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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팔관육험(八觀六驗)

인물을 판별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당나라시인 백거이는 이렇게 탄식했다. “사람을 어떻게 가릴 수 있겠는가. 아침에는 진짜인 것 같더니 저녁에는 가짜이니.” 그는 또 이런 지적도 했다. “옥은 사흘만 불에 넣어보면 알 수 있지만, 인재는 7년은 족히 기다려야 가릴 수 있다”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듯이 인간의 겉은 다 같지만 속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예부터 겉과 속이 다른 것을 판별하는 인물 감별법이란 것이 수없이 나왔다. 중국 ‘여씨춘추’에 나오는 ‘팔관육험법(八觀六驗法)’도 그중에 하나다.

팔관이란, 순조로울 때 어떤 사람을 존중하는지 보고,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기용하는지 보고, 부유할 때 어떤 사람을 접촉하는지 보고, 한가할 때 무엇을 즐겨 하는지 보고, 친해진 뒤 말 속에 드러나는 뜻을 보고, 좌절했을 때 지조를 보고, 가난할 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본다. 육험은, 기쁘게 하여 정상적인 상태를 잃고 천박하게 흐르지 않는지를 살피고, 즐겁게 해서 그의 취향이나 나쁜 버릇 따위를 살피고, 화를 돋우어 통제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고, 두렵게 만들어 그것을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슬프게 만들어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살피고, 힘들게 만들어 그의 의지를 시험한다.

한비자 같은 이는 한술 더떠 황당한 말을 하거나, 반대쪽 주장을 펴 상대를 떠보라고까지 주문한다. 그래야 돌이 보석으로, 무딘 검이 천하의 명검으로 보이지 않는 다고 한다. 위선과 위악이라는 겹겹의 가면을 쓴 인간들 사이에서 인재를 판별하기란 이처럼 어렵다. 사람은 저마다 교묘한 말로써 자신을 옹호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를 빗대 백거이는 “반딧불이가 빛을 낸다지만 불은 아니며, 연꽃에 이슬이 맺혀 있어도 구슬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했다.

주나라 정치가 강태공는 “아무리 현명한 사람을 추천한다 해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이름만 있을 뿐 효과가 없다”며 “이것이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이유”라고도 했다. 사흘째 인사청문회장이 도덕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은 국민들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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