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도 바뀌고, 국민도 바뀌는 것일까? 요즘 바뀌는 것이 너무 많아 갈등도 많아 보인다. 지난 10월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로 갈라졌던 찬반양론은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가까스로 봉합되었다. 며칠 전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불법시위로 막았던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정부가 제기한 34억 원대의 구상권 소송을 취하하였다. 정부는 이미 공사지연 손해배상으로 시공사에 273억 원을 지불하였다. 모두 지난 정부 이전부터 추진해 오던 사업들이다. 더 심각한 사례로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폐지 문제다. 자립형사립고는 2002년에 만들어졌고 이후의 자사고들도 이미 1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그런데 교육부가 내년부터 특목·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고 자사고에 불합격한 학생은 교육감이 일반고로 강제배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자사고들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에 위배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많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이전 정부에서부터 진행되어 온 사업들이 전혀 새로 시작되어야 할까? 이런 정책들
욕실에서 /박순원 내 칫솔은 초록색이다 참 예쁘다 도마뱀 같다 손에 쥐고 있으면 파닥 파닥 움직이는 것 같다 치약은 또 얼마나 달콤한가 비누는 매끄럽고 향기롭고 면도 크림 샴푸 린스 샤워젤 풍성하게 거품이 인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있으면 내가 중산층 같다 내 칫솔은 초록색이다 참 예쁘고 도마뱀 같다 손에 쥐고 있으면 파다닥 빠져나갈 것 같다 - 박순원 시집 ‘에르고스테롤’ 中에서 ‘의미’에 지칠 때가 있다. 저 사람은 저 새의 날개는 늘 푸른 소나무는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이 시의 의미는? 내 존재는? 관계 속에서, 존재 속에서, 내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의미에 대하여 묻는다. 그래 봤자 큰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아닌데 의미에 엄청난 의미를 둔다. 그렇게 정신적 의미에 몰리다가 하루가 다 간다. 한 달이 다 간다. 한 세월이 다 간다. 그러면서 몸의 감각은 무뎌진다. 잠시, 초록색 칫솔이 내 손에 가져다주는 파닥파닥 도마뱀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서민층이나 중산층 뭐 이런 것도 따지지 말고 매끄럽고 따뜻한 내 몸을 만져보자. ‘의미’에서 벗어나 ‘나’를 좀 즐길 시
수원성의 기본설계는 1792년 겨울 정약용이 정조의 비밀지시를 받고 진행한다. 그래서인지 ‘화성성역의궤’ 어디에도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일 년 뒤인 1793년 12월 정조는 체재공, 조심태와 축성(築城) 회의를 공식적으로 한다. 회의의 참석자들은 일반적인 성곽형태에 대한 의견을 내지만 정조는 새로운 최첨단 성곽을 원한다. 정조는 이미 정약용의 기본설계를 본 이후라 수원성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조는 회의에서 기본설계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고 또 죽을 때까지 언급하지 않는다. 정약용의 기본설계안은 화성성역의궤의 ‘어제성화주략’(御製城華籌略)으로 실려 정조가 만든 것으로 되어있다. 이런 사실이 국가공식기록 어디에도 나오지 않지만 다산시문집에 같은 내용이 있어 설계의 원작자가 정약용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정조가 아낀 정약용이 만든 설계를 굳이 절대자인 임금이 자기 것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혹시 남인 출신의 천재를 노론으로부터 보호하고자 그가 장성하기까지 숨기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을까? 정약용의 기본설계는 실제로 수원성에 전부 적용되지 않고 많은 설계변경이 이루어져 완성된
내년 6월 13일 치러질 제7기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공천방식을 정하고 지역 당협위원장의 대거 교체를 계획하는 등 선거대비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5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 인천광역시장 등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과 800명에 가까운 광역의원, 226명의 기초단체장과 2천900명에 이르는 시·군·구의원, 그리고 17명의 교육감을 뽑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지방분권에 맞추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선거여서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높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받는 국민들의 첫 번째 평가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여론 조사 50%와 권리당원 조사 50%를 각각 반영해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규에 있는 국민참여경선의 방법과 반영 비율, 적용 대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경선 규칙을 조기에 구체화하는 것은 야당과 달리 지지율이 높아 출마 희망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출마예정자들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어 경선을 준비토록 하고 후보 간 표출될 수 있는 경선과정에서의 불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009년 경기도가 국제의료사업을 시작했다. 그해 도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1만1천563명이었다. 이후 연평균 27.3%가 넘는 성장을 보이더니 지난해 5만5천112명이 됐다. 8년 만에 5.6배나 고속 성장한 것이다. 진료수입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09년 69억 원에서 2016년 1천139억 원으로 무려 16.5배나 늘어났다. 이런 추세로 보아 앞으로 외국인 환자가 더 많이 경기도와 인천시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과 인천항 평택항 등 공항·항만과 도시철도, 도로 등 사통팔달한 교통망을 형성하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신식 의료시설을 갖춘 대형병원과 전문병원, 실력을 갖춘 의료진이 포진하고 있다. 해외환자 유치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의료관광산업은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의료 관련 산업을 진흥시키고 관광, 쇼핑, 식음료, 숙박 등 지역산업 전반에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전국 지방정부들도 의료관광객 유치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도는 그동안 세계보건의료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보건의료분야 정부 간 국제교류 협력, 국제의료 해외 네트
