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금찬은 ‘5월의 노래’에서 이렇게 읊었다.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노래하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 있었다/심산 숲 내를 풍기며/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나는 모르고 있었다/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나는 모르고 있었다/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작년의 그놈일까?” 굳이 이 같은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5월하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초록빛 서정으로 물든다. 시인들이 앞 다투어 5월에 대한 상념을 노래한 것은 인간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며, 세속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도록 하는 담록(淡綠)의 계절이어서는 아닐까.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암컷이라 쫓길 뿐/수놈이라 쫓을 뿐/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자연 속을 거닐게 하는 김영랑의 시 ‘오월’ 읽으면 더욱 신록의 묘한 힘을 느낀다. 하지만 5월이 담록의 봄날처럼 마
불의 시간 /나고음 0.7루베* 가마의 문이 철거덩 닫혔다 가마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산통産痛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초벌 끝난 볼그레한 얼굴 피부미인의 그 청결함 위에 유혹하듯 색色을 입힌다 불과 유약의 밀약密約으로 거듭나라 불의 시간으로 가마 앞에서 두근두근 설레임이 익는 밤 내 안에서 타다 만 고백이 다시 불꽃이 되는 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와 도자기가 하나임을 느끼는 밤 저, 불꽃 그을음이 내 몸의 아름다운 문신이 된다. *1루베=1㎥ 봄은 누구나 동경하지 않아도 여성의 냄새를 일어나게 한다. 봄은 변덕스러운 계절이라 했던가, 1킬로그램의 꿀을 얻기 위해 560만 송이 꽃을 찾아가는 벌처럼, 도자기가 온전한 모양으로 구워지기 위해서는 일천도가 넘는 온도를 견디어내야 한다고 한다. 무엇이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화자는 가마 앞에서 가마 안의 도자기를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나 보다. 고통과 괴로움을 이겨내고 나면 아름다운 시간이 선물처럼 오는 것,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봄을 맞으며 희망이라는 이름을 기억해 보자.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밥 먹는 소리를 들어보려 노력하자. 삶이 무겁고 주변이 소란스러운 시간들이다. 설레임이 익는 밤이 깊어간다.
제13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안산문화광장과 안산시 일대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대표 거리예술축제로 손꼽히는 이 행사는 연극, 퍼포먼스, 무용, 음악, 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준다. 이번 축제엔 전 세계 14개국 76개 공연팀이 참가해 각자 독특한 문화의 향기와 색깔을 보여준다. 올해 개막 프로그램 ‘안安寧녕2017’(창작그룹 노니)도 그렇다. 세월호 참사 후 안산시민의 삶을 되돌아보고 모두가 화합하길 바라는 작품이다.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건너뛰는 등 아찔한 익스트림 스포츠인 파쿠르, 저글링, 타악, 불꽃 등을 함께 선보이는 시민 참여형 길놀이다. 세월호 참사 1년 뒤인 2015년 열린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주제는 ‘치유’였고 2016년은 ‘회복’, 올해는 ‘희망’을 내세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를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안산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이주민 여성 응옥(응옥씨의 남편 권재근씨, 아들 권혁규군은 아직 실종상태)의 이야기인 ‘응옥의 패턴’과, 안산순례길개척위원회의 ‘안산순례길2017’도 참사의 상처
출산율이 말이 아니다. 아무리 OECD 국가 중에서 최저인 1.17명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월 인구동향’을 보면 올 2월 출생아 수는 3만6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2.3% 감소한 수치인데다 2월 기준으로만 본다면 지난 2000년 관련 통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전체 출생아 수는 30만 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출생아 수도 40만 6천300명으로 역대 최소였다. 1958년생의 100만명에 비하면 1/3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러다가는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는 학자들의 얘기도 나온다. 20년 후면 우리나라에 일할 사람이 없다. 노령인구만 가득해진다. 북유럽의 인구감소로 경제가 어려워지는 현상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이미 경제는 난국인데 앞이 캄캄하다. 1971년 합계출산율은 4.54명이나 됐다.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되면서 그 이후 출산율은 나락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30년 전인 1987년에는 1.53명으로 떨어지더니 2005년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한 세대만에 출산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건 심각한 현상이다. 어느 인
한밤중에 아이가 깨어 우유를 찾는다. 냉장고를 열었더니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우유곽이 사라졌다. 여러 식구가 살다보니 누군가가 먹고 말을 안 할 수도 있었다. 집 주위에 있는 수퍼나 다른 상점들은 당연히 문을 닫았고 당황한 나는 아이를 달래며 대신 물이라도 마시라고 했지만 순한 아이는 그냥 잔다고 하면서도 자꾸 마른침을 삼키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까운 가게 문을 두드리고 사정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우유 하나도 미리 사다 놓지 않고 자는 사람을 깨우느냐는 핀잔을 들을 것도 같고 너무 귀찮게 하는 것 같아 그냥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하는 수 없이 남편이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다행이 동네에 땡삐라는 별호를 가진 아저씨가 하는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자정을 넘겨 세시 정도까지 문을 열고 계시는 분이셨다. 늦은 밤에 먹을 것이나 담배가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가는 가게였는데 낮에 파는 매출보다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가격은 낮보다 조금 비싸게 파셨는데 아무도 불만을 갖지 않았다. 심야할증료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봄꽃이 지나 싶어도 자세히 보면 작은 들꽃이 핀다. 잠시 한가한 시간에 집을 나서니 골목마다 편
