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6월 19일, 멕시코의 황제 막시밀리안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파리 전체는 술렁거렸다. 멕시코의 지하자원에 눈독을 들였던 왕가는 강제로 막시밀리안 대공을 멕시코의 황제로 파견시켜놓고는, 멕시코 주둔 군력을 유지할 예산이 바닥나버리자 황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군대를 철수시켜 버렸던 것이다. 이에 막시밀리안은 즉시 처결 당했고, 파리 내에서는 왕당파와 공화당 지지자들 간의 대립이 첨예해졌다. 마네는 즉시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이라는 제목으로 가로 2m 안팎의 대작들을 여러 점 그리기 시작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마네가 이 사안에 대하여 얼마나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당초에 그는 작품을 통해 이 사건을 세상에 널리 고발할 생각이었지만, 끝내 국전에의 출품은 포기하였고, 관객들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마네는 프랑스 군인들의 스페인인 학살을 다룬 프란시스 고야의 ‘1808년 5월 3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고야를 습작하며 연구하고 있던 마네는 이 작품의 구도를 거의 그대로 차용하면서, 60년 만에 프랑스가 또 다시 자행한 잔혹한 일을 고
숲·2 /박정원 비운다지만 비우지 못한 것들만 팔랑거린다 구석으로 몰릴 처지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구나 비웠다는 숲이 왜 다시 꽉 차 있는지 삭정이 하나 떨어뜨리면 또 하나의 삭정이가 왜 매달리는지 썩고 뭉그러진 것들이 쌓이고 쌓여 왜 산이 되고 마침내 별똥별로 떠돌게 되는지 숨어 사는 바람처럼 왜 예상치 못하게 여기저기서 옥죄어 오는지를 그곳이 바로 내가 갇힌 숲 내 숲의 철창을 하나씩 하나씩 떼어내본다 언제부터 내 껍데기에 자리 잡은 지를 왜 청국장 같은 생각들이 전혀 삭혀지지 않는지를 안다고 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로 더욱 빼곡한 숲 - ‘시와 소금’ / 2017년 가을호 나도 모르게 구석으로 몰릴 때가 있다.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그러한 처지가 되는 것은 매우 당혹스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짚어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 모든 일은 타인이 아닌 나로 인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 내가 나를 안다고 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로 빼곡한 숲을 본다. 그곳
스트레스의 어원은 라틴어인 ‘stringer(팽팽히 죄다, 긴장)’이다. 이 용어는 원래 물리학·공학 분야에서 사용했으나 1936년 캐나다 생리학자 ‘한스 셀리’가 ‘개인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지각되는 외적, 내적 자극’을 스트레스로 정의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의학계 용어가 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스트레스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명체가 외부의 환경이나 내부의 변화에 즉각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싸울지 도망갈지를 빨리 결정하게 하는, 그야말로 객관적인 ‘생존 시스템’이라 할 수 있어 그렇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면 각종 응급상황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라자루스’는 이를 두고 “인간은 학습능력을 사용해서, 전에 일어난 일과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지면 전에 겪었던 경험을 되살려 미리 위험에 대비하려고 하는 이른바 ‘예측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불에 한 번 데인 어린 아이는 그 후에는 불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거나, 불이 가까이 오면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려 불을 피하려고 한다는 게 그것이다. 스트레스에도 좋은 스트레스(eustress)와 나쁜 스트레스(distress)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공짜병’이 도지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화두를 이룬 이후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무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교복을 무료로 준다니까 교육청도 덩달아 맞장구를 친다.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는 당선되면 초중고 급식을 전면 무료로 하겠단다. 일부 후보들은 수학여행과 같은 체험학습도 무료를 추진하고 심지어 차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통학비나 스쿨버스비마저 지원하겠다는 태세다. 어떤 후보는 방과후 학습비도 지원한다고 했다. 스쿨버스비 재원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비용부담을 줄이는 대신 지자체와 학교, 교육청이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데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가 이같은 사실을 아는지나 모르겠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면 이같은 후보자들의 ‘퍼주기’ 경쟁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도지는 고질병이지만 유권자들의 ‘공짜심리’를 이용해 표를 얻으려는 얄팍한 수법이다. 문제는 너나 없이 쏟아내는 무상공약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은 거의 없다. 무조건 나라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뿐이다. 여야와 보수 및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청년·노인·주부·엄마·어린이에 이르기까지 표만을 의식해 각종 수당도 지급하겠단다. 노령수당 인상에 속
지난달 수원지방법원이 한 유명 여배우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려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3월에 8억여 원에 가까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한 채 수원지법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종합소득세 등 7억9천600만 원을 내지 않아 국세청의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도 공개된 바 있다. 그의 채무 가운데 대부분은 종합소득세를 비롯한 세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법원이 회생 절차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회생 절차는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회생 계획안에 따라 채무의 일부를 갚으면 나머지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채권조사 절차를 거쳐 나온 회생 계획안에 채권자들이 동의하면 회생 신청이 인가된다. 하지만 세금 체납의 경우는 회생 절차가 시작된다 해도 체납된 세금의 일부를 면제하지 않는 대신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 세금납부를 유예해주는 결정이 내려진다. 