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가 돌아가는 기본은 약육강식이다. 전쟁의 역사를 크게 보면 단세포들도 싸울 때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더 많이 만든다. 전쟁터에서 명장들은 장병들이 아드레날린 계열의 호르몬을 더 만들도록 배수진이나 파부침주(破釜沈舟) 등의 전략을 썼다. 먹고 먹히는 사냥과 전쟁이 ‘도피-투쟁’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끌어내었고 두뇌는 그 시기에 시냅스를 급히 만들거나 새롭게 연결하면서 지능을 발달시켰다. 그렇게 이기는 방법들이 전수되면서 펜과 칼과 총과 정치의 역사가 시작했다. 사냥은 우리가 가장 많이 생각해야 했던 인문학의 재료였다. 사냥터와 먹잇감을 구하는 행위인 사냥은 그러다가 영토와 권위와 여자와 사랑을 구하려 싸우는 트로이나 삼국지 같은 얘기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인문학 재료를 논하자면 ‘SEX’의 발달사를 보아야 한다. DNA는 자신을 전달하고 복제하려는 본능과 다양성의 본능을 갖고 있다. 동종번식의 단계를 경과한 초기 생명체의 사랑은 대부분 폭력적이었다. 부드러운 결합이 아니었다. 초기의 성교는 DNA의 다양성을 위한 전쟁이었으며 마치 주사를 놓거나 모기의 흡혈같았다. 지금까지도 일부 인간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사냥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당한 이후 1주일 간 멈춰졌던 촛불과 태극기가 다시 등장했다. 촛불의 승리를 선언한 뒤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촛불집회가 지난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또다시 이어져 박 전 대통령 구속과 함께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맞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친박단체들은 대한문 앞에서 일명 ‘태극기 집회’를 다시 이어갔다. 친박·보수단체 모임들도 탄핵무효와 함께 사드 배치 찬성과 롯데 응원 등 ‘사드 보복 피해자 롯데 살리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이 너무 분열돼간다는 걱정이 앞선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다양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고,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생각들이 난무하는 게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엄중한 자리에 서 있다. 국내외 정세는 북핵 위협과 사드배치 논란, 경제적 압박 등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대선 주자들은 공약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상대 때리기에 골몰하는 형국이다. 지지자들도 나뉘어 마치 누가 당선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주장한다. 누가 돼도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전직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청명했고 햇발은 더 없이 포근했다. 라일락 망울이 부풀고 꽃다지가 좁쌀만 한 노란빛을 물고 있던 봄길을 떠올리면서 가볍게 입고 나섰다. 집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는 안과는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더듬거려 찾아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병원은 어두침침했고 환자들도 별로 없었고 직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접수대에 한 사람이 앉아있어 접수를 하는데 그 직원이 점심시간이라고 하면서 다음부터는 시간을 맞춰오라고 안내를 했다. 지루하게 점심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려 진료를 하고 약국에서 처방전을 제출하고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자리를 잡았다. 대화는 주로 요즘 부모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로 이어졌다. 아들이 결혼을 안 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막상 며느리를 보면 모든 근심이 다 사라질 거라고 믿었던 것이 착각이었다. 예비며느리가 첫 인사를 오는 날부터 어떤 여자일까 설레고 기대하던 마음은 사라졌다. 그래도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라는 이유로 승낙을 하고 상견례를 하면서 마음이 상했지만 그대로 결혼을 하게 되었고 며느리는 손님 같다는 말을 주위로부터 누누이 들어온 터라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어느 사이 아들까지도 손님이 되어가고 있었다
매년 2월 이후가 되면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 자격 신청이 시작된다. 수 많은 새내기 사회복지사들은 자신들이 배운 전문직에 대한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새로운 첫 출발을 내딛게 된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꿈꾸어 왔던 전문가로서의 사회복지사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으나, 정작 우리의 현실은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이라는 한계의 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전문직이란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면, 전문직은 Richard N. Hall이 지적한 바와 같이 ‘전문조직을 활용하고 공중에 대한 신념, 자기규제 신념, 소명의식, 전문적 자율성’을 지녀야 하고, Walter A. Friedlander와 R. Z. Apte가 지적한 ‘특수한 능력과 기술, 실천가, 서비스 개발에 대한 관심, 개인적인 책임’을 지녀야 한다고 하였다. 사회복지 전문직의 개념이나 성립조건에 관해서는 ‘고도의 이론적 체계, 전달 가능한 기술, 공이익과 복지목적, 전문직 단체의 조직화, 전문직으로서의 자율성과 그것을 지시하는 윤리강령, 전문직으로서의 하위문화 그리고 최종적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핀다하여 ‘잎꽃’이라고도 불리는 벚꽃은 현재 1백30여종이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다. 그중 왕벚꽃은 모양과 색이 가장 화려해 사람들로부터 각별하게 사랑을 받고 있다. 왕벚꽃나무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이같은 우리 고유의 꽃임에도 불구하고 “벚꽃=일본”이라는 등식을 내세운 일본주장에 휘말려 100년 넘게 원산지 논란을 겪기도 했다. 1908년 4월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타케 신부에 의해 자생 왕벚나무가 제주에서 처음 발견됐음에도 불구 하고 일본은 왕벚나무의 자생지와 기원이 ‘이즈의 오오시마 섬 자생설’ ‘잡종기원설’ ‘이즈반도 발생설’이 있다고 주장하며 ‘제주도 자생설’을 부인해 왔다. 그러던중 지난 1962년, 일본 내 세 곳을 제외한 제주도에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됐고 국제 식물학계에서 원산지임을 확인 받았다. 하지만 일본은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이 벚꽃의 고향은 중국이며 당나라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발표하면서 원산지 논쟁이 가열되기도 했다. 마치 자존심대결을 하듯 이 나무를 두고 벌인 원산지논쟁은 결국 지난해 확실히 막을 내렸다. 작년 5월 제주 봉개동 개오름 남동쪽 사면