일찍 시작한 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친다. 추위라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은 올 겨울은 고난의 계절이 될지도 모르겠다. 매해 1월 중순에나 결빙이 관측되던 한강도 올해는 한 달이나 일찍 얼어붙었다. 71년 만에 가장 빠른 결빙이라는 보도가 언론을 장식한다. 정말 춥기는 춥다 그것도 매섭게 춥다. 한파의 이름도 무시무시하다. 북극 한파라는데 우리나라가 어느 사이 북극 한파 영향권에 들어있다니 생각만 해도 저절로 몸이 움츠려 든다.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춥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 데 북극 한파라는 말은 올 겨울 들어 듣는 새로운 추위 이름 같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은 다 녹기도 전에 얼어붙어 도로 군데군데가 얼음판이다. 한쪽으로 몰아 놓은 눈이나 차량주차로 그대로인 눈이 얼음판이 돼 미끄럽다. 강추위가 계속되니 녹을 기미도 없다. 밖에서 걸어 다닐 때 잘 보고 다녀야지 자칫 미끄러져서 넘어질 위험이 각처에 도사리고 있다. 눈을 치울 때도 내 집 앞 내 가게 앞만 치울게 아니라 이왕 치우는 눈, 옆 가게도 사람이 없으면 치우는 게 내 가게 오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치웠으면 좋겠다. 다 함께 치우는 것이 각자 알아서 치우는 것보다 좋은 방
교육사다리라는 게 뭘까? 어떤 학생에게 주어져야 마땅한 것일까? 신분상승이라고 할 만큼 껑충 뛰어올라도 좋을 출중한 ‘재능’(새삼스럽지만 ‘재주와 능력’)을 가진 학생? 재능 같은 건 제쳐두고 “하면 된다!”, “파이팅!”을 외치며 불철주야 일로매진하는 학생? 혹 아주 특별한 실력, 가령 부모가 가진 권력 혹은 금력과 같은 ‘실력’을 버젓이 써먹을 수 있는 학생? 모르겠다. 거기에 상당한 철학이 들어 있다면 온갖 경우를 다 이야기하는 건 어렵고 재능을 가진 경우만 이야기하는 게 속 편할 일이다. 그건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다면 그럼 자연스럽지 않은 사다리 얘기를 들으면 속상하다는 걸 털어놓을 수는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왔다!”는 사례에는 얼른 박수를 보내기가 싫다는 것, “용은 연이어 나오도록 되어 있고 지금도 여러 가지 용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있다”고 하면 “그것 참 좋다!”고 하겠다는 것이다. 특별한 학교, 특별한 학원은 일단 들어가서 꿋꿋하게 견디기만 하면 좋은 사다리를 차지할 가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해당 연도의 연초에 희망의 사자성어도 선정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해 부터는 ‘사자성어’란 용어가 내포된 의미에 비해 대중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말’로 바꿨다. 이 같은 의미를 담아 2016년 1월초 ‘희망의 말’로 “곶됴코 여름 하나니~”를 정했었다. 새로 맞이하는 병신년(丙申年)은 꽃이 만발하고 열매가 많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였다. 하지만 희망은 바람이고 우려는 현실인 모양이다. 태평성대는커녕 왕이 탄 배를 띄워준 백성이 그 배를 엎어버렸다는 의미의 군주민수(君舟民水)가 그해 연말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동안 발표된 사자성어를 보면 연초에 발표한 사자성어와 연말에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를 비교해 볼 때 한마디로 ‘희망과 절망’ 그 자체였다. 생각한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살이라고 하지만 연초의 희망과는 상반된 사자성어가 그해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해서다.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한 2015년만 하더라도 새해엔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정본청원(正本淸源)이었으니 말이다. 그 뿐인가? 지난 2012년 새해…
씨앗 /김추인 이것은 꽃의 압축파일이다 감 씨를 반으로 따개면 흰 배젖에 감싸여 오뚝 서 있는 고염나무 한 그루 내 아기집 속에 있던 1㎜의 아기 초음파 영상 같은 감 씨 속엔 감나무의 숨겨진 전생이 있다 감나무로 성형되기 전 고염나무였다는 DNA 단감을 먹고 씨를 심어보면 안다 - 김추인 시집 ‘오브제를 사랑한’ 중에서 사람 안에 사람이 있다. 감나무 안에는 감나무가 많다. 감꽃은 어린 나의 별이었다. 갈색 껍질을 벗겨내면 젖빛 속살 속에 씨앗이 보였다. 감 씨는 오돌 뼈처럼 잘 씹히지 않았는데 별 맛은 없었다. 대봉 같은 감들은 고염나무에 접붙여 번식시킨 품종이라는 것은 내 키가 다 자란 후에 알았다. 한 그루 감나무 안에 한 생이 있듯 사람의 씨앗을 품고 낳아 길러낸 후 나의 한 생이 저물겠다. 감 씨 속에 들어있는 감나무의 염색체, 한 톨 씨앗의 비밀이 아기집 안에 있다. 누군가 또 압축파일을 풀고 있다. /김명은 시인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중성과를 놓고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취재기자단의 폭행사건에 대한 중국 측의 오만불손함과 중국의 태도 등에 대해 굴욕외교라는 비난도 거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가지 원칙에 합의하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 되며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한편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 당사자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서는 한·미·중, 한·중·일 등 다양한 형태의 3자 협의를 제안한 것을 토대로 한반도 전쟁 방지를 위한 실질적 북한 압박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다행스런 것은 한·중 정상이 핫라인을 구축하고 양국 고위급 수준에서도 다양한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에 미국과 중국이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감안할 때 이들과 긴밀한 소통 채널을 마련해 두는 것은 긴요하기 때문이다. 사드배치문제만 하더라도 소통이 필요할 때 핫라인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기에 서로간의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