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북부시장 앞 자동차가 한두 대 오갈 수 있는 골목길이었던 것 같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 빈 미용실 문을 열며 나는 말문을 열었다. “계세요? 염색을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내실로 연결되는 방문이 열리고 한 아주머니께서 밖으로 천천히 나오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저, 휠체어를 탄 어머니라 몸이 좀 불편하신데 괜찮을까요?” 결코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환한 미소 끝에 힘을 주어 말씀해 주셨다. “당연히 괜찮지요.” 병원 주변을 몇 번을 오르내려도 도무지 휠체어가 오르기에는 턱이 높은 미용실만 있었지 들어갈 수 있는 미용실이 없었던 나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주머니께서는 망설임 없이 어머니를 편안하게 휠체어에 앉힌 채로 염색을 시작하셨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은 환자라 머리카락도 힘이 없고 하니 염색만 하고 아주 예쁘게 다듬어주시겠다고 했다.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진 나는 미용실 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머리를 할 수 있는 의자가 두 개, 손님들이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소파가 하나. 벽에는 착한가격업소라고 적혀있는 표식이 붙여져 있고, ‘사랑’이라는 제목의 글귀가 표구된 액자도 하나 걸려 있었다. 가족인 듯한 사진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작은 소품들…
인천내리감리교회가 핵심 상권에 자리한 도로 부지(중구 인현동 83-2)를 인천시에 기부채납했다. 이 땅은 12평 정도의 작은 면적이지만 인천 원도심의 교통요충지인 우현로에 포함돼 있어 1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 받는다. 1953년도에 축현 답동선 확장공사로 추진된 우현로는 오래된 역사만큼 원도심 중·동구의 핵심상권이 이루고 있는 중심 도로이다. 인천시는 과거 공익사업으로 공공시설에 편입되었으나 손실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토지(미지급용지) 민원신청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해왔다. 아울러 손실보상을 했지만 소유권 이전이 누락된 토지 정비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도로부지 소유주인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유지재단에 소유권 이전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지재단은 매매계약서의 매도인이 개인으로 작성돼 유지재단이 정당한 대리인이 아니라면서 난색을 표해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인천시의 도움 요청을 받은 인천내리감리교회는 유지재단 측에 인현동 필지가 그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해 왔고 앞으로도 많은 신도들이 끊임없이 왕래할 도로 부지이기 때문에 인천 시민에게 돌려주게 옳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인천내리감리교회는 유지재단 산하의 교회다.…
경기도가 국적없는 공공언어를 퇴출하기로 했다. 늦은감이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지만 잘했다. ‘역시 경기도’다. 공공언어는 정부나 공공 기관에서 사회의 구성원이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전제로 사용하는 공공성을 띤 언어다. 법(法)용어보다야 덜 하겠지만 행정용어에는 일본제국주의의 잔재가 여전하다. 일제의 잔재가 어디 사법과 행정뿐이겠는가. 최근까지 신문 용어에도 깊숙히 뿌리내렸던 것이 사실이다. 계속되는 자정노력으로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 자리를 영어가 대체했으니 ‘한글아 어쩌란 말이냐’다. 한국사회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일제잔재는 물론 국적없는 언어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꾸준하고 집요하게 계속돼야 한다. 경기도가 우선 개선하기로한 공공언어 유형은 ▲일본어 투 ▲어려운 한자어 ▲외국·외래어 ▲차별적 용어 등 4개 분야다. ‘국어문화진흥사업’을 기치로 우선 114개를 선정했다. 대상을 ‘적극’과 ‘권고’로 구분하고 적극 개선 대상인 65개는 올해부터 각종 공문서와 자치법규 등에서 대체언어로 바꿔쓴다. 한걸음 나아가 대체언어들을 도 산하기관은 물론, 공공기관과 시·군 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평가할 예정이다. 퇴출언어는 경기도 홈페이지에 공무원들이 작성한…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새해를 맞으며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아 후회를 하게 된다. 지내고 나면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모든 일에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작품도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부모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주 전화도 드리고 찾아뵈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시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친정어머니만 계신다. 나이가 이렇게 먹도록 어머니는 늘 어릴 때 그 어머니로 계신다. 어머니 눈에도 이 딸이 나이를 먹었어도 어린아이로 보듯 다를 바 없다. 영국문화협회가 세계 102개국, 4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가 ‘어머니’였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는? Mother(어머니), 그럼 두 번째 아름다운 영어단어는? Father(아버지)였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두 번째는 Passion(정열), 세 번째는 Smile(미소), 네 번째는 Love(사랑)였다고 합니다. 미안하지만 열 번째도 Father는 없었고, 일흔 번째도 Father는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많은 웃음을 남겨
