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하늘의 뜻으로 내려지는 것이라 여긴 옛사람들은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다. 조선의 임금 중 기우제를 가장 많이 지낸 이는 태종이다. 재위 18년 동안 한 해를 빼고는 매년 기우제를 지냈다. 그는 죽음직전에도 비를 내려달라고 기원했다고 한다.‘임하일기’엔 태종의 이 같은 절박함을 표현한 글이 기록돼 있다. “날씨가 이와 같이 가무니 백성들이 장차 어떻게 산단 말인가. 내가 마땅히 하늘에 올라가서 이를 고하여 즉시 단비를 내리게 하겠다.” 태종의 지성이 하늘을 움직였는지 이튿날 승하하자 큰 비가 왔다고 하는데, 이후로 매년 태종 기일인 음력 5월10일 비가 내렸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태종우(太宗雨)’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뭄에 선조들은 이처럼 종교 문화적으로 접근, 반응했다. 비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는 현실을 하늘에 의지해 타개하려는 눈물겨운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역사도 근 2천년이나 됐다. 규장각에는 인조부터 고종까지 253년간 행한 1천811건의 기후의례를 담은 ‘기우제등록’이 전해진다. 기우제 풍습은 우리나라 뿐 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이다. 중세 영국에서는 대기를 흔들어 비를 만들려고 마을 교회의 종이나 큰 북을
비와 자매 /신영배 비와 길과 우산 하나 소녀와 소녀가 붙어서 간다 우산 밖으로 미는 장난을 한다 비와 나무와 우산 하나 동생이 나무속으로 들어간다 비와 장미와 우산 하나 언니가 장미 속에 빠진다 길과 우산 하나 소녀와 소녀가 보이지 않는다 언뜻 나타나 푸른 언뜻 나타나 붉은 물송이 소녀와 소녀가 우산을 높이 드는 장난을 한다 검은 하늘 속으로 나무와 장미와 새와 시를 읽어 내려가는 리듬이 명랑하다. 풍경이 눈에 잡힐 듯 사랑스럽다.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듯 비의 리듬을 타고 소녀와 소녀는 음악이 된다. 하나의 우산 속에서 다정하게 붙어서 가고 있다. 자매인 이들은 비를 놀이터 삼아 마냥 즐겁게 장난치고 있다. 비에 젖은 소녀의 모습이 칸나의 붉은 입술을 상기시키며 서로 떠밀어 비를 맞게도 하다가 다시 붙어가다가 이들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빗줄기를 타고 들리는 듯 경쾌하다. 비와 나무와 우산이었으므로 언니는 장미 속으로 빠진다. 드디어 둘 다 우산을 버리고 더불어 빗줄기가 된다. 마치 언뜻 나타나 푸른 이었다가 붉은 물송이로 옮겨가는 장면 장면이 마냥 사랑스럽다. 비는 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다 비 내리는 날 나도 소녀의 푸른과 붉은 사이에 있고 싶다. /
검찰의 돈봉투 만찬에서 문제가 된 돈봉투는 결국 특수활동비였다. 합동감찰반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전 지검장은 돈의 출처가 특수활동비였음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 돈은 대가성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왔던 특수활동비가 검찰로부터 터져나와 가뜩이나 총장이 공석이고,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검찰로서는 망신이다. 검찰로부터 불거졌지만 각 부처마다 편성된 특수활동비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 활동이나 기밀유지를 필요로 하는 수사 등을 위해 배정된 예산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에 맞도록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금으로 지급되는데다 영수증도 필요없고, 사용처를 알리지 않아도 되는 ‘눈먼 돈’이다보니 금일봉, 회식비, 생활비, 여행비 등으로 전용(轉用)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특수활동비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는 18개 부처가 역대 최고액인 8천870억원이나 사용했다. 국가정보원이 4천86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넘게 썼고 국방부(1천796억원), 경찰청(1천293억원), 법무부(29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어디에…
