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의 별칭은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의 오적어(烏賊魚)다. “성질이 까마귀를 즐겨 먹어서 매일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죽은 생선으로알고 쪼면 곧 그 까마귀를 감아 물속에 들어가 먹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산어보’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진짜 그렇게 ‘내숭’을 떨었는지 모르나 가끔시중 수족관에 죽은 척 하는 오징어를 보면 일리가 있다 싶다. 오적어 외에도 남어(纜魚) 묵어(墨魚) 십초어(十梢魚) 등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십초어’는 다리가 10개라 붙여진 이름이다. 다리가 10개지만 양쪽으로 길게 뻗은 두 다리는 팔에 가깝다. 먹이를 잡아 먹을 때와 사랑을 나눌 때 주로 쓴다. 오징어는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먹물을 내뿜는다. 옛날엔 그 먹물을 모아 ‘먹’ 대신 가끔 이용했다. 오래되면 벗겨져서 흔적이 없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바닷물에넣으면 먹의 흔적이 다시 살아나 그랬다. 특히 탐관오리는 장부를 조작할 때 오징어 먹물을 자주 썼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 색이 빠져 장부에 쓴 글은 감쪽같이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다. 믿기 힘들고 지켜지지 않는 약속, 사람을 간사하게 속이는 행위를 표현할 때
자목련 /장석원 이 생이 끝나기 전에 혈혈 파먹는 바람 앞에서 붉은 구멍이 되리 두 개(頭蓋)가 벌어진다 피 묻은 발톱 악착이여 -장석원 시집 ‘리듬’ 이렇게 강렬한 ‘악착’을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을 혈혈(血血) 혹은 혈혈(穴穴) 파먹는 바람 앞에서 구멍이 되기 위한 자목련 혹은 한 생(生)의 몸부림을 만난 적이 있는가. 붉은 구멍이 되기 위해 피 묻은 발톱이 된 붉은 꽃잎으로 자신의 머리통을 벌리고 있는 자목련! 혈혈 파먹는 바람에 순식간에 떨어져 사라질 붉은 목련 꽃잎! 자신을 파먹는 바람을 피하지 않고 기어이 구멍이 되어 그 바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려는 한 생(生)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런 악착을 겪은 적이 있는가. /김명철 시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번에는 국내산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것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21일 “국민 중에서 계란을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5%(극단섭취자)가 살충제 최대 검출 계란을 섭취한다는 최악의 조건을 설정해 실시한 살충제 5종의 위해평가에서 건강에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피프로닐은 최대로 오염된 계란을 하루 동안 1∼2세는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다”며 “국민이 평생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표를 놓고 국민들은 또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발표에는 평가외부전문가인 권훈정 한국독성학회 회장이 함께 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계란을 그러면 왜 폐기처분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폐기할 때는 언제고, 또 괜찮다고 하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도무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식품당국은 전국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 이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49개 농장의 계란 451만개를 압류하고 농가로 반품된 243만개를 폐기했다. 무엇보다 믿고
혼자 외롭게 살다가 죽음마저도 쓸쓸하게 맞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 고독사란 말은 2000년대 중후반 일본에서 비롯됐다. 초고령국가, 독신국가이기도 한 일본에서 고독사가 많은 건 당연하다. 그래서 ‘고독사 대국’이란 소리까지 듣는다. 실제로 일본에서 발생하는 고독사는 연간 3만2천명이나 된다고 한다. 게다가 이른바 ‘고독사 예비군(群)’도 1천만명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독사 후 유품을 정리하고 청소해주는 회사들이 성업 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고독사후 정리를 맡아 해주는 회사가 생기고 있다. 이 말은 우리나라도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각 지자체가 파악한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1천232명으로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 사망 후 유족이 나타난 경우는 제외된 수치이므로 실제 고독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에서는 지난 6월에만 네 명의 고독사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따라서 고독사는 이제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일이 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 노인인구 비중이 7.2%가 됐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내년엔 노인인구 비율이 14%가…
흔히 다리가 부었다고 얘기할 때 이를 의학적으로 ‘부종’이라고 한다. 부종의 형태와 원인은 다양하며, 부종의 정도도 오후에 부었다가 아침에 가라앉는 생리적 변화를 보이는 정도에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악하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에 부종의 원인과 그에 따른 증상을 알아보자. 첫째, 생리적 부종. 생리적 변화에 따른 다리의 부종은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에서 다리에 혈액이 정체돼 발생한다. 이때에는 누워 쉬거나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베개 네 개 높이의 푹신한 지지대에 허벅지부터 발끝까지 30~45° 정도 편하게 올리고 휴식을 취하면 완화된다. 둘째, 전신질환에 의한 부종. 양측 다리에 부종이 발생할 뿐 아니라 팔이나 얼굴에도 부종이 관찰되면 이는 전신질환에 의한 부종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심장, 간, 콩팥 등에 병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이외에도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셋째, 림프부종에 의한 부종. 림프계, 특히 림프액의 운반통로인 림프관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부종을 림프부종이
