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관계를 돈독히 한다’라고 하면 제일 먼저 ‘결연’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불교에 기원을 둔 이 단어는 문자 그대로 ‘인연을 맺는다’는 뜻인데,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자매결연’이라는 표현은 이미 굳어져 있다. 그 용례에서 보듯, 동맹이라는 경직되고 살벌하고 정치적인 용어와 달리 결연이라는 용어는 유연하고 평화롭고 정서적이다. 그래서 결연에는 형제(兄弟)가 아닌 자매(姉妹)가 쓰이는 것일까?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부터 중국 한자는 사람과 연관된 것에는 남성명사를 사용하고 사물과 연관된 것에는 여성명사를 사용하는 관습이 있는데 이것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예를 들면 ‘자기나라’를 표현할 때 부국(父國)이라 하지 않고 모국(母國)이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으론, 영어에서는 어떤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에 sister라는 말을 많이 쓰며 자매도시라 할 때도 sister city라고 하는데 이를 그대로 옮겨져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자매결연을 맺는 행사가 60년대 초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전국 도시· 기업·대학과 농어촌간 대대적으로 펼쳐진 적이 있다. 당시 추진된 결연만 4,784개에 달한다
그늘꽃 /서주영 바닥 밑의 바닥엔 키 작은 네가 있다 저항도 눈물도 잊은 웅크린 너의 목소리를 건져 올린다 눈도 귀도 닫아버려 음습한 이력 외줄 타는 어름사니처럼 일제히 소리 죽여 아슬아슬 어둠을 건너느라 한낮도 후미진 밤이었다 숙성된 어둠에게 할퀴고 물어뜯기며 맨살로 오롯이 버텨온 너를 묵묵한 한 떨기 시인이라 부른다 잘 있니? ‘바닥 밑의 바닥’에 사는 ‘키 작은 네가’ 궁금해서 안부를 묻는다. 그곳에서 언제나 ‘웅크린 너의 목소리’를 듣곤 했는데, 이제는 ‘눈도 귀도 닫아버려’ 더 고단하게 살아갈지도 모르겠구나. ‘외줄 타는’ 심정으로 ‘소리 죽여 아슬아슬’ 사는지라 ‘한낮도 후미진 밤’처럼 보였을 것인데, 그래서 밤이든 낮이든 ‘숙성된 어둠에게 할퀴고 물어뜯’긴 채로 ‘맨살로 오롯이 버텨’왔을 것을 짐작하고도 남겠구나.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는 네가 피워내는 ‘그늘꽃’의 향기를 맡는다. 그늘이 지기도 하고 그늘에 들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삶.…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로 경기북부 지역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고 있다. 파주·문산과 통일로, 임진각 근처는 물론 심지어 연천지역 민통선 인근의 땅값마저 뛰고 있다는 것이다.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매매계약을 앞둔 토지의 해약사태나 계약보류까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이들 지역은 남북 화해 무드와 개발 기대심리로 이미 연초부터 주목을 받아온 곳이다. 경의선 연결을 비롯해 남북을 이어줄 통일로 주변 등 대부분의 경기 북부지역이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자칫 ‘묻지마 투자’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파주의 민통선 내 농지와 경의선과 통일로 등 남북한을 연결하는 육로 주변의 경우 오는 2020년 개통예정인 서울~문산간고속도로와 2024년 개통예정인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연결 등 호재도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도 파주시 문산읍 토지 매매 건수는 지난 2월 26건에서 3월 40건으로 54%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고 일체의 개발이 제한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파주시 군내면의 3월 토지 거래량도 64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판문점 선언 이후에는 더욱 관심이 폭증하고…
지난달 29일 DMZ 일원을 자전거로 즐길 수 있는 올해 첫 ‘DMZ 자전거 투어’가 파주 임진각 일원에서 열렸다. 모두 알다시피 DMZ는 평소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평소 민간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임진강변의 아름다운 비경을 보며 안보현장을 달린다는 특별한 코스여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지난 2010년부터 개최해 온 행사지만 특히 이번엔 4·27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터여서 더욱 느낌이 색달랐을 것이다. 어쨌거나 최근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을 하는 이른바 ‘자출족’이나 산악자전거 동호인, 자전거 여행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전거는 이제 일상적인 교통수단일뿐 아니라 엄청난 동호인을 거느린 레저스포츠가 됐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이용 인구는 약 1천34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330만 명이나 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자전거 기반인 자전거 도로의 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가뜩이나 좁은 자전거도로 위엔 자동차들을 불법주차 시키거나 버스 승강장, 노점상이 들어선 곳도 있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를 겸한 곳도 많은 데 이런 곳은 사고 위험이
밥 /문영하 어미는 밥이다 윤기 자르르한 고봉밥 고슬고슬 담아내던 화수분 같은 손끝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수풀을 헤치고 언 땅을 녹이며 꽃잎 같은 보드라운 입에 먹이 날라 물리었다 배꼽에 자루 달고 숨차게 벌판을 달려온 캥거루 탯줄 릴레이 질긴 생명줄이 날래게 달린다 새벽별 이고 나와 해종일 뛰다가 이제 바통을 넘기고 트랙 밖으로 나온 그녀 힘은 모두 소진되고 텅 빈 거죽으로 앉았다가 벌떡 일어선다 밥 묵었나, 밥을 묵어야제 밥을 묵고 가야제 원초의 소리가 자장가의 후렴처럼 끝없이 반복된다 마른 나뭇가지 같은 손에서 뜨거운 밥 냄새가 솟아오른다 이팝꽃이 고봉밥처럼 피어나는 계절이다. “어미는 밥이다”라는 구절에 세상 모든 어미의 마음이 들어 있는 듯하다. 오래전부터 우리 어미들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지나가는 길손이나 밥 한술 얻으러 오는 사람까지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식들이 오면 오죽하겠는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어미의 밥은 위대하다. 어떤 보약보다 나은 약이다. /김밝은 시인