이회창 전 의원은 대쪽 이미지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2002년과 2007년 대통령에 출마했으나 패배했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아들의 병역문제 때문이었다. 남북이 분단돼 총구를 서로 겨누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병역은 가장 민감한 문제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은 늘 병역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들이라면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병역이지만, 나이 50이 넘어서도 재징집되는 악몽을 꿀 정도로 고통스러운 의무다. 그래서 일부 특권층들은 여러 가지 술수를 부려 자식들의 병역을 회피시킨다. 이렇게 군대에 징집된 자식들의 무사를 위해 부모들은 밤낮없이 가슴을 졸여가며 기도한다. 하지만 세상에 둘도 없이 귀한 아들이 의문사를 당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는 순간 부모는 정신줄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가는 그 비통함과 억울함을 위로해주고 보상해주지 않고 사망원인을 자살이나 음식으로 인한 질식사라고 발표한다. 한 해 평균, 27만여 명의 청년들이 의무 복무를 위해 입대하고 평균 150여 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군 당국은 이 중 100여명 정도가 이해할 수 없는 사정으로 자살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선임병들의 구타나 총기발사로
정조는 1789년에 사도세자 묘를 수원 화산(花山)으로 이장하고 아버지가 묻힌 이곳이 자신의 새로운 고향이라 생각한다. 고향이 된 수원을 어떻게 하면 좋게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고민를 하게 된다. 새로운 고향 수원을 성역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시행한다. 이 중 성곽을 세우는 건축 등의 물리적 사업과 중국 황실과 연계하는 사회적 사업을 병행한다. 중국과 연관을 맺고자 한 사회적 사업은 다양한 방면에서 펼쳐진다. 지명과 건물 명칭에 중국의 유명한 것을 차용하고 특히 중국 황실의 뿌리와 학문의 지존인 공자와 관련시킨 것도 있다. 화(華), 화산(華山)은 중국 오악(五岳) 중 서악(西岳)이고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나라의 진산(鎭山)이였고 이후 당나라와 송나라에도 이어졌다. 그래서 화산을 중국의 근본으로 생각한다. 오늘날 중국을 중화민족(中華民族)이라 하는데 화(華)가 바로 화산에서 나온 것이다. 정조는 갑인년(1794) 정월 14일 수원에 행차하여 “화성축성(華人祝聖, 화산 사람들이 황제을 축하한다는 뜻)에서 수원성을 화성(華城)이라 한다. 그리고 화(花)와 화(華)는 음과 뜻이 모두 같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로써 수원이 화성으
인공지능(AI)이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기 행복설계의 1순위는 실업자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국민활동권을 보장하는 스마트바우처 카드(인지문화카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2순위로는 두뇌의 발달과 유형에 맞는 학점 취득형 교실이동제 학제개편과 교사의 자존감을 보호하는 교사 전문성 확대를 강조했었고 3순위는 스마트 인지문화와 스마트 식량안보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순위 교육혁신에서는 젊은 10대들의 창업과 이들의 우수한 두뇌 활용이 관건이다. 인간은 연령별로 두뇌의 특성이 바뀌는데 10대는 이미지 처리에 능하고 20대는 창의성이 좋다. 또 40대는 귀납적 추리와 공간지각이 뛰어나다. 창의적 이미지 처리를 귀납적으로 엮는 일은 4차 산업혁명기 서비스 플랫폼 설계에 필수이다. 그래서 30대 이후의 두뇌보다는 10대, 20대의 두뇌가 기업 활동에서 직접 생산적인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문화로는 10대는 학생이고 20대는 숙련기인데 이런 관점은 10대부터 전문가가 되어 20대에는 특정 분야의 덕후가 되고 40대, 50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협업할 수 있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10대, 2
1787년 미국은 연방 헌법을 만들면서 연방 정부 공직자들의 임명 권한을 대통령에게 줄 것인가, 아니면 각 주 정부를 대표하는 상원의원들이 맡아야 하는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다 결국 “대통령이 지명하고 연방 상원에서 이를 인준 한다”로 절충이 이루어져 ‘인준청문회’가 탄생했다. 미국의 인준청문회는 230년된 역사 만큼이나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특히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하는 차관보급 이상 장관까지의 고위직, 연방 대법관, 연방 검사, FBI 국장, CIA 국장, 대사 등에 한 혹독한 검증과 이를 통과 못하면 임명 철회되는 것이 당연 해서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우리나라도 대통령의 독단적인 인선의 폐해를 막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부패를 방지한다는 뜻과 제도의 틀은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필요로 하는 인사청문회 대상이다. 따라서 국회 표결여부에 따라 낙마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무위원 및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합동참모의장 등은 국회 인준 절차가 없다.…
