를 가진 유치원생과 9억원 짜리 아파트를 산 고등학생도 있었고, 16억원을 증여받아 모친과 공동으로 오피스텔을 산 뒤 자신의 지분을 초과한 임대소득을 챙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다가 황사까지 겹친 대기가 한국을 습격하고 있다. 연일 수도권에 미세먼지 특보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됐다. 인천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중구 신흥동 374㎍/㎥, 계양구 계산동 367㎍/㎥, 서구 검단 352㎍/㎥까지 치솟았다. 경기도 김포와 고양 등 경기 북부 8개 시·군엔 346㎍/㎥로 나타나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수원과 안산 등 11개시에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28일 낮 12시 경기 177㎍/㎥, 서울 137㎍/㎥, 충북 202㎍/㎥, 경북 222㎍/㎥, 광주 262㎍/㎥, 부산 190㎍/㎥였으며, 청정지역인 제주까지 169㎍/㎥로 치솟았다. 미세먼지의 공포는 국민생활패턴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 활동을 자제하게 되고 소비가 위축돼 주요 상권 내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미세먼지가 인체에 끼치는 해악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김홍배 교수와 연세의료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용제 교수팀은 ‘대기 오염에 오래 노출되면 모든 종류의 암에 의한 사망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1999년부터 2017년 사이에 수행된 대기오염과 암으
온 세상이 스마트한 세상이다. 스마트폰, 스마트TV, 스마트한 가전제품부터 스마트자동차와 스마트팩토리까지. 이제 더 이상 ‘스마트’ 패러다임의 물결은 모바일 및 IT(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모바일 컨텐츠, 포털사이트, 소셜커머스, 기업 솔루션 등 전통적인 모바일 전문기업은 물론 금융이나 언론,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기들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이러한 변화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스마트(smart)’하다는 의미는 ‘똑똑해진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스마트란 표현이 모바일이나 기계 등과 결합되어 사용될 때는 ‘능동적이며 똑똑하게 행동한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즉, 스스로의 운영체제와 인터넷 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시대에 우리는 첨단 디지털 기기들을 활용한다. 디지털 정보기기들은 다양한 정보 및 콘텐츠와…
모과가 선물로 들어왔다. 모과를 식탁에 올려놓자 은은한 향기가 감돈다. 모과 향기만으로도 집안이 산뜻해지고 찌뿌둥하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듯하다. 모과차를 만들려고 칼집을 내자 훅 향기가 쏟아진다. 모과를 반으로 가르니 씨앗들이 가득하다. 검고 탱글탱글한 씨앗이 한 줄로 나란히 하고 있다. 저 씨앗들 속에 혹독했던 지난 여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폭염에 가뭄까지 감내하기 힘든 여름이었다. 그 혹독함을 견디고 실하게 열매를 맺고 제 안 깊은 곳에 까맣게 씨앗을 품고 있는 모과가 대견하다. 농약을 주지 않아 벌레 먹었다는 지인의 말처럼 모과의 살 속에 벌레의 집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병충해 예방을 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과실이 거의 없다. 그나마 무 농약이라는 것을 위안 삼는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무 농약이 좋지만 과수나무의 입장에서는 과히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무줄기 속을 파고드는 벌레부터 과수열매를 병들게 하는 탄저병까지 여러 종류의 병충해가 있지만 극심한 가뭄 탓인지 과수나방이 유난히 심했다고 한다. 그래도 모과는 커다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고 씨앗을 튼실하게 키웠다. 모과뿐이 아니다. 이맘쯤이면 식물들이 자신의 종족을 지켜내기 위
과거 우리나라 하천 살리기 사업은 이수(利水)와 치수(治水)에 맞춰져 진행되었다. 하천과 인간의 공존보다는 도시 확장을 강조하였다. 인천시 역시 하천의 생태복원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2003년 시민과 함께하는 ‘푸르고 깨끗한 하천만들기 종합계획’을 발표할 때쯤이다. 인천시가 지난달 25일 원도심 활성화 7대 핵심사업 계획에 복개된 승기천 상류부에 대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2019년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승기천은 인천광역시 남구 용현동 수봉산에서 발원하는 하천으로, 하천의 유로연장은 약 10㎞에 달한다. 상류구간은 복개하여 도시시설로 활용하고 있고, 2009년 하류 약 6.2㎞ 구간에 대해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을 완료하였다. 상류부는 복개되어 하수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복원구간의 시점에 복개구간을 막아놓고, 복개구간에서 방류되는 하수는 차집관로를 통해 승기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있다. 하천의 절반은 여전히 오염되어 하천의 기능이 아닌 하수도의 기능을 하고 있다. 국내 자치단체들도 도시 재생과 연계한 하천 살리기를 추진하였다.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노송천은 1964년 복개돼 도로와 전통시장으로 이용되어왔지만, 수질오염으로 인한 악취가
숨은 신 /한영수 흰 낙타는 속눈썹도 흰색이었다 원 달라, 원 달라, 쉰 목소리에 고삐가 묶여 있었다 바람이 올 때마다 사막의 마른 빵 냄새를 풍겼다 바싹 마른 다리는 기다리고 있었다 견디고 있었다 앞무릎을 꿇고 언제라도 뒷무릎마저 굽힐 자세였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사람이 한 번 앉아보고 내리는 낙타의 잔등은 비어서 외따로 높았다 한 무리 관광객이 빠져나갔다 살구꽃이 풀리고 있었다 하얗게 어둑발이 내렸다 저녁기도 시간이 왔다 무엇일까요, 무엇일까요, 집게손가락을 제 귓구멍에 넣고 묻고 있었다 마지막 장이 찢어진 경전처럼 먼 곳에서 먼 곳으로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마침내 조용했다 낙타의 눈동자에 물기가 돌았다 흰 빛이 된 말이 길고 가는 속눈썹에 내려앉았다 객관적 상관물인 낙타를 통해 ‘숨은 신’과의 관계 혹은 의미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시앙 골드만은 그의 저서 ‘숨은 신(The Hidden God)’에서 존재하면서 동시에 부재하는 ‘숨은 신’의 개념을 빌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비극적 세계관이 바탕을 이룬다고 말하였다. 그에 의하면 신은 존재하지만 인간에게 드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