우리나라 관광이 야단법석이다. 한때 일본을 압도했던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역전을 당하고, 사드배치에 따른 한중관계 악화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힘겨운 시기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이후부터 2014년까지 6년 연속 외국인 관광객 유치실적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역전(逆戰)이 시작되었고 작년 한국,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1천724만명 대 2천404만명으로 일본이 680만 명 더 많았다. 선제 홈런은 우리나라 한류였다. 엔고와 원만한 한일관계 속에 서울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넘쳤다. 이에 와신상담한 일본은 규제개혁을 통한 관광 인프라 조성, 적극적 마케팅이라는 런앤힛트(run and hit) 전략을 펼쳤다. 아베노믹스(abernomics)의 관광입국전략이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경기부양책으로 유동성 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경제정책이다. 20년간 계속된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하여 연간 물가상승률을 2% 이내로 정하고 과감한 통화 공급확대, 엔화평가절하,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을 꾀하는 정책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3년 6월 일본재흥전략 중 핵심 사업으로 관광을 내세우며, 2030년에는 외국인…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입한 커피 원두는 13만7795t이다. 대상만 68개국에 이르며 들여오는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중 베트남, 브라질, 콜롬비아 등 3개 나라가 전체 수입량의 절반을 웃돈다. 수입단가는 ㎏당 평균 4493원이다(관세청자료). 가장 비싼 것은 ‘커피의 황제’라고 불리는 ‘블루마운틴’ 산지인 자메이카로 ㎏당 7만1483원이고, 베트남산이 2223원으로 가장 싸다. 평균 가격으로 비추어 볼 때 아메리카노 한잔에 들어가는 원두를 10g(100알) 안팎으로 계산하면, 45원어치가 원가인 셈이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가격은 4000원 안팎이다. 또 1만원을 웃도는 프리미엄급 드립커피도 수두룩하다. 물론 그 절반 가격도 안되는 1500원짜리 커피도 있다. 최근 편의점 업계가 내놓은 드립커피는 500원이다. 따라서 여전히 시중 커피값의 거품에 대해 논란이 많다. 기호품이라 논란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소비자입장에서 보면 차별화를 앞세운 프렌차이즈 업계의 횡포가 아닐수 없다. 얼마 전 모 언론이 우리나라가 5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에티오피아의 원두 유통과정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한국의 수입단가는 5758
죽은 공장 /김명인 십몇 년 탈 없이 돌아가던 공장이 문을 닫았다. 주문도 기계음도 멈춰선 벨트 위엔 난삽하게 어질러진 먼지의 잔업들 흐릿해진 공장의 눈에 무엇이 비치는 걸까? 다가서면 하오의 생계로 스산한 햇살 잦아드는 손바닥만 한 마당에서 아이 몇 추위에 떨면서 놀고 있다. 해질녘까지 눌러놓은 허기 아래 어른어른 실직인 하루하루가 비치다 마다한다. 목줄에 함께 묶였던 너는 각별한 이웃, 아침저녁 밖으로 끌고 나가야 용변을 보던 개처럼 업보인양 여겨지던 한 때의 일과들, 구난 길에서 돌아와 잠긴 문 앞에 서면 죽은 공장이 옛 동료를 알아보고 컹컹 짖어댄다. -월간 ‘현대시학’ 에서 십 몇 년간 잘 돌아가던 공장이 문을 닫았다면 그것은 분명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박탈하고 가족을 해체 시키며 사회를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라 할 수 있다. 죽은 공장은 법정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사회의 악이다. 그리고 나와 가족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죽음으로 내 모는 악성 종양이기도 하다. 직장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웃고 함께 울던 동료들, 동료가 아니라 동지라고 부르는 그들 앞에서 평생 업보처럼 짊어지고 가고 싶은 터전이 몰아치는 감원 태풍에 날아가
덩치가 크고 욕심은 많지만 속은 좁기 이를 데 없는 이웃과, 그릇된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왜곡하며 후세들에게 교육시키는 이웃을 양쪽에 둔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특히 요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로 인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국내에서 중국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도의 경우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작년 7월과 올해 4월을 비교한 결과 경기도내 중국인 관광객이 72% 감소했다. 이는 경기도의 빅데이터 분석결과다. 이 기간 동안 경기도가 외국인 관광객 결제 데이터 7천만건을 분석한 결과 도내 중국인 카드 사용자는 2016년 7월 2만9천명에서 2017년 4월 8천명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카드 사용액 역시 같은 기간 60억5천만원에서 20억7천만원으로 66%가 감소했다. 이로 인한 손실도 크다. 파주·여주·김포시는 쇼핑업종이, 용인시는 문화·레저업종이, 수원시는 숙박업계가 큰 피해를 입었다. 경기도도 그렇지만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매우 높은 제주도의 경우 심각한 위기를 맞았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발길을 끊은 대신 국내 관광객과 동남아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제
임진왜란 당시 권율장군의 한양도성 수복을 위해 주둔했던 행주산성에 대한 새로운 역사서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행주산성은 한양도성의 외사산(外四山) 덕양산에 있는 산성으로 덕양산성으로 불리웠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한창인 1593년 2월, 권율장군이 1만여 병력을 가지고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가 지휘하는 일본군 3만명과 대적하는 과정에서 조선군이 화약과 화살이 떨어지자 산성 안의 부녀자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와서 투석전을 벌여 승리하였다고 하여 행주산성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행주산성의 승리로 인하여 한양 도성을 탈환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하여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이처럼 역사적 의미가 있는 행주산성에 대해 특별한 고고학적 연구가 없었던지 역사학계와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남아있는 모습만으로 토성(土城)이라고 규정해왔다. 하지만 고양시가 지난 2월에 행주산성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세우면서 불교문화재연구소에 발굴조사를 의뢰한 결과 발굴 두 달만에 돌로 축조된 3m 높이의 석성을 발견하였다. 석성의 유구만이 아니라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평가되는 기와편과 화살촉 그리고 수레바퀴 등 유물이 수심접이 발견되었다. 특히 기와편에서는 행(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