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7일, 한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그 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녀의 이름은 장자연. 고인은 유서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라고 불리는 문건을 남겼다. 이 명단에는 이른바 성상납 대상자 30여명의 이름이 들어있었다. 이들에게 100차례나 성 접대를 했다는 것이다. 30여 명은 유력 언론계 인사와 기업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방송사 PD 등이었다. 고인은 그동안 소속사 전 대표 등으로부터 성접대를 강요받았으며 강제 추행까지 있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발생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이 사건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고인과 친분이 있었던 동료의 증언이 소개돼 또 다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JTBC는 지난 1월 8일 고인의 당시 상황과 소속사 대표의 폭행이 두려워 술자리에 나갔다는 동료의 진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수사 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기록엔 술자리에 참석한 인물들과 장소도 언급됐으며 곳곳에 고인이 억지로 술자리에 불려갔던 정황이 나타나 있다. 최근 방영된 JTBC 뉴스에서도 한 동료는 고인이 생전에 “어머니 기일에도 술 접대에 불려나갔다”며 “참담한 현실에 목 놓아 우는 모습
1232년 몽골군의 침입 하자 고려 왕실은 지금의 강화도 관창리 궁을 짓고 개경에서 피난와 39년간 머물렀다. 고려의 ‘강도(江都)’시대다. 당시 고려는 대몽 항쟁의 시련 속에서도 수도로서 개경 못지않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고, 축조되었던 궁터와 왕릉은 고려의 왕실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강도엔 아픈 역사도 있다. 왕족과 지배 계급은 백성의 고통과 절망에는 아랑곳없이 궁궐에서 연등회와 팔관회 같은 큰 행사를 꼬박꼬박 치르는등 그 호화로움이 개경에서 벌이던 것에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동국통감(東國通鑑)엔 이런 기록도 있다. "여름 5월, 최이(崔怡)가 종실의 사공 이상과 재추들을 그의 집에 불러 연회를 베풀었는데, 기악(伎樂)을 벌여 온갖 놀이를 하고, 팔방상(八坊廂)의 공인 1천 3백 50여 인이 모두 성장을 하고서 뜰에 들어와 음악을 연주하는데,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는 소리와 북을 치고 피리를 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그 비용이 거만(鉅萬)이나 되었다" 고려 왕실과 지배계급의 잔치는 이처럼 항상 음악과 춤을 곁들여 호화로운 것이었다. '처용무'나 '가면잡기'
우리나라 대기업 공장을 방문해보면 커다란 공장 내에 근로자들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철강·석유화학 등 장치산업의 경우는 특히 더하다. 모든 시설은 자동화·기계화되고 근로자는 중앙통제장치에서 공정을 감시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공항의 탑승수속도 셀프로 하고, 주유소, 음식점, 목욕탕도 무인 계산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투자가 늘어도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 사업자의 자연독점의 심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추가적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회계·법·의료·교육 등 전문적인 분야까지도 일자리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 빠른 기술발전으로 자본이 노동을 효과적으로 대체함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지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과거보다 부유하게 되지만, 자본이 아닌 노동력만을 생산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은 설 땅을 점점 잃게 된다. 상위 1% 부자가 차지하는 소득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미국 등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적 추세이다.…
꽃등 /방민호 한밤에 켠 꽃등은 아름다웠네 꽃등들 한데 모여 춤추면 꽃등에 그린 것들 살아있는 듯했네 노란 오징어가 헤엄쳤네 파란 코끼리가 앞발 이리 내딛고 저리 내딛고 빨간 올빼미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장난스레 웃었네 꽃등 아래 서서 꽃등을 보면 세상은 왜 그리 탐스러운지 종이로 빚은 꽃등들의 아침은 생각나지 않았네 오로지 밝게 지금 빛나는 한밤의 꽃등만 사랑할 뿐이었네 한낮의 꽃등, 밝은 대낮의 꽃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가도 가도 끝이 없이 내 앞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들, 내 안의 가난과 남루와 곤궁 같은 어둠들, 내 밖의 압제와 만행과 농단 같은 어둠들 속에서의 꽃등이야말로 빛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한밤의 어둠을 뚫어내지 못하고, 그 어둠에 매몰되어, 어둠과 똑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본래 빛이었을 것이다. 빛으로부터 생겨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한밤을 밝힐 수 있는 꽃등이어서, 꽃등들로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노랗게 헤엄치면서, 파랗게 휘저으면서, 빨갛게 웃으면서. /김명철 시인…
국내 증시의 연저점 경신속에 29일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이 무너지는 등 사실상 '패닉장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1.53% 내린 1,996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0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2016년 12월 7일 이후 2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개인이 5천억 원 가까이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1천600억 원의 매도우위였다. 주가 하락은 소비심리를 짓누르고 이는 다시 소득과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일이다. 오늘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증시안정을 위해 5천억 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 중심으로 펀드를 조성해 주식을 사들인다는 것이었으나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가 5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5천억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도 의문이다.결국, 주식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펀더멘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금융위원회는 한국의 경제펀더멘털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인천시가 ‘원도심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이 사업은 구도심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사업으로 마을단위로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한다.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구도심 지역 주민들은 에너지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인천시는 올해 관내 민간주택을 포함한 422개소에 태양광 1천532㎾, 지열 52.5㎾, 태양열 220㎡, 연료전지 12㎾, ESS 800㎾h를 구축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내년에도 민간주택 등 385개소에 태양광 2천306㎾, 지열 52.5㎾, 태양열 483㎡를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마을공동체가 공용발전사업을 통해 에너지마을 기업을 구성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 사업으로 연간전력 5천97MWh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로 인해 전기한 것처럼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사용하고 남는 전기를 한전에 되돌리는 상계거래를 통해 전기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본보 29일자 7면) 따라서 이 사업이 올해와 내년 뿐 아니라 매년 지속되길 바란다. 아울러 범위도 더 넓혀
