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이 나아진 지금,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꽃식물 몇 종은 집에서 가꿀 여유를 갖게 되었다. 오래전 죽어가는 난을 살리려고 열심히 물을 주다가 결국 죽인 일이 있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물만 자주 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그러다간 오히려 뿌리가 썩어 죽게 된다. 그 식물의 원산지가 어디이고 물과 비료는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햇빛은 또 어느 정도 쬐어 줘야 하는지를 잘 알고 키워야 한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풀고 싶다면 편안함을 주는 녹색의 식물을 키우는 것이 좋다. 컴퓨터나 TV 주변에 선인장이나 고무나무 등의 관엽식물을 놓아두면 전자파를 흡수하게 되고, 제라늄, 페퍼민트 등은 해충제거에 효과적이다. 자녀를 사랑할수록 엄하게 키우라는 말이 있다. 자녀에 대한 과보호나 지나친 사랑이 자녀를 약하게 만들고 자립을 방해하거나 망칠 수도 있다. 식물을 사랑한다고 너무 자주 물을 주면, 그 식물은 뿌리가 썩어 죽게 되듯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오냐오냐 키우면 버릇이 나빠져 할아버지의 수염마저 잡아당긴다는 말이 있다. 자녀를 사랑할수록 제대로 된 기본교육, 가정교육이 필요하다. 얼마 전 노인대학 학장으로 계시는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노인대학 학
인간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친구의 숫자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국내에서 ‘발칙한 진화론’으로 번역된 책의 저자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 교수는 “한 사람이 제대로 사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했다. 인맥이 아무리 넓어도 진짜 친구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그는 ‘친구 3배수 법칙’이란 것도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짜 절친은 5명, 그 다음 절친 15명, 좋은 친구 35명, 친구 150명, 아는 사람 500명, 알 것도 같은 사람 1천500명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국내 설문 조사에서도 ‘진짜 친구는 5명 이하’라는 응답이 70%를 차지한것을 보면 신뢰가 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절친’을 꼽는데 주저한다. 어려울 때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신뢰와 헌신’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공유한 인생 동반자인데도 막상 순위를 정하려면 여간 어렵지 않아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하다. 살다 보면 아는 사람은 많아 지지만 힘겨울 때 찾을 친구가 점점 없어져 그렇다. 최근 아주대병원이 70살 이상 노인 1천200 명을 조사한…
전화벨이 울린다. 얼른 받아보니 담당자다. 방금 전 확인하니 오늘이 청탁받은 원고 마감일이다. 내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이어서 빨리 써서 보내야지 하는 차에 온 전화다. 이렇게 난감하고 당혹스럽기는 오랜만에 겪어보는 일이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전 통화할 때의 목소리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마감일 당일 오전까지 보내라는 것을 못 보낸 잘못에서 오는 나의 자격지심에 더욱 그리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틀간 직업과 연계가 있는 교육을 다녀왔다. 그리고 연말이다 보니 모임도 여럿이 겹치게 되고 어제도 서울로 꼭 참석해야 할 모임이 있어 다녀왔다. 며칠 전 확인한 필진 일정표를 생각하며 그래 내일 원고를 쓰면 되지 하면서 다녀왔는데 그게 착각이었다. 오늘 일요일이니 느긋하게 쓰면 되지 했던 것이 착각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신뢰에도 금이 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착각을 하거나 잊어 실수를 하고 당혹해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가끔 보는데 그럴 때마다 나이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는 사실 너무 서글프고 무책임한 거 같다. 때에 따라서는 집단 위안을 삼으려 하는 현상인지 동창들 모임 같은 곳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아!…