지금 중앙 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세금 체납자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특히 고액·상습체납자들이 문제다. 이들 가운데는 정말로 형편이 어려워져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세금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지방세를 납부하지 않는 비양심적 체납자들도 적지 않다. 세금을 낼…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하며 우리나라 섬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하는 섬으로 14번째 큰 섬이었으나 바다를 메워 백만 평 정도의 땅이 생기면서 현재는 여덟 번째 큰 섬이 되었다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북녘 땅이 보일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섬으로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섬이기도 하다. 인천항을 출발해서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까지 3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짙은 안개로 걱정이 됐지만 백령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컸다. 여행은 좋은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여행하는가에 따라 여행의 기쁨과 즐거움이 다르다. 이번 여행은 부부 사십여 명이 함께 한 여행이다. 남편 동창들 부부와 함께 나서다보니 할 말도 많고 웃음도 많다. 별거 아닌 말에도 웃고 떠들고 즐기다보니 훌쩍 시간이 지나 백령도 도착이다. 백령도에 들어서니 ‘신이 남기고 간 한 편의 작품 같은 섬, 통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곳 서해의 종착역 백령도입니다’라고 쓰인 글귀가 발길을 세웠다. 백령도는 군사적요충지이기도 하지만 비경이 빼어난 곳이다. 장군머리와 같은 형상이라 두무진이라 불렀다는 이곳을 유람선으로 관광
배 4개를 70명 아이들에게 배식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깍두기 크기의 20조각을 열 명이 먹었다니, 요술이다 싶었습니다. 마음으로는 이렇게 묻고 있었습니다. 원장님은 그렇게 먹고 살아왔습니까? 주변의 아이들은 그렇게 먹고 성장했습니까? 그 열량이면 성장에 매우 적절한 것입니까? 조리사 선생님이 항의를 하면 그 선생님은 결국 교체되었다면서요? 그 아이들이 돈을 내지 않아서 그랬습니까? 감독기관에서는 그 아이들은 무시하고 소홀히 다루어도 늘 그냥 두었습니까? 한 푼씩 한 푼씩 아껴서 더 중요한 사업에 전용했습니까? 그런 일이 있었다면 구청에 알리지 그랬습니까? 이건 정말 마지못한 질문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어서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고 여긴 건 아닙니까? ‘내 새끼’가 아니어서 홀대를 한 것 아닙니까? 어떤 생각으로 원장 발령을 받았습니까? 돈이나 왕창 벌어보자 싶었습니까? 어린이집이 돈 버는 곳인 줄 알았습니까? 원장이 되어보니까 그게 아니어서 분통이 터졌습니까? 돈 버는 걸 목적으로 하는 사업가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요? “에이 쪼잔한 좀벌레 같으니라고…” 교
사흘 /박지웅 문상객 사이에 사흘이 앉아 있다 누구도 고인과의 관계를 묻지않는다 누구 피붙이 살붙이 같은 사흘이 있는 듯 없는 듯 떨어져 있다 눈코입귀가 눌린 사람들이 거울에 납작하게 붙어 편육을 먹는다 사흘이 빈소 돌며 잔을 채운다 국과 밥을 받아놓고 먹는 듯 마는 듯 상주가 사흘을 붙잡고 흐느낀다 사흘은 가만히 사흘 밤낮 안아준다 죽은 뒤에 생기는 사흘이라는 품 사흘 뒤 종이신 신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사흘이 있다 사흘이란, 장례 절차의 한시적 시간이다. 그 사흘 동안 망자는 이승으로부터 영원히 떠날 준비를 하고 남은 사람들은 망자를 떠나보내기 위해 동분서주 마지막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어쩌면 생과 사를 가르는 이 사흘이 얼마나 엄숙한 기간인지를 환기시키는 시다. 필시 사흘을 거쳐야하는, 누구라도 부닥쳤을 장례식장의 풍경이지만 나에겐 피붙이의 죽음을 앞에 놓고도 편육을 먹고 육개장에 밥 말아먹고 상주와 조문객 사이의 의례적인 인사가 오가는 것이 얼마나 낯설었던가. 참척의 슬픔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그러한 행위가 이해되지 않던 때 있었지. 영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일자리 추경예산안이 통과됐다. 정부는 21일 오후 10시 즉각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3조8천여 억원 규모의 ‘청년 일자리·구조조정 위기지역 대책’ 추가경정예산 공고안과 배정계획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추경은 청년 취업난과 구조조정 지역의 경제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응급조치이자 향후의 사태악화를 막기 위한 예방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추경을 신속히 집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이에따라 45일 만에 국회 문턱을 통과한 추경의 70%를 두 달 안에 집행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7월 말까지 2조6천800억원 이상을 풀겠다는 의미다. 청년과 구조조정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도 해나가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도 21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제5차 긴급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어 2018년 추경예산 집행계획을 논의하고 신속하고 내실있는 집행에 힘을 쏟기로 했다. 일단 청년 일자리 창출과 위기지역을 살릴 수 있는 재정이 확보된 것은 다행스럽다. 문제는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이다. 지난해 이맘 때도 11조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말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맞는 말이 아니다. 국회의원들 얘기다. 얼마 전 김모씨가 단식농성 중인 김성태 원내대표를 가격한 사건이 있었다. 김씨는 곧바로 구속됐다. 정당의 원내 대표에게 폭력을 휘두른 그의 죄는 마땅히 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법이 공평하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치외법권 지대에 있는 것 같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홍 의원은 2012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경민학원이 외부에서 기부받은 ‘서화 구입비’ 약 19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범인도피 교사 등의 혐의로 홍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염 의원은 지난 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지역구 사무실 보좌관을 시켜 수십여 명의 채용을 청탁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청탁 명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어 홍문종·염동열 의원의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