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國格)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는 선거문화다. 선거야말로 한 사회집단의 의식과 정치문화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거 풍경은 어떠한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살풍경을 떠올리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요즘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놓고 여야 간에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5차방정식인지는 몰라도 현행 300석을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가를 갖고 갑론을박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얻는 득표를 연동형으로 배분하는 방식인데, 정작 만드는 의원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심지어는 “국민은 다 알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건 아니다. 뭐가 구려서 인가, 무슨 사정이 똬리를 틀고 있기에 그럴까. 국민은 알 필요가 있고 알아야 마땅하다. 국민이 정치인을 뽑는 선거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정안이 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어느 의원은 당 의총에서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분명 문제는 있다. 득표율에 관계없이 지역구에서 1등만 하면 무조건 당선된다. 선거 때마다 이익을 얻는 정당은 다르지만, 표의 가치가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도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다. 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7일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여·야는 속히 공수처를 신설하라’는 글에는 청원마감일인 2월 6일까지 무려 30만2856명이 참여했다.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이번 정부 내에 검찰과 법원의 확실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 문제도 번번이 자유한국당에 가로막혀 있다. 국회는 국민들의 요청에 응답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월 22일 청원답변을 통해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 성격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 “야당 탄압 수사가 염려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행정부 고위공직자 및 판·검사만 수사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 국회의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조수석은 2008년 MB
문재인 정부 2기를 담당할 7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5일 시작됐다. 장관은 맡은 분야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최고 책임자다. 정책의 성패 여부가 장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에서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꼼꼼히 다지는 청문회 절차를 밟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청문회를 지켜보면 상식이라는 잣대로 살펴볼 때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자질에 의문을 가질만한 사안이 없지 않고, 후보자 해명도 궁색한 측면이 존재한다. 명쾌히 해명되고 분명히 납득되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그중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특히 더하다. 최후보자는 역대 정부에서 토지와 주택, 교통 분야의 주요 직책을 거쳤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부에서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제2차관까지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의 요직에 있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려는데는 국토부에서 오랜 기간 쌓은 경험과 자질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은 다주택 소유와 편법증여, 부동산 투기 의혹이었다. 다주택 소유와 증여가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당 분야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수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양이는 새끼가 3개월 정도 크면 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거의 모든 동물들은 자기 2세들에게 자생력을 기를 과도기적 고통과 탐구의 시간을 준다. 좋은 그림 스승은 기본기를 배운 제자를 화실 밖으로 내보낸다. 일찍 하산을 시킨다. 제자가 스승의 화풍을 닮으면 청출어람의 가능성이 사라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자생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건국 이래 자식들이 부모보다 성공 가능성이 더 낮고 더 가난해져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전례 없는 저출산과 1인 가구의 출현은 부동산과 경제구조를 바구고 있다. 5G와 가상현실의 본격적 확장은 책벌레보다는 게임마니아가 돈을 더 많이 벌게 하고 있다. 유튜브의 빅뱅은 교육계와 언론계를 파괴하고 있다. 바야흐로 혼자서 잘 놀고 함께 즐기는 호모루덴스의 시대가 왔다. 호모루덴스 시대의 명언은 ‘나는 즐긴다! 고로 존재한다!’로 되어간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즐기니까 청춘이다. 이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삶이 만약 재미있지 않다면 비극이 될 것이다” 이는 ‘스티븐 호킹’의 명언이다. 경기신문의 미래인문학 칼럼 66번째는 막을 수 없는 인공지능이라는