“2019년 새해 소망은 무엇인가요?” 통상 연말이 되면 다음 해를 생각한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 더 많은 수입, 승진, 자녀의 학업 등등 올해보다 더 나은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 기대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한 해 목표라는 것을 세운다. 여러분은 2018년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가? 혹시 배우자가 올해 가졌던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배우자는 당신의 올해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만약 자신의 목표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면 당연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설령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배우자가 그러지 못했다면 완전한 목표 달성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부부는 몸과 마음이 함께 하는 관계이다. 몸과 마음 중 하나라도 따로 움직인다면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진다. 부부가 함께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숙소에 도착하면 짐을 풀고 수영도 하고 근처 관광지도 살펴보기로 했다. 이동은 기차로 결정했다. 기차역에 도착한 부부는 기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발권기 앞에 섰다. 남편은 부산행 티켓을, 아내는 경주행 티켓을 구매한다. 서로 가려고 했던 여행지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부부는 서로 다른 기차를 타고 각자 여행…
송광사 /김인구 불일암, 무소유길을 걷는다. 후박나무 그늘 아래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법정의 뒤안길 푸르른 하늘은 푸르른 하늘을 쏟아내고 뭉게구름은 뭉게구름을 따라 돌아가지. 순연의 초록은 흐드러지는 초록으로 남아 느릿, 느릿 바람도 뒤짐 지고 걷는 불일암. 문득 고개를 드니, 아주 높은 곳에 뭉게구름이 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하도 고요하고 깊어, 시인은 호수의 밑바닥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길섶에는 젖은 나무와 바위들이 짙은 가을에 흠뻑 취해 있다. 대나무도 온몸을 흔들며 늦은 가을의 서늘한 휘파람을 분다. 삼나무, 편백나무, 상수리나무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움켜쥐고 있다. 그런데 저기, 찻잎처럼 맑고 그윽한 후박나무 아래 법정의 묵언이 소스라치는 듯하다. “푸르른 하늘은 푸르른 하늘을 쏟아내고 // 뭉게구름은 뭉게구름을 따라 돌아가”야 하는 무소유의 실천이란 숲으로 향하는 목어의 강렬한 집중이 아닐까. 느릿느릿 바람이 불어오고, 순연의 초록이 목과 어깨를 감싼다. 시인은 겨우 불일암에 도착한다. 눈이라도 쏟아지면 차라리 그윽하다고 할 것인가. /박성현 시인
의료보험공단에서 검진 대상자라고 연초부터 안내장이 왔다. 속도 별로 안 편하고 검사한지도 오래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꼭 건강검진을 하리라 연초부터 다짐을 했다. 별로 바쁜 일도 없으면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연말에는 병원이 혼잡하니 서둘러 검진을 하라는 안내장을 받고는 그래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서둘러 하자라고 또 마음먹었다. 마음만 먹었을 뿐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여름엔 너무 더우니 가을에 하자고 미뤘고 가을이 오니 가을걷이며 여행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로 정신없이 지나가고 12월이 왔다. 이제는 더 물러설 곳이 없어 병원 예약을 하려하니 만만치가 않았다. 처음 마음먹었던 병원은 12월 말일경에나 내시경 검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다른 병원에 확인해보니 12월 중순경에는 가능하다고 해서 다음날 방문해 보니 그사이에 오전 예약은 안 되고 오후는 가능하다고 한다. 오후에 검사를 받게 되면 하루를 다 소비해야 해서 망설이다가 예약을 하고 오면서 나의 게으름에 대한 후회를 했다. 오후에 하면서도 2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무엇보다 연초에 한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함이 컸다. 12월의 달력은 유난히 짧은 것 같다. 해야 할 일…
‘복지국가’의 개념과 정의는 국가, 시대,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될 것이다. 대한민국 역대 어떤 정부든 국정기조는 ‘복지국가’였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복지국가인가? 다른 선진 복지국가들과 비교해서 우리는 어느 정도 수준의 ‘복지국가’인가? 복지국가에 대한 개념정의는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복지국가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하여 발생한 사회문제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 정부의 예산과 기구를 동원하여 모든 국민이 개인의 안전을 보장받도록 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즉, 복지국가는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이며, 국민의 복지향상을 가장 중요한 책임과 의무로 삼는 국가를 ‘복지국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복지국가 역사를 보면 한국의 전통 사회에서는 구휼 제도와 함께 민간 차원에서 행해진 두레, 품앗이, 향약, 계 등의 상부상조 활동도 구제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삼국시대의 구빈사업(救貧事業)과 고려시대는 흑창(黑倉), 의창(義倉), 상평창(常平倉), 유비창(有備倉), 동서 대비원(東西大悲院) 등과 조선시대의 비황 제도, 구황 제도가 있었다. 광복 이후에…