횡단보도 /이훤 오늘도 쏟아지는 비는 피아노를 치네 보도를 때리고 깨끗한 선율 튕기며 수없이 연주되는 흑과 백, 같은 표정은 없었네 종일 건반 위를 횡단하면서 자신이 음계가 되는 줄 모르는 사람들 듣게 될까 다 다른 걸음의 연주처럼 너와 나 얼마큼 고유한 노래인지 - 시집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 횡단보도가 피아노라니. 횡단보도를 얼룩말이라고 표현한 시를 읽은 적은 있으나 건반으로 표현한 시는 처음 읽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시각적으로 보아도 얼핏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히 횡단보도를 피아노 건반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횡단보도에 내리는 빗줄기까지 시의 질료로 쓰고 있다. 그러므로 고정된 건반 위를 지나는 모든 것들에게 고유의 음계를 지닌 어떤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자신은 분명 어떤 음가(音價)가 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헛되이 지나치고 마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횡단보도는 단순한 어떤 줄이 아닌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생업의 걸음으로 어떤 이에게는 만남, 또는 헤어짐의 걸음으로 때로는 탄생이나 죽음의 걸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횡단보도를 지나는 나는 지금 어떤…
21일부터 시작된 을지연습이 24일까지 나흘간 전국에서 실시됐다. 국가 전시대응태세를 점검하는 이 훈련에는 국군과 미군을 비롯해 시·군·구 이상 행정기관과 공공기관·단체 등 4천여개 기관에서 48만여명이 참여한다. 을지연습은 올해로 50회 째로 지난 2008년부터 정부의 을지연습과 군의 ‘프리덤가디언연습’을 통합해 현재의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UFG)’으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정부는 먼저 공무원의 전시 임무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해 불시 비상소집 훈련과 평시 행정체제를 전시 행정체제로 전환하는 ‘전시 직제편성 훈련’을 실시하고 정부-군사연습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종합상황실과 국방부 상황실의 협조를 통한 연습을 진행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괌 공격 계획 등으로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위급한 때여서 그 중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래서 포괄적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가위기관리능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기관별 전시대비계획과 각종 매뉴얼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은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대통령 지시에 따라 그해 7월 ‘태극연습’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실시됐다. 아직도 전쟁연습이
경기연구원이 얼마 전 ‘경기도민 삶의 질 조사 IV: 가족’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경기도내 거주하는 20·30대 젊은이들의 혼인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31.9%, 30대의 21.3%가 ‘혼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한 것이다. 또 20대의 34.1%와 30대의 24.7%는 ‘자녀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참고로 혼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40대 도민은 18.1%, 50대 16.0%, 60대 9%, 70대 8.5%, 80대 9.6%였다. ‘혼인을 해야 한다’는 50대 이상 도민은 과반수였지만 20대에서는 37%밖에 되지 않았다. 출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한 40대 도민은 16.2%, 50대 14.4%, 60대 이상 9% 미만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미혼 여성들의 혼인의향이 남성보다 낮다는 것이다. 전체 미혼 여성 중 59.8%만 혼인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미혼 남성 71%보다 현저하게 낮다. 경기연구원은 이 결과에 대해 여성이 여전히 가사와 양육을 거의 전담하는 소위 ‘독박육아’가 극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지난 6월 지난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농업은 조선 시대의 주요 국가산업이었다. 농경은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땅을 주관하는 토지의 신 사(社)와 곡물을 주관하는 곡식의 신 직(稷)에 제사를 드리기 위해 단(壇)을 각각 만들었다. 한양의 사직단은 서쪽 인왕산 줄기 끝에 위치하여 경복궁을 바라보게 설계되어있다. 그래서인지 남향보다는 동남향을 하고 있어 지형을 따라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도시계획을 다루고 있는 주요문헌인 주례(周禮), 고공기(考工記)편에 ‘좌묘우사 전조후시(左廟右社 前朝後市)’라 하여 남향을 한 통치자의 입장에서 좌측(東)에 종묘를 우측(西)에는 사직단을 서쪽에 설치하였다. 종묘는 한양 이외의 도시에는 설치되지 않았고, 대신 공자묘(향교)와 사직단을 지방의 주요 도시에 설치하였다. 단 한양 외 유일하게 설치된 곳이 남한산성 행궁인데 이는 전쟁 시 임시 도성이 되기 때문이다. 사직단 위치는 1789년 수원 신읍을 이전할 때 팔달산의 서쪽 기슭으로 하였다. 중국 북경의 사직단은 자금성의 천안문 내부에 있고, 한양의 사직단은 비록 궁궐 내는 아니지만 성안에 있고 또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수원의 사직단은 산 너머에 설치하여 수원 시내가 보
겨울 애상2 /김영미 그대 떠난 발자국 위로 삼십 년을 묵힌 눈이 내린다 무거운 것들의 중심은 움푹 패인 상처의 흔적을 메워 주는 일 가난한 땅 위에 마음을 심는 일 - 시집 ‘물들다’ 중에서 삼십 년 넘은 그리움을 삼십 년 묵은 눈이 따뜻하게 덮어주고 있다. 사람이 사는 일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가슴 한켠에 마치 꿈같은 그리움 하나 가지고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소중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움이 없는 가슴에 담을 수 있는 또 다른 것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비밀스러운 그리움 하나 가슴 속에 묻어둔다면 인생은 그만큼 깊어질 것이다. 폭설이 내린 산하는 깊이 패인 상처 모두 메워져 바라볼수록 따뜻하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