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김백겸 이정표가 있는 네거리에서 금강이 있는 대평리 벌판으로 갔더라면 안개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여주었을까 코스모스 꽃은 암호가 되고 대지는 숨 쉬는 고래처럼 에너지를 뿜는 풍경으로 산책길을 유혹하였을까 그날 아침 세계는 뮤즈의 꿈꾸는 눈을 하고 내 눈을 연인처럼 쳐다보았다 문명 감옥에 사는 내 정신은 그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습관처럼 세종시 아파트의 안락함으로 돌아왔다 무도회에의 초대를 거절한 남자처럼 지도를 잃어버린 마젤란처럼 - 김백겸 시집 ‘거울아, 거울아’ 중에서 우리는 지금 삶의 이정표를 습관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고귀한 마음과 숭고한 정신이 눈에 보이는 안락함에만 갇혀 어두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스모스가 우리에게 선사했던 설레는 기쁨의 암호와 대지가 보여주었던 생명의 환희는 어디로 갔는가. 어느 틈으로 우리의 신화와 전설과 유희마저도 빠져나가고 있는가. 우리는 어쩌면 조만간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문명의 감옥에 갇혀 살지도 모른다. 로봇이 인간을 닮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로봇을 닮아갈지도 모른다. ‘나’의 존재의 의미가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길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수원권에 대형 종합병원이 들어설 전망이어서 이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수원권은 이전이 확정된 공군비행장으로 인한 건축물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로 개발이 60년간 제한되면서 수원의 대표적 낙후지역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수원시도 이에따라 동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수원비행장 이전, 수인선 지하화, 농진청 부지 활용 테마공원 조성, 당수동 국유지 개발 등 총사업비 2조원이 투입되는 4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종합병원 유치는 주민들의 관심사였다. 대형병원들이 동수원에 몰려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의료법인 덕산의료재단이 서수원 지역에 1천개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설립키로 하고 지난 6일 수원시와 ‘서수원 지역 종합병원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덕산의료재단은 수원시가 제시한 4곳 중 적당한 부지를 골라 본격적인 토지 매입절차에 들어간 뒤 우선 1단계로 2020년까지 병상 450개 규모로 개원토록 할 방침이다. 아파트단지가 형성되면서 20만명이나 거주하고 있는 서수원권 주민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서수원 주민들에게는 큰 선물과도 같다. 종합병원 건립사업을 민선 6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5·24 조치’와 2016년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남북관계는 지난겨울 매서운 한파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그런데 이제 그 두꺼운 얼음을 녹이는 훈풍이 불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측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고 남북 선수단이 동시 입장했으며 여자 아이스하키는 단일팀을 이뤘다. 이어 지난 5일과 6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오는 4월 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하는 등 방북 성과를 얻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미국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도 5월 중에 열기로 했다.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정부는 최고의 외교를 펼친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과 관련, 최근 저녁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대중연설을 통해 “전 세계,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을 위한 위대한 타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금 전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지방 정부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17개 광역시·도가 별도의 조례를 마련,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하고 있으며 기초자치단체는 37곳에서 남북협력…
‘병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병천 순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병천은 순대보다 더 유명하고 뜻깊은 곳이다. 바로 독립운동을 하다 18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등진 유관순 열사의 발자취가 있는 역사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3·1절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지는 3월, 오늘은 천안 유관순 열사 유적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자. 우리 세대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항상 ‘유관순 누나’라는 호칭이 익숙하지만 요즘엔 유관순이라는 이름 뒤에는 항상 ‘열사’라는 호칭이 붙는다.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한테는 이 ‘열사’말고도 ‘의사’라는 호칭이 붙기도 하는데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같은 분들이 대표적이다. 열사나 의사 모두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한테 붙여지지만 의사의 경우는 무력을 동원해 맞서 싸웠던 분들에게 붙여진 반면, 열사는 맨몸으로 일본과 맞서 싸운 분들에게 붙여진 호칭이다. 따라서 ‘유관순 열사’라는 이름만으로도 맨몸으로 일본에 저항하며 독립운동을 했을 유관순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천안시 병천면에 위치한 유관순 열사 유적은 기념관, 추모각, 초혼묘, 봉화탑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까운 곳에 생가도 위치해 있어 유관순 열사를 만나기에 더 없이 좋
금년 6월 13일이면 민선7기를 위한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7월1이면 새로운 지방정부의 장과 의원이 활동을 하게 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문재인정부가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국정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고, 개헌의 주요내용으로 추진하고 있어 지방정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시기에 치러진다. 지방분권의 강화에는 필연적으로 재정분권이 핵심사항인데 현 정부는 지방자치 정부의 재정력 강화를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현재 국세 80%, 지방세 20%에서 국세 60%, 지방세 40%의 수준까지 이루고자 한다. 지방재정이 확대된다는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운영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의 당선자들은 과거 보다 더 많은 재정, 즉 시민들의 돈을 운영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에 출마자들이 제시하는 공약을 보면서 이 증가되는 지방재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하여 매우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지방정부의 향후 운영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출마 후보자들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나름의 정책, 비전, 계획, 사업을 포함하는 선거공약을 내세운다. 이와 같은 선거공약에는 출마자가 지방정부 재원을 어떻게