지난 27일 모든 국민의 관심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실시간으로 나오는 남북 정상회담 소식에 쏠려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반갑게 손을 잡고 덕담을 나누는 모습은 보기에 참 좋았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분계선 북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다시 돌아오는 모습엔 모두들 ‘파안대소’했다. 고양 킨덱스에 마련된 대형 프레스센터에 모인 수 천 명의 내외신기자들도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두 정상이 나눈 말도 감동적이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역사적 11년이 걸렸습니다.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이렇게 이 시간이 오래 걸렸나, 왜 이렇게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좋게 발전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오히려 더 낙심을 주지 않겠습니까.”(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습니다.”, “오늘 우리 대화도 그렇게 통 크게 대화를 나눕시다. 또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
남북한 정상이 지난 2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서해 5도 조업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던 이곳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어민들은 크게 기대하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NLL은 남북 양측이 합의를 보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제에 오른 것은 진일보한 성과다. 그러나 지난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합의됐지만 실현되지 못했고 지난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부의 NLL 포기’ 논란도 낳았던 곳이어서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된다.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것은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연장선에 있다. 서해 NLL 일대는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이어져 DMZ보다 긴장도가 높은 곳이다. 이에 따라 NLL 일대 평화수역…
어느 하루 /이윤훈 둥근 튤립 꽃밭 한가운데 허리를 껴안고 눈을 맞춘 두 남녀 해시게 속 그들의 그림자가 영원을 가리킨다 이 순간 사랑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또한 이 순간 모든 것이 존재한다 튤립 잔이 부딪치고 빛이 넘친다. - 시집 ‘생의 볼륨을 높여요’ 중에서 / 시인동네 시인선 허무감과 좌절 욕망과 극한 상황에서 더 의지할 거처를 잃을 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가난해진다. 인간에게는 돈, 권력, 명예 중에서 기장 명예욕을 내려놓기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시에서 화자 되는 것은 에로스적인 육체의 본능에 기인한 성애의 묘사가 숨겨져 있다. 기교보다는 철학적인 사유와 감각적인 시세계에서 서정이 묻은 이 작품은 그래서 낯설다. 시집 〈생의 볼륨을 높여요〉에서 자조, 자괴, 자탄 같은 메아리가 들린다. 바람도 없이 떨어지고 있는 꽃잎들을 보자. 전율이 스파크로 울려 풍경 속 두 여인들의 시선을 잡듯 꽃의 떨어짐과 사랑하는 이의 육체적인 바람들이 동일한 심상에서 포개어지는 시름을 응시한 어떤 하루가 가엾은 사랑이 아닌 지속적인 내일의 사랑으로 영영 가버리지 않는 사랑이 지속되었으면 참 좋겠다. 시인의 나혜석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박병두 문학평론
“노벨, 노벨, 노벨!” 2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유세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4개월 전 고조됐던 북한의 핵위협에 관해 이야기하자 지지자들은 이렇게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그러한 반응이 싫지 않은 듯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연설을 멈추고 객석을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세우는가 하면 “노벨”이라고 혼잣말을 한 뒤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멋지네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연설을 이어갔다. 미시간주 유세장서 지지지자들 “노벨” 연호에 웃음 감추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 [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LhXKFfJ7UhI]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은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만 나오는 주장이 아니다. 미국 유력 언론매체들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중요한 외교업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다는 추측은 원래 생각조차 하기 어려
여러분, 건강하게 살길 원하시죠? 그렇다면 혈관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겁니다. 혈관질환 무섭죠.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생기면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개인이든 병원이든 동맥경화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위험인자를 잘 체크하고 낮추는 데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위험인자는 보통 5가지가 있는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입니다. 당연히 흡연하면 안 되고, 혈압은 떨어뜨려야 하고, 당뇨도 조절해야 하고, 콜레스테롤도 낮춰야 하고 살도 빼야 됩니다. 그런데, 이 5가지 위험인자 말고도 정말 중요한 위험인자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위험인자는 조금 생소한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이라는 물질입니다. 이 호모시스테인은 몸에서 나오는 물질인데, 이 물질이 높으면 높을수록 혈관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서 아미노산에 속하는 ‘메티오닌(methionine)’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메티오닌이 몸에 들어오면 소화되고 대사되는 과정에서 호모시스테인이 생깁니다. 이것 때문에 문제가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메티오닌이 나쁜 것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