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400조를 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지난주 시작됐다. 예산안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도중 개헌을 들고 나왔고, 그날 저녁 ‘최순실 국정농단’의 일부 실체가 언론에 보도됐다. 곧바로 정국은 소용돌이쳤고, 나라와 국민은 일종의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의 살림과 민생에 직결되는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활동이 위축된다거나, 본말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도 예산안은 미르·K스포츠재단이라는 최대 쟁점과 법인세, 누리과정 예산, 노동개혁법과 서비스활성화법 등 숱한 쟁점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인 상태다. 박 대통령은 물론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번 만큼은 법정처리시한인 오는 12월 2일까지 반드시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당부했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국회가 구성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데다 앞에 언급한 쟁점에 대해 정부·여당과 야권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예산안의 법정기한내 통과에 발목을 잡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미르·K스포츠재단, 송민순 회고록 등에 대한 정쟁으로 망쳤는데
‘우리에게 할로윈데이(Halloween day)는 무엇인가. 대체 그게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과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단오나 대보름축제 보다도 더 요란하게 축제를 즐긴다. 그것도 문화라면 할 말이 없다. 할로윈데이는 고대 켈트족들의 축제다. 매년 10월31일,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린다. 이때 악령처럼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것은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봐 두려워서다. 처음엔 미국에서 소규모로 행해졌는데 어느덧 미국전역으로 퍼졌고 한국까지 흘러들어왔다. 할로윈데이 예찬론자들은 아이들이 외국의 문화도 접해보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화라는 주장도 펼친다. 그들의 생각도 존중한다. 그런데 지난해 이맘때 본란에서도 밝혔지만 서양 귀신문화까지 무분별하게 들여와 축제로 즐긴다는 사실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올해도 이태원이나 테마파크, 호텔 클럽, 바 등은 할로윈데이 축제로 떠들썩하다. 지난해 이태원에서는 마녀모자나 가면, 귀신 복장·분장을 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기가 과연 한국인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고대 환인 환웅 단군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 하지만 세상이 어수선하다.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도 좋다. 휴먼 인문학도시 수원에서 ‘제4회 세계인문학포럼’이 10월27~29일까지 3일간 아주대학교, 경기도문화의전당, 수원SK아트리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수원시가 교육부, 유네스코, 경기도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세계적인 인문학 석학들의 강연은 물론 ‘인문학도시 수원’에 걸맞은 의미깊은 행사였다. 수원이 인문학도시임을 세계에 알리는 측면도 있지만 사람이 반가운 휴먼도시의 위상은 평소 염태영 수원시장의 철학에 맞게 많은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했다. 개회식에는 수원시장을 비롯한 이영 교육부차관,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고, 철학자이자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길을 걸어온 로제 폴 드루와와 그의 아내인 저널리스트 모니크 아트랑을 비롯해 83명의 석학들이 자리해 ‘희망, 사람됨의 새로운 길’을 주제로 기조강연이 시작됐다. 일본 나라대학에서 정신분석학자인 가즈시게 신구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가장 먼 과거’ 등을 인문학에서 찾았고, 이밖에도 다양한 세션들로 마련돼 시민들의 열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28일에는 독일 뷔르츠 부르크대학 칼 메르텐스 교수의 사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가 국정 농단 의혹에 휘말리면서 대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섰다. 이화여대에서 시작된 시국선언은 서강대와 부산대 경희대 한양대와 고려대, 동국대 등 전국 대학으로 번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은 “최순실씨 의혹의 진상규명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씨의 딸이 재학 중인 이화여대는 최씨 딸의 부정입학 의혹과 학사개입 등에 대해 개탄했다. 젊은이들마저 들고 일어나는 상황은 그야말로 개탄스런 정국 현실을 반영해준다.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정국이 어지러울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다. 1990년 3당 합당,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 반대, 2008년 한-미 FTA 반대 운동 등에서도 대학생은 물론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2013년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2014년 세월호 진상 규명,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등 다양한 시국선언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국선언은 최순실씨 등 정권 비호 실세들의 국정 농단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그동안 의혹으로만 여겨졌던 일들이 구체화하고 있어…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식물대통령으로 만든 이른 바 ‘최순실 게이트’로 온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만산엔 홍엽(紅葉)이 가득하고 들판엔 코스모스, 들국화, 구절초 등이 무심하게 피어 있다. 수원시 당수동 시민농장과 광교신도시 광교중앙(아주대)역 옆에 조성된 코스모스 꽃밭은 이 가을 장관을 이루며 수원의 또 다른 명소가 됐다. 특히 광교신도시 광교중앙역 옆 코스모스꽃밭은 넓은 부지에 색색의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아찔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코스모스의 장관은 올해밖에 볼 수 없다. 이 땅이 경기도청사 건립부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부터 추진된 경기도 도청 신청사의 수원 광교신도시 이전 사업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내년 6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찬민 용인시장이 도청사를 용인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정 시장은 경기도청사를 용인 경찰대 부지로 이전할 경우 리모델링비와 집기류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힌 것이다. 뿐만 아니다. 땅 부지도 경기도로 넘기겠다고 귀가 솔깃한 제안까지 했다. 26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무상귀속 받는 것으로 돼 있는 옛 경찰대 부지