프랑스 북역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도착한 킹스크로스역은 1852년에 세워진영국 런던 철도역이다.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철도역 답게 헤리포터의 명성까지 더해져 국제적인 면모를 자랑 한다. 킹스크로스역에서 차로 1시간 걸쳐 도착한 레딩(Reading)은 영국 잉글랜드 남부 버크셔주의 도시로 템스강과 케닛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다. 런던 근교의 부유한 주거환경지로 문화, 교육, 교통의 중심지이다. 1840년에서 1945년 사이에 증기기관차 철도와 산업을 위한 공장들이 세워지면서 산업도시로 형성되었다. 지금까지 도시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붉은 벽돌의 집들은 그때 세운 것이다. 다운타운은 24년전에 방문 했을때의 고풍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거대한 도시로서의 리모델링이 한참 중이다. 하지만 유럽의 대도시들의 건축정책처럼 오래된 외관을 간직한채 실내를 다목적 쇼핑센터로 변화 시켰다. 마침 블랙프라이데이의 시작으로 일년동안 기다린 쇼핑을 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백화점 카페에서 많은 노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들의 느린 걸음도 주문도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느긋하게 일상처럼 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랜된 석조건물 시
■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 ‘2020 기획공연 라인업’ 성남에 위치한 티엘아이 아트센터(관장 박평준)는 2013년 개관 이후, 피아노의 ‘선우예권’, ‘백혜선’, ‘손열음’, ‘이경숙’, ‘안나 페도로바’, ‘문지영’, ‘김다솔’, 바이올린의 ‘신지아’, ‘조진주’, ‘임지영’, ‘김다미’, ‘송지원’, 소프라노 ‘임선혜’, 테너 ‘김건우’, 플루트의 ‘최나경’, 반도네온의 ‘고상지’, 더블베이스의 ‘성민제’ 등을 비롯한 많은 정상급 연주자의 리사이틀과 한국의 독보적인 현악 4중주 '노부스 콰르텟' 콘서트, 코리안솔로이스츠 ‘올댓체임버’ 등의 실내악 단체와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임으로써 작지만 강한 공연장으로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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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양심과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 지난 연말 국방부는 ‘새해부터 바뀌는 국방업무’를 공개했는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역’으로 편입돼, 교정시설에서 36개월 합숙복무하게 된다. 복무 후 예비군 복무 방안도 밝혔다. 8년 차까지 교정시설에서 예비군 대체복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대체 복무는 징병제가 있는 나라에서 군복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1997년 UN 인권위원회는 어떤 정치적·종교적 이유, 또는 종교 내 어떤 교파이든 신념의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결의 한 바 있다.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나라는 독일·러시아·등 40여 개국이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제일 먼저 시행하고 있다. 복무 기간이나 형태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현역보다 긴 기간 동안 사회봉사활동을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4년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이 난 뒤 대체복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체복무가 국민개병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은 반대 측의 주장이다. 반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찬성 측 입장이었다. 논란은 20
44년. 경기도내 관공서에서 펄럭이던 새마을기(旗)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 세월동안 기(旗)는 국기게양대에서 태극기와 나란히 다사다난한 일들을 지켜봤다. 1976년 정부의 의무 게양지침에 따라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이제야 벗고 내려 오게 됐다. 기(旗)의 유래는 모태(母胎)인 새마을운동(운동)과 궤를 같이 한다. 1990년대 이후 공과(功過)에 대한 이견(異見)들이 대립해 온 이 운동은 1970년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으로 출발했다. 기본 정신은 근면·자조·협동이며 국가발전을 가속적으로 촉진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기(旗)는 운동 출범 후 3년 뒤인 1973년 6월에 제작, 보급됐다. 그 후로 또 3년이 지난 1976년 의무화 된다. 깃면의 바탕은 농촌의 녹색혁명을 상징하는 녹색이고, 노란색 새마을 표장과 함께 ‘새마을’이라는 노란 글씨가 새겨졌다. 1994년 대통령 행정쇄신위원회 결정에 따라 자율 게양으로 변경됐지만 서울시(1995년)와 광주광역시(2017년)를 제외한 관공서 대부분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새마을운동과 겹쳐지는, 일부에서 ‘한국경제부흥의 아버지’로 우상화하는 전직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과 실존하는 새마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여름은 잘 견디는데 겨울이 힘들다. 한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더워도 얼음물은 잘 안 마신다. 시원한 것보다는 따뜻한 것이 좋고 시원시원한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이 더 좋다. 털실로 짠 스웨터가 좋고 극세사 이불이 좋고 포근한 목도리가 좋다. 봄빛을 닮은 고양이의 털이 좋고 날 위해 건넨 따뜻한 커피가 좋다. 따뜻한 가슴과 눈빛과 손길이 좋다. 따뜻한 사람에게서 전해지는 말의 온기가 좋다. 온기라는 말을 하면 몸속부터 데워지는 것 같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면 반쯤은 친해진 것 같다. 사람은 상대의 체온을 느낄 때 마음의 벽을 허문다. 친구들과 잡은 손에서 전해진 온기는 평생을 가지 않는가. 사람과 만나 악수를 할 때에도 우리는 온기를 느낀다. 손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상대를 해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손을 내민다. 손을 잡아 서로의 온기를 전달하는 행위로 상대에게 믿음을 준다. 말에도 온도가 있다. 뜨거운 말은 상대를 녹인다. 그러는가 하면 냉기가 흐르는 말은 상대의 심장을 얼린다. 미지근한 말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차가운 말은 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