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마음을 급하게 한다. 마지막이란 늘 다그치는 습성이 있는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하는 힘이 있는지 느슨했던 마음도 마지막이란 단어 앞에선 뒤를 돌아보게 한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누구는 24시간이 모자라 잠잘 시간을 쪼개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시간이 안가서 하루가 지겹고 힘들다고도 한다. 음악학원을 방문했다. 오후에 방문했는데 벽시계는 11시 15분을 지나고 있다. 몇 번 시계를 힐끔거리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원장이 그 시계 틀린다며 시간을 늦게 맞춰놓은 이유를 설명한다. 수강생이 수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시간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학원을 방문한 시간과 퇴원할 시간을 재느라 시계만 쳐다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시간을 다르게 해 놓았다는 설명이다. 피아노 치기는 싫고 친구들과 놀고는 싶은데 방과 후 몇 군데씩 학원을 가야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심지어 시계 볼 줄 모르는 어린 아이도 시계의 큰 바늘이 어디까지 가면 엄마가 데리러 오느냐고 묻고 또 묻는다고 한다. 요즘은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일몰이 되다보니 하루가 더 짧게 느껴진다. 활동할 수
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형사를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정식 입건했다. 아울러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형사계장과 경찰관도 사체은닉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8차사건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찰과 경찰 관계자 8명이 형사 입건된 것이다. 이들은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공소시효가 소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 없이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청춘기의 20여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살아야 했던 윤모씨의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게 돼 다행이다. 윤씨는 1988년 당시 13세의 박모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검거됐다. 윤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경찰의 강압 수사로 인한 허위 자백이었다며 상소했다. 그러나 2심과 3심은 그의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아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런데 윤씨의 억울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춘재에 의해 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춘재는 8차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자백했고 이 사건으로 옥고를 겪은 윤씨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중단없는 전진’이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새벽종이 울렸고 사람들은 골목골목 빗자루를 들었다. ‘살기 좋은 내 마을’을 ‘우리 힘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또 영문도 모른채 해외로 나가기도 했다. 군인들은 베트남에서 미군과 함께 전쟁을 치렀고 광부와 간호사는 독일로 갔다. 달러(USD)를 벌기위해서.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 가운데 일부는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흐지부지 상태다. 아무튼 우리는 1970~90년대를 일에 파묻혀 살았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것을 이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잃은 것이 더 많았다. 가장들은 자녀들 얼굴조차 못보고 일했지만 어느 순간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가 사라졌다. 대부분 일중독으로 ‘열심히만’ 살았다. 그것을 당연시했다. ‘이게 아니라’는 자각이 들기시작한 건 2000년대에 들어서다. 시대상은 광고 문구를 통해 드러났다. 2002년 현대카드 광고가 선두주자였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열심히 일했으니 쉴 자격이 있다는 내용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반신반의했지만 그때 조금 알았다, 쉬어도 된다는 것을. 2012년 손학규 대통령선거 경선캠프에서 그 유명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문
포천은 동쪽·북동쪽에 가평군·강원 화천군, 서쪽으로 천보산맥을 경계로 양주시, 남쪽으로는 의정부시·남양주시, 북서쪽으로는 한탄강·지장봉·화인봉 등을 경계로 연천군, 북쪽으로 강원도 철원군과 접하며 북동쪽 경계에 백운산·국망봉·현등산 등이, 북쪽 경계에는 명성산·광덕산, 남쪽 경계에는 용암산 등이 있다. 포천천과 일동천은 영평천과 합쳐 연천군 신답리 아우라지 나루에서 한탄강으로 합류한다. 또 다른 수계인 산내천은 연천군 초성리를 거쳐 한탄강으로 들어간다. 이 두 하천의 유역은 비교적 넓어 경작지와 취락으로 이용된다. 내륙에 있어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나타낸다. 연평균기온 10.5도, 1월 평균기온 영하 7.3도, 8월 평균기온 25.7도이며, 연강수량은 1천300㎜이다. 이처럼 포천은 지리적으로 산세가 좋고 물이 맑아 천혜 자연을 보유하고 있다. 전 토지의 69.1%가 임야이고 17.6%인 경지 중 논 5천239㏊, 밭 5천865㏊의 비중은 비슷하다. 주요 농산물로 쌀과 감자·콩 말고도 각종 채소류, 특용작물, 과일류가 생산되고 있고, 젖소&mid…