연어 /박병두 해남에 가면서 해남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그를 추억한다. 단숨에 청춘을 마셔버리고 낡은 지느러미를 푸덕이며 내가 말없이 거리를 박차고 떠난 날에는 첫눈이 이념같이 끝없이 내렸다 내가 먹처로 도착한 터미널까지 미행했던 어두웠던 날 생이란 어차피 모천을 찾아가는 연어 한 마리의 일생 같은 것이라며 해남을 향해 끝없이 저물어가고 싶다던 너의 말에 누구나 네가 떠날 것을 예감했지만 그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 (중략)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같이 너처럼 가뿐 숨을 몰아쉬고 해남 찾아가는 길 끝없이 비내리고 있다는 해남에는 저녁밥 짓는 연기가 자욱하겠다. - 박병두시집 ‘해남가는 길’ / 고요아침·2013 박병두 시인의 시편에는 고향과 어머니, 타향살이와 자신을 노래하지만 그 것은 결국 본향에 대한 귀소의 서정이 대주제를 이루고 있다. 연어의 귀소(歸巢)는 생사를 초월하여 생명을 이어가는 기억에 대한 순종의 습성이다. 사람은 더러 숙제처럼 고향을 찾지만 그곳에 머물 수없는 방랑벽에 다시 떠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아프게 추억하게 된다. 문득 청춘을 다 마셔버리고 제 뜻대로만 유영했던 삶의 지느러미도 낡아 갈 무
오산시의회가 구태적인 의전요구로 의회 직원들을 포함해 집행부 공무원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7대 하반기 의회가 구성되면서 의장은 물론 각 시의원들에 대한 의전까지 강화돼 규모가 큰 행사에는 개별 의전까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오산시의회 7명의 시의원 중 의장과 부의장은 연봉 뿐 아니라 업무추진비를 별도로 받으며 중형 승용차와 운전원 등도 배정돼 있다. 회의실과 부속실이 있는 사무실도 제공받는다. 여기에 모든 행사에 참석할 경우 의회사무과 직원을 비롯, 담당직원의 개인비서급 의정을 받고 있다. 시의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하게 될 경우 의회 직원들이 1대 1로 따라 붙어 각종 의전을 수행하게 된다. 시민들의 대변인이며 봉사자이지만 대표라는 책무도 있기 때문에 시의원들이 받는 의전은 어느정도 이해하더라도 너무나 지나친 의전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 과시욕에 불과한 행동일 뿐이다. 게다가 행여나 행사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빠지거나 행사가 일정보다 늦어지기라도 하면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해 한 문화행사 당시 예정 시간보다 10여분 앞당겨 행사가 진행되면서 제 시간에 도착한 의장이 인사
문재인 정부 첫 조각(組閣) 인사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났고,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아예 위장전입 사실을 청와대가 미리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상조 교수도 그렇다. 이날까지 지명된 인사청문 대상 6명 중 3명에게서 위장 전입이 발견됐다. 특히 총리 후보자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는 등 야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청와대의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별반 무소용이다. 미술 교사였던 이낙연 후보자의 아내는 1989년 서울 강남 지역 학교에 배정받고자 논현동에 9개월 정도 위장 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좀 더 좋은 근무지를 배정받으려고 위장 전입했다는 것이다. 강경화 후보자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장녀를 지난 2000년 한국으로 전학시키면서 자기 모교인 여고에 배정받게 하기 위해 친척 집에 위장 전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상조 후보자는 배우자가 1997년 1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과 함께 친척 집에 17일간 주소를 옮겨 뒀고, 2004년 8월부터 7개월간 본인을 포함해 가족이 서울 양천구 목동의 다른 사람 집에 주소를 옮겨둔 사실이 드러났다. 위장 전입은 실제로 살지 않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