커튼의 존재 /김호성 부풀어 오른 커튼을 칼로 찌른다 창밖으로 밀려난 바람에는 표정이 없다 말없이 등불을 가져다 놓고 사라진 남자가 그 속에 있다 눌린 얼굴로 창문을 밀어내며 창문이 열렸다 닫힐 때마다 새들의 목이 잘린다 낮은 지저귐만이 벽을 연하게 만든다 벽 틈에 꽂힌 칼날이 짧은 머리카락처럼 굵어진다 창틀에 묶인 남자는 아주 납작해져서 방의 주인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천장에 달라붙으려 한다 맨살에 얼음 알갱이가 돋아난다 한 방향으로만 굴러가는 상처는 마녀의 혀를 닮아간다 옮아가는 커튼의 몸부림에 실려 다음 밤으로 가기 위해, 피 묻은 티슈들이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서 입김 위에 올라타듯이 창문 밖으로 남자를 던지면, 한 순간 정적이 생긴다 사람들이 떨어지는 남자를 받으려고 손을 뻗는다 커튼이 흩날릴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로 배치되어 있다. 불안하고 위험하며 유동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화자는 커튼 속에서 “등불을 가져다 놓고 사라진 남자”를 연상한다. “창문이 열렸다 닫힐 때마다 새들의 목이 잘린다”거나 “벽 틈에 꽂힌 칼날이 짧은 머리카락처럼 굵어진다”는 감각적인 표현에서 좌절과 우울의 정조
12월 임시국회가 얼마남지 않았다. 하지만 주요 민생법안과 공공부문 채용 비리 의혹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와 선거제 개혁 논의를 위해 지난 15일 소집된 임시국회가 현안마다 여야의 팽팽한 대치로 열흘째 공전을 거듭, 빈손 국회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오는 27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의 민생법안처리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각 당이 쟁점 현안들을 서로 연계하는 전략을 펴는 데다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 의혹 공방까지 부상해 민생법안 이슈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법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만약 민생법안 처리도 제때 절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무리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국회의원 수를 늘려달라는 주장 쪽으로 국민을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민생법안은 정치적 사안과는 분리해서 27일 본회의에서반듯이 처리해야 한다. 유치원 3법과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안 등 관련 법안의 처리도 마찬가지다. 유치원 비리 사태에 학부모와 여론이 분노했지만, 비리 근절책을 담은 '유치원 3법'은 법안심사소위 단계에서 여전히 막혀 있다. 정부가 국가관리 회계
국방부가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과 관련 2개 안을 보고했다. 1안은 36개월, 2안은 27개월이다. 1안이 36개월인 것은 육군병사의 현행 복무기간이 21개월인데 오는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기 때문에 그 두 배 기간을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복무기간이 1안인 36개월로 정해지더라도 1년 범위에서 조정이 가능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최대 1년까지 복무기간 단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기존 병역법에는 현역병은 6개월 이내, 사회복무요원과 산업기능요원 등은 1년 범위에서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복무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있긴 하다. 병역거부로 인한 대체복무자들에게도 이와 동일하게 복무기간을 일정 범위에서 조정, 복무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복무기간이 36개월로 확정되고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는 조항이 반영되면 실제 복무기간은 24개월까지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최대 48개월까지 늘어날수도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1.5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으므로 복무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