예식장에 갔다. 예식을 보고 식사도 맛있게 하고 나왔다. 신부와 신랑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은데 나올 때 꽃다발까지 안겨준다. 이 무슨 횡재인가 싶다. 요즘 일부 예식장에서는 예식에 쓰인 꽃을 포장까지 해서 하객들에게 나눠준다. 꽃다발을 받아들고 보니 축의금을 더 내고 싶어진다. 기분까지 활짝 핀다. ‘꽃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것보다 ‘꽃을 싫어하세요?’라고 묻는 것이 더 쉽다. 다들 꽃을 좋아한다. 몇몇 예외를 뺀다면. 안 좋아하는 사람을 두 사람을 알고 있다. 어떤 플로리스트는 꽃다발 대신 돈으로 달라고 했다. 이해한다. 매일 만지는 것이 꽃이니까. 다른 한 명에게 꽃을 반기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배추라면 김치라도 담그지 꽃은 먹을 수도 없잖아” 먹어봤자 배도 안 부르다는 꽃. 그가 식물을 나누는 기준은 먹을 수 있는 풀과 먹을 수 없는 꽃. 두 가지다. 아마도 그의 아내는 평생 장미꽃 한 다발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다. 장미를 좋아한다. 화려하기도 하거니와 여러 품종, 다양한 색을 가졌다. 제각각 다르면서 하나같이 예쁘다. 부드러운 꽃잎의 질감이 좋고 시선을 끄는 크기가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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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음식배달 역사는 오래됐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적어도 250년은 족히 된듯하다. 1768년 실학자 황윤석이 펴낸 일기 ‘이재난고’에 “과거 시험을 본 다음 날 평양 냉면을 시켜 먹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1925년 발간된 ‘해동죽지’를 보면 배달 음식 종류도 다양했다. 그중 인기 음식은 ‘효종갱(曉鐘羹)’이었다. 새벽종이 울릴 때 먹던 국이라는 의미다. 요즘으로 치면 ‘해장국’인 셈이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통행금지가 해제되던 새벽 4시 경 배달해 먹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해장국 맛집이 많았던 경기도 광주에서 시켜 먹었다고 하니 유별난 우리의 배달문화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통신수단이 전무 했던 시절이라 배달발품은 당연 노비들의 몫이었을 테고. 이렇게 시작된 토종 배달은 세월을 거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국민 중 배달음식 한번 안 시켜먹은 사람이 없고 이제는 배달 없는 음식은 상상을 못할 정도가 됐다. 시간도 상관없다. 전화 한 통 또는 클릭 한 번이면 갓 조리한 음식이 집 앞까지 온다. 그야말로 ‘배달의 왕국’이다. 덕분에 배달업계도 성장을 거듭, 기업화 하면서 새로운 배달문화가 생겼다. 음식점에 속해 있던 배달 시스템이
숨어들다 /이위발 전등이 밤을 몰아낸 줄 알았더니 밤은 사람의 가슴으로 숨어들어가 지우기 어려운 어둠이 되었다는 생각 세상의 어둠은 빛 앞에서 소멸이 아니라 보다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다는 생각 한 권의 책으로 내 옆에 누워있는 그림자 - 이위발 시집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 천년의시작·2016 밤이면 도시는 어둠을 물리치듯 휘황찬란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네온의 불빛이 어둠을 몰아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밤이 되면 사람들은 제 가슴속으로 숨어들어 빠져 나오지 않는 홀로 숨 쉬는 어둠이 된다. 사람들의 밤은, 아니 사람들의 어둠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은밀히 살아내는 것이라는 시인의 상상! 완전한 밝음은 오히려 존재를 사라지게 할 지 모른다는 두렵고도 당연한 발견은 결국 어둠은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옆에 두고 난감한 시간에 자신을 들여다보듯 보게 되는 내게 숨어든 한 권의 책이 아닌가. 오늘도 내 어둠의 책을 펼치고 부끄러운 밝음을 씻어내야겠구나. /김윤환 시인…
10여 년 전 러시아 체홉 페스티벌 극장에서 제작한 셰익스피어의 <십이야>가 LG아트홀에서 상연된 적이 있었다.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상연되는 동안 몇 번이나 폭소를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작품을 보고 난 이후 종종 이 작품을 되새기곤 했는데, 그건 이 작품이 선사했던 후련한 느낌 때문이었다. 몇 쌍의 커플들이 엇갈림을 반복하다 이내 제 짝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형적인 해피엔딩의 스토리이다. 그런데 러시아 체홉 페스티벌이 제작한 <십이야>에서는 러브 스토리에 필수적인 여배우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출연한 모든 배우가 남성 배우들이었다. 일부 배우들이 여성 분장을 한 후 여성의 역할을 소화했던 것이었다. 동성 간에 이루어지는 사랑 연기가 그 자체로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여성으로 분장한 남자 배우들이 사랑에 빠진 각양각색의 여성들을 얼마나 그럴싸하게 표현했는지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동성 배우들끼리의 사랑 연기에는 긴장감이 없어서 바라보기가 편안했다. 그때 처음으로, 텔레비전을 켜면 등장하는 허다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에 필자가 피로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작
페루의 수도 리마에는 ‘수치의 장벽’이 있다. 장벽의 길이가 10㎞가 넘는데 3m가 넘는 담 위에는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양쪽은 서로 오갈 수 없는 다른 나라처럼 여겨진다. 같은 도시 안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한쪽은 판자촌이고 다른 한 쪽은 아주 고급 부촌이다. 한쪽은 몇 십억 넘는 넓은 수영장이 딸린 고급 주택들이 즐비하고 한쪽은 금방 쓰러질 듯한 남루한 판자촌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빈민가 사람들에 의해 오염되거나 절도와 약탈 등을 걱정하여 벽을 세운 것일 것이다. 이 경제적인 차이의 편가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며 오늘날에도 되풀이 되고 있는 패악(悖惡)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열차’와 ‘일등열차’를 보면 이점은 더 확실해진다. ‘삼등열차’는 철저하게 소외된 군상들로 침울하고 의욕을 상실한 침울함만이 지배하고 있음에 반해 ‘일등열차’ 우아함과 여유가 넘쳐흐른다. 경제적인 편가름에 비해 사상에 의한 편가름은 훨씬 무섭고 강렬하게 나타난다. 십자군 전쟁도 대표적이지만 전쟁을 비롯 학살, 감금 등이 난무한다. 좌우의 대립은 한국 사회를 가로지른 가장 끔찍한 형태로 제주 4·3, 한국전쟁, 광주민주항쟁을 거치며 현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