넷플릭스가 영화관(극장)을 사라지게 할까? 영화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관심사다. 넷플릭스는 영화관 대신 온라인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판매하는 온라인 영상판매 회사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의 기기를 통해 일정 비용을 받고 콘텐츠를 무제한 보여준다. 영화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상영과는 달리 인터넷 환경이라면 어디든 서비스를 할 수 있다. 1997년 온라인을 통해 비디오 대여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주문자영상(VOD) 사업으로 확장한데 이어 지금은 스트리밍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비슷한 업체가 몇 개 있지만, 규모나 시장영향력 면에서 압도적이다. 2018년 4분기 기준 유료가입자 1억4천여만 명을 넘겼고 매출은 157억 달러(약 1조 9천억 원)에 이른다. 유통 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옥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 ‘킹덤’을 제작했다. 해외에서는 ‘로마’란 영화가 관심을 모았다.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라는 문제는 관객들의 관심과 흥미 즉 흥행과 관련된 핵심이다. 또 다른 관심은 그 영화를 어디에서 보는가이다. 영화를 보는 곳은 당연히 극장(영화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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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는 1850년대 미국 서부에 불었던 골드러시의 산물이다. 19세기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금이 발견되면서 개척민들이 돈을 벌려고 금광으로 몰려들었다. 당시 독일계 유대인으로 미국으로 건너왔던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마찬가지였다. 청바지는 1차대전 후 미 전역으로 퍼졌고 1960~1970년대에 히피 운동이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옷이 됐다. 우리의 50∼60세대 젊은 시절 패션 로망이었던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Levi’s)’도 ‘리바이의 것’이라는 뜻으로 청바지와 역사를 같이 한다. 1960년대까지 반항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청바지는 1977년 이후 중요한 패션 아이템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이후 개발된 워싱(모래를 섞은 물을 뿌린 다음 세탁기에 돌려 물을 빼는 방법) 기법 덕에 색상이 다양한 건 물론 계절마다 두께 부자재 바지통 스티치 장식을 바꾼 온갖 디자인의 새 제품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일자바지 나팔바지 쫄바지(스키니진) 승마바지(배기진) 반짝이바지 얼룩바지에 찢어진 바지까지 종류도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한 벌의 청바지를 만드는 데 물 7천ℓ, 이산화탄소는 32.5㎏이 들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키고 일부 청바지에서 인
한 지인이 있었다. 그는 가난에 한이 맺혔다. 그저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인정사정도 없었다. 돈만 들어오면 못할 짓이 없었다. 없는 자에겐 메몰 찼고, 강자 앞에선 제대로 고개 한번 들지 못했다. 모두가 돈 때문이었다. 그렇게 돈을 긁어모았다. 할 짓 못할 짓 다해가면서 한푼 두푼 번 돈으로 가족들도 먹여 살리고 집도 한 칸 샀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수시로 없는 자에겐, 약자 앞에선 모진 소리를 했다. 자신의 가난 했던 시절은 잊은 듯 했다. 그러나 인생사는 참 불가사의 한 것이다. 어느 날 병이 났다. 당뇨병이 들었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죽을 병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돈 들어가는 게 무서워 자가진단으로 치료를 했다. 그러자 다른 병이 따라왔다. 혈관도 막히고, 위암도 찾아왔다. 치아도 나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관절염에 낙상까지 당했다. 고관절이 나갔다. 수술하고 돈 드는 게 무서워 재활 치료를 무시했다. 그러자 거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밤에는 불면증에 잠을 자지 못하고 낮에는 사무실에 실려 나와 졸고 앉았다. 운동을 못 하니 온갖 잡병이 한꺼번에 몰려 들었다. 초기치매까지 닥쳤다. 그런데도 그는 오직 한…
요즘 정치권 최대 이슈는 선거제도 개편이다. 지난 17일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의원정수를 유지하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다. 정개특위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의석배분방식에 대해 “국민은 산식(계산 방법)이 필요 없다. 컴퓨터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을 알면 되지 부품까지는 알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자판에서 A를 치면 A가 떠야지 B가 뜰지 C가 뜰지 컴퓨터에 맡기지는 않는다. 물론 전문가들이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아직 모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아직 모의실험도 안 해본 안이란 말인가. 전문가로부터 산식이 아니라 개편안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개편안을 ‘개혁’이라 부르는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다. 개혁은 법과 제도를 새롭게 그리고 보다 좋게 고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제도는 전 세계 국가 수만큼 다양하며 정답은 없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왜 어떻게 고쳐야 할지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국민을 속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유신과 전두환시절, 여야 동반당선이라는 1선거구 2인선출, 유정회&mid
오래된 서고 /김경성 백사장에 흩어져 있는 새들의 말과 책 속에서 흘러나온 말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졌다 저릿한 말들이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오! 온몸 가득히 느껴지는 오르가즘 화라락 불붙듯이 한꺼번에 서고를 덮치는 해일 속수무책이다 “백사장에 흩어져 있는 새들의 말”이란 아무래도 새들이 자신의 온몸을 눌러 찍은 ‘발자국’일 것이다. 그 ‘발자국’은 각각의 새들이 축적한 경험의 함축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의지이자 언어다. 하늘로 솟구칠 때의 놀라운 비행력과 허공에 멈춰 있을 때의 부력도 내재한다. 가벼운 깃털 사이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과 스산한 바람, 그리고 새들의 시선에 스며든 원근도 있다. 새들의 발자국은 밤을 열고 닫으며 적극적인 부재를 산출한다. 의외로 새의 ‘발자국’은 중력에서 가장 먼 언어다. 찍히자마자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새들은 모래사장에 내려앉아 새하얗게 다가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순간 날아올라 허공을 찢는다. 이것이 시인이 “백사장에 흩어져 있는 새들의 말”에서 읽은 것이다./박성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