관광자원은 생산 주체별로 민간 또는 공공기관이 생산 하는가 혹은 재산권(property rights) 행사가 가능한가에 따라 사유재(private goods)와 공공재(public goods)로 구분할 수 있다. 사유재 성격의 관광자원은 영리목적이기 때문에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다. 이에 반해 공공재 성격의 관광자원은 영리목적보다는 복지차원에서 제공되는 특성이 있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문화유산의 복원, 유지관리 비용은 정부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정부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 입장료 징수여부와 적정 입장료 수준은 안정적 자원관리를 위한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자연공원의 경우에도 연방정부의 지원금 감소, 주(州)예산 부족, 긴축재정으로 등으로 재원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공원이용료(입장료)를 징수하였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경우에도 운영과 유지관리에 필요한 재원확보의 어려움은 상존하고 있다. 대다수 문화유산의 입장료는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입장료가 적정수준인지는 의문이 있다. 국내외 문화유산 입장료를 비교한 수원시정연구원 연구결과는 흥미롭다. 각국 빅맥 지수를 통한 문화유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시간에 문자 알림 신호음이 울리면 긴장하게 된다. 친구나 친지 등 부모님들의 연세가 대부분 팔십을 넘다보니 부고를 알리는 문자가 많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가 유독 많다. 또 새벽 시간에 문자가 온다. 불길한 마음에 확인해보니 친척 어르신의 영면소식이다.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간다. 조문객 받을 준비로 분주하다. 근엄한 표정의 영정사진이 안치되고 꽃으로 주변을 장식한다. 부모를 잃어 슬퍼할 시간보다는 의식을 준비하는 일로 정신이 없다. 급변하는 세태만큼이나 장례문화도 바뀌었다.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게 되고 상주들도 그리 슬퍼하지는 않는다. 세상이 각박해서인지 아니면 명을 다하였으니 다른 세상에서 편히 쉬라는 의미에서인지 우는 사람을 보기가 드물다. 울기는커녕 민망할 정도로 웃고 떠드는 것을 보면 호상이라지만 그래도 부모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일인데 싶어 보기 불편할 때도 간혹 있다. 장례 절차나 풍습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어릴 때는 굴건제복을 하고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문상객이 올 때마다 곡을 하며 슬퍼했다. 곡을 충분히 해야 망자의 북망산천 가는 길이 수월하다고 하여 아녀자의 목소리가 담 너머 먼 곳까지 들리도록 목 놓아…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하여 반 고흐의 구두를 살펴보던 중 시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소식들을 접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토록 분노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까지 보고 들으며 가져왔던 믿음과 그 이면의 실체가 달라서일 것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보는 행위 속에는 여러 층위의 이면들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여기 반 고흐의 구두 한 켤레가 있다. 미술사에서 수많은 이들에 의해 회고되어 오던 바로 그 구두이다. 거친 황토 빛 배경에 가죽이 헤지고 끈도 느슨해진 구두 한 켤레가 거친 붓 터치로 그려져 있다.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이 구두를 일컬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구두의 어두운 구멍에는 들일을 하러 나선이의 고통이 도사리고 있고, 구두의 실팍한 무게에는 거친 바람 속에서 밭고랑을 걸으며 쌓인 강인함이 실려 있고, 구두 가죽 위에는 대지의 습기와 풍요함이 깃들어 있다.’ 그의 시각에서 반 고흐의 구두는 농민의 성스러운 노동과 대지의 신비에 대한 표상이었다. 하이데거는 시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했던 철학자였으며 시적인 울림을 주는 미술작품을 높게 평가했다. 하이데거의 의하면 작품은 그 표면을 뚫고
케냐 작가 ‘응구기’, 약간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에선 꽤나 유명하다. 매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자로도 거론되는 문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박경리 문학상을 받으러 한국에 왔고 수상작 ‘십자가 위의 악마’가 김지하의 ‘오적(五賊)’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라 해서 화제가 됐었다. 그리고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만하고 목 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천하 흉포 오적의 소굴이렷다….’라는 내용의 글이 다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유는 권력농단세력으로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서 그랬다. 하지만 오적들은 80년대 이후 등장한 ‘대통령 비선실세’라는 새로운 적(賊)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내주고 권한(?)마저 축소된 것 또한 사실이다. 최순실이 저지른 일련의 사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정권에서나 국정 농단세력으로 불리는 사조직은 있었다. 노태우 정권의 월계수회, 김영삼 정권의 ‘나사본’과 소산(小山) 김현철 스캔들, 김대중 정권의 ‘연청’과 삼홍(三弘)비리, 노무현 정권의 노사모 발호, 이명박 정부의 영포라인, 2년 전엔 정윤회 사건을 계기로 등장
실내악 - Prelude /정재학 무조(無調))가 길을 떠나자 감옥이 넓어진다 이야기하는 선율은 노래와 거리를 두었고 여러 음과 음향이 이별과 만남을 반복했다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악보 비명이 음악이 되면 음의 색채를 혀 안에 굴려 넣고 범람하는 소리의 하류를 음미할 수 있다 수평선이 수직선으로 회전하는 꿈처럼 황홀했다 무조는 몇몇 신음과 불안한 소리들을 악보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시인의 ‘Edges of illusion’이란 난해시를 읽고 ‘존 서먼’의 동명의 곡을 찾아 들었었다. 일정한 패턴의 아르페지오, 그 위에 얹히는 바리톤 색소폰 음색이 몽환적 비감을 자아내던, 그 음악에서 어떻게 가라앉는 기타와 현을 켜는 갈치를 유추해낼 수 있는지,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소리 없는 꿈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가 고교시절 뮤지션을 꿈꾸며 밴드활동을 했다는 걸 알고 나서야 자신의 못 이룬 꿈과 뒤틀린 현실을 은유한 것 아닐까 추측한 적이 있다. 시인의 내면이 얼마나 불안하기에 無調가 되어 길 떠나는가. 아무런 調性 없이 스스로 감옥을 넓히려는가. 드디어 청각은 시각으로, 수평선은 수직선으로 전복돼 범람하는 소리의 하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