어머니 -임종 침상에서 /노재연 구시월 볕에 익어 붉디붉던 옷 벗긴 감 별빛에 물든 서리 고명처럼 얹히더니 상자에 곱게 누운 채 명상에 잠긴 곶감 하나 익산과 수원을 열차로 달리던 긴박한 시간들이 기억난다. 시간이란 속도와 싸우면서 틀과 구조 속에서 박사과정을 숨죽여 걸었던 추억이 철도레일에 흔적을 지운다. 얼마 전 시인의 어머님을 문상하고 돌아온 익산의 하늘을 보았다. 바람 불고 그리움들이 빛으로 내려앉은 시인의 어머님의 마지막 길을 마주했다. 삶의 여정을 읽는 순간 눈물이 났다. 어머니들은 모두 정직했고 가난했다. 고인의 미소처럼 조용했고 스산한 외로움들이 밀려들었다. 누구나 슬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영혼의 생명과 숨결을 지니고 고단하고 힘겨울 때 어머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삶을 추구하면 꿈이 사라지고, 꿈을 꾸다보면 현실에 흠이 된다. 왜 후회와 아픔이 없겠는가? 시인은 어머님이 바라시는 대로 삶에 충실했고 뜻을 다했다. 주검을 통해 우리에게 남는 것은 깊은 성찰과 교훈을 안겨준다. 길은 끝났지만 여행은 아직 남아있지 않은가? /박병두 문학평론가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국방부, 한국환경공단은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반환공여구역 환경조사 결과와 정화방안을 설명하는 정부합동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캠프 마켓에선 발암성 물질인 다이옥신이 일본·미국 토양오염기준의 10배가 검출됐고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우려기준의 49배를 초과했으며 구리는 194배, 납은 255배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불소,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포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PCBs) 등 기타 토양오염물질도 기준을 초과했다. 그런데 문제는 부평 미군기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잘 알려진 사례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오염이지만 경기도내 미군기지에서도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주한미군기지 공여구역 주변 지역에 대한 조사를 110차례 실시했는데 이 결과 기지 63곳 중 32곳의 주변 지역에서 기름찌꺼기(석유계총탄화수소·TPH), 납, 아연, 크실렌 등 각종 오염원들이 환경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이는 2017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갑)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한미군 공여구역 환경기초조사 실시내역’ 자료에 의한 것이다. 앞으로 미군 반환기
지금 국민들은 실업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속에 몸부림치고 있고, 기업이나 가계는 한순간 한순간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하루에도 실업자가 수 없이 늘고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수없이 간판을 내리고 있다. 이처럼 경제는 곪고 실업대란이 벌어지는데도 가장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진보니 보수니 따지며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제 앞가림 외에 하등 의미가 없다는 건지, 아니면 국민들이 흘리는 고통의 눈물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인지. 그들을 보면 ‘나만 살면 그만이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외엔 달리 설명이 안된다. 대부분 국민들은 바로 이런 모습은 정치와 국민들이 따로 라는 증거라며 국민의 진정한 관심사가 뭔지 정치권 전체가 깊이 생각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업의 고통 속에 있는 국민들은 우리 가족이 죽느냐 사느냐 참담한 상황이다. 원래 정치란 국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눈물을 흘리면 닦아달라고 고안해낸 정치가 안닌가, 그런데 지금 정치는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 것인지 매우 불안하고 의심스럽다. 시시각각 실업자 수는 사회안전망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됐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상치 않았던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일단 합의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이 해소되고 화해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원만한 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말과 수사에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볼 때까지 이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구체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행동을 봐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 금지 및 비핵화 의지 등 약속한 일련의 사항들에 대해 약속들과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 없이는 북미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점이 주목되는 것이다. 즉, 비핵화 등과 관련한 북한 측의 가시적 조치가 없다면 정상회담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언급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 노동당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새벽에 안전보장회의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한 것도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것이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진정성 있는 선언일지는 두고봐야 할 대목이다. 예전에도 북한은 수많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바뀌면 식언(食言)을 일삼아온…
이름 없는 부도 /고은영 오솔길 한적한 곳에 들꽃처럼 혼자 피고 혼자 지다 처연히 장식한 이름 하나 어느 시절이 골짝 지키며 수행자로 살았을 가난한 삶의 흔적이여 바람에 스쳐오는 온화한 체취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다 간 이승의 고요처럼 저승의 한 고요히 흐르네 시인의 작품을 접하면서 자유란 어떤것인가? 하는 혜안을 보게 된다. 여기서 다시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잘살기 위해서 돈도 벌고 그렇게 살아야 할 인생이다. 저 마다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기다리는 일들도 하나의 운명이다. 自由는 법이 보장해야 하지만 自遊는 마음과 자연이 일치되고 가질 때 누리는 것이다. 행복이란 자유의 조건에 들어가 있지만 누구나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 행복을 위해 오솔길을 걸을 수 있는 시인의 시선과 같다. 어쩌면 시인은 주름진 자화상을 찾고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치유와 위로를 한순간이나마 깊은 절정의 대화를 자신에 묻고 있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