‘남한산성’이라는 이름은 백제 온조왕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울긋불긋 붉은 단풍들 사이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끝없는 시간여행을 부추긴다. 남한산성의 회색의 성곽길은 화려한 단풍과 대비되어 한층 더 기나긴 역사를 부각시키는 듯하다. 회색과 오색단풍의 절묘한 만남. 남한산성을 가장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시기이다. 남한산성에서도 가장 높은 곳 수어장대로부터 오늘 여행을 시작해보자. 수어장대는 남문과 서문 사이에 자리해 있다. 남한산성에서 위치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있어서 산성의 성내는 물론이고 성 밖 멀리까지 살피고 감시하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래서 수어장대는 장수의 지휘소 겸 감시시설이다. 남한산성에는 동서남북과 외성의 외동장대까지 모두 5개의 장대가 있었다. 그중 서쪽을 방어하는 장수의 지휘소가 바로 수어장대이다. 지금은 나머지 장대는 모두 없어지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수어장대이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은 기단 위에 수어장대가 있다. 수어장대 위로 올라서는 계단도 자연석으로 눈길을 끈다. 2층의 수어장대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이맘때가 되면 단풍으로 물든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한층 더 멋스러움을 자랑한다. 수어장대…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혈중 알코올 농도별 사고율이란 게 있다. 0.05% 이하에서는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으나, 0.05~0.09%면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상태로 사고율은 1.2~2배로 높아진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0.1% 상태가 되면 사고 위험은 5배나 된다. 사고력과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0.15%면 10배, 그리고 0.18%에 이르면 정상인보다 20배나 높은 사고율을 보인다고 한다. 음주운전 차량이 ‘달리는 폭탄’에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몇 년 전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면 마신 폭탄주 한 잔 가격이 600만원꼴이라는 자료가 발표된 적이 있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5잔을 마신 후 전치 4주의 인명사고를 낼 경우 벌금 1천만원, 변호사 선임비용 500만원, 운전면허 재취득비용 100만원 등 비용을 따져보니 3천만원 이상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망사고를 낼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금전적으론 물론이고 ‘도로 위 살인자’로 낙인 찍혀 본인은 평생 죄책감에, 피해 가정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해서다. 그래서 나라마다 음주운전 처벌은 매우 강력하다. 미국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살인죄를 적용한다. 싱가포르는 첫
어느 마을에 늙은 홀아비와 아들과 며느리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아침저녁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운 형편인데 늙으신 아버지의 환갑이 다가왔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방법이 없자 궁리 끝에 며느리는 길게 자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기로 결심했다. 그 시절에 여인이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고 부모님께 받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은 부모와의 연을 끊는 행위로 간주되는 때였다. 그렇지만 홀로 되신 시아버지의 회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돈으로 쌀을 사고 반찬을 마련해 정성껏 환갑상을 마련했다. 특별히 사람을 초대해서 성대한 회갑연을 해 드리지 못하는 죄스러움에 초라하게 차린 환갑상을 받아야 하는 홀아버지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 아들은 방바닥을 두드리며 장단을 치고 며느리는 잘라낸 머리를 감추기 위해 보자기를 쓰고 춤을 추었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늙은 아버지는 잔칫상을 앞에 놓고 눈물을 흘렸다. 마침 미행을 나간 성종은 이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고 백면서생인 아들에게 다음번 과거에 꼭 응시하도록 간곡히 당부했다. 그 이듬해 별시를 치른다는 방이 붙었고 과장에 걸린 시제는 다름 아닌 喪家 僧舞 老人
며칠 전 회의가 있어서 대구로 출장을 갔었다. 회의시간에 쫓겨서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대구역 광장으로 나오는 출구 옆에서 누군가 계속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는데 “선생님”하고 뛰어와 팔을 잡는다. 가까이서 보는데도 바로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 몰라요?” 묻는데도 어색한 미소로 답하고 얼굴을 찬찬히 보니 그때야 기억이 났다. 반가움과 미안함에 이런저런 짧은 안부를 묻고 저녁에 다시 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회의를 하는 내내 직업적 촉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는척해주는 것이 감사했지만 잘 살고 있겠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계속해서 궁금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지금은 성인이 되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 18세였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기는 했지만, 수원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조사실에서 마주한 그녀는 가출을 한 지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말끔한 모습은 아니었다. 단발머리에 조사를 받으면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철부지 십대였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사건지원, 의료·상담을 진행하다가 1년이 지나서 연락이 두절되었었다. 현장에서 만나 지속적인 관계를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