일찍이 나는 /최승자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 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 최승자 시집 ‘이 時代의 사랑’ / 문학과지성사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읽힌다. 무엇인가 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그러나 실패와 낙담 끝에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극도의 외로움이 숨어있다. 세상일이란 게 대개는 뜻대로 되지 않으므로, 그럴 때 몰려오는 자학의 무게란……. 좌절이라는 괴물은 영혼의 피폐는 물론 존재자체를 부정하게 만든다. 필사적이었던 만큼 무가치하고 비천한 것으로 치환시킨다. 그렇게 해서 벼룩의 간만큼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대륙으로부터 떨어져서 존재하는 섬답게 영국의 낭만주의 회화는 독창적인 흐름을 탔다. 이웃나라들에서는 바로크 회화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와중에도 걸출한 예술가를 배출하지 못하고 상류층의 초상화 수요조차 외국의 유명 화가들에게 의존해 해결해야 했을 만큼 회화사에서 뒤쳐져 있던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한 세기를 뛰어넘어 근대예술을 예언했던 독특한 화풍의 예술가들이 속속 등장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인 블레이크, 터너, 콘스터블 사이에는 공통점이라 할 만한 것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만큼 세 사람의 개성은 매우 달랐다. 물론 그 사이 영국에서도 유럽 최강 열강의 위상에 걸맞는 예술적 성과를 이루기 위하여 재정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왕립아카데미를 기반으로 인기있는 회화 작가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느 나라에서들과 마찬가지로 낭만주의 회화 작가들에게 아카데미란 넘어서야 할 한계이자 적대시되어야 할 무엇이었다. 영국 회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의미있는 방식이 만개했었던 시절을 꼽으라면 단연 낭만주의 회화를 주목해야 하고, 그 시절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기만의 표현방식을 창조했던 이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화가이자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이 시에서 언급했듯이 아버지도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어정쩡한 남편이라는 명사, 때론 친구였다가 더 욕심을 내자면 애인의 감정이기를 슬쩍 욕심내 보지만 연애시절 서로를 달뜨게 하던 찻집도 골목길도 없다. 퇴근과 출근 사이에 스치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굽은 어깨, 술에 찌든 낯빛만을 덮어쓰고 있다. 이 남자, 나를 숨 멎게 했던 그 남자 맞나 싶다가도 용돈 몇 푼 더 달라고 떼 아닌 떼를 쓸 때면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는 아들 녀석과 뭐가 다를까 싶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새벽녘 고열로 아팠을 때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찬 물수건을 대주는 것 또한 남편이다. 나란
생후 17일된 아기와 만났다. 모유를 먹고 막 트림을 끝낸 신생아, 강보에 쌓인 채 잠자는 아기가 천사같다. 가끔 기지개도 켜고 입도 오물거린다. 만지면 부서질까 감히 손을 댈 수가 없다. 조카가 출산을 했다. 산후조리원을 막 나와 친정으로 몸조리를 하러 온 것이다. 아직 어린 산모는 얼굴에 부기가 남아있고 회복이 덜된 듯 푸석푸석하다. 우는 아기를 안고 쩔쩔매는 모습이며 기저귀를 갈아주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엄마를 쏙 빼닮은 아기다. 신기하다. 닮은 모습이 신기하고 배냇짓이 신기하다. 새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건강하게 태어난 준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잠자는 모습을 한참 들여다본다.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는 피부와 가지런한 입술 오뚝한 코 정말 예쁘고 작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와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의 말씀도 있지만 나는 성선설을 믿는 편이다. 저렇게 맑고 순수한 모습에 어디 나쁜 기운이 있겠는가 싶다. 나도 저 나이에 부모가 되었다. 타지에 나가 살다보니 출산을 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남편은 직장가고 혼자 아기를 돌보는 일이 버거웠다. 하룻밤이면 기저귀가 수북이 쌓였다. 밤새 아기가 칭얼거렸고 젖을 물려도 울
파면이란 단어는 잘못이 있는 사람을 직업이나 맡은 일에서 쫓아내어 신분을 박탈하는 명사로 사용한다. 파면을 하려면 대상자에게 무언가 중대한 잘못이 있어야 한다. 잘못이란 영역 은 퍽 추상적인 것이지만 잘못의 유무는 그가 맡은 직책, 직위, 직무에서 그릇된 행위와 그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잘못의 기준은 그 직무와 관련된 규정에 따르게 된다. 규정에 없을 경우에는 사회 관습, 공공성, 도덕성, 여론 등의 잣대로 측정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작년에 구성원 한 명이 잘못을 하여 절차를 거쳐 파면하고자 했으나 그가 먼저 사표를 쓰고 나갔다. 다행히 그 여파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는 구성원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갔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생활하다 보면 아버지로서, 혹은 직위를 갖고 직무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그 직권을 남용하여 폭력, 성희롱, 인사, 배임, 횡령, 금품수수, 기타 압력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유혹과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수도원에서조차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 어떤 사람은 10계명을 못 지킬지라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자신만의 ‘11계명’을 만들고 이를 굳건한 믿음으로 지키며 자신의 욕망을 충족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