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노랗게 물든 거리 연인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걷는다. 만추의 멋을 한껏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다. 예닐곱은 된 듯한 여자아이와 두어 살 어려보이는 사내아이 그리고 아이의 엄마 아빠 이렇게 넷이서 행복해 보인다. 샛노란 은행잎을 줍기도 하고 가끔은 은행나무를 껴안아 보기도 하면서 노란 카펫을 깔아놓은 거리를 걷고 있다. 큰아이가 은행알은 왜 냄새가 나느냐는 물음에 엄마는 아빠에게 물어보라며 답을 돌린다. 글쎄 왜 지독한 냄새가 날까 하며 아빠가 답을 얼버무리자 오빠는 그것도 몰라 하며 핀잔을 준다. 분명 부부인데 호칭은 오빠다. 단란해 보이는 그들의 대화가 실망스럽다. 아이들은 아빠라고 부르고 아이엄마는 오빠라 부른다. 아빠와 오빠 사이의 관계가 묘하다. 언제부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지만 자식들이 저만큼 컸는데도 오빠라는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참 보기도 민망하다. 방송 등 대중매체에도 남편을 오빠라 칭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 아빠를 자신의 아빠인 냥 자연스럽게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부모가 호칭을 바르게 해야 자식도 바른 호칭과 우리말의 관계를 제대로 배우고 익힐 수 있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징용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3년 8개월 만에 원고승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들은 1995년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1999년 패소하자 2005년 국내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법원에서는 패소했으나 2012년 대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재상고로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지만 이른바 ‘사법농단’에 의하여 지금까지 판결이 지연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판결에서 소멸시효를 3년이라 했으므로 2015년까지 재판을 지연시켜 수만 건으로 예상되는 추가소송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2013년 김기춘 비서실장이 삼청동 공관에서 차한성 행정처장과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만나 판결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은 반대급부로 상고법원 설치와 판사들의 해외파견을 늘려달라고 했다. 그밖에도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법조계를 사찰하여 외압을 가하고, 내부의 비판적 판사들은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것이 사건의 내용이다. 수사가 진행중이고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
어두워지는 일 /류미야 저녁이 사력을 다해 밤으로 가고 있다 떨어진 잎새 하나 어두워지는 초겨울 가로등 불빛 아래 많은 것이 오간다 낮을 걸어 나오면 밤이 될 뿐이지, 저무는 것들의 이마를 짚어본다 불현듯 낡아 있거나 흐려지는 것들의 서리 낀 풀숲에 겨우 달린 거미줄이나 명부冥府 같은 우물에도 이 밤 별은 뜨리니 죽도록 어둠을 걸어 아침에 닿는 것이다 굳게 닫힌 바닥을 발로 툭툭 차면서 다친 마음 바닥에도 실뿌리를 뻗어본다 겨울이 오는 그 길로 봄은 다시 올 것이다 저녁을 걷는다. 차츰 어두워지는 능선에서 검은 선이 명백하게 그어지고 있다. 어둠이란 항상 바깥에서 시작해 안으로 들어오며, 내부의 모든 빛에 스며드는 법이다. 시인은 저녁을 걸으며, 스며드는 어둠의 투박하고 자세한 골목들을 본다. 골목은 혈관처럼 집을 향해 흩어지는데, 느리고 사소하며 급격하다. 먼 곳의 희미한 냄새들처럼 모호하면서도 가볍다. 저녁을 걸으며, 이 골목들이 찍은 발자국을 본다. 발자국이란 삶의 반경이며 속도이고 망설임의 표식이다. 발을 디디면서 발바닥의 앞쪽에 힘을 주었을 때, 몸의 기울기가 생기고 그 무게만큼의 어둠이 밀려와 스며들고 흩어지며 급격해지기 때문이다. “저
미래학자들은 20여년뒤인 2040년 세계를 이끌 4 나라 중에 우리나라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때쯤이면 대한민국은 분명히 통일되어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붙이기는 하지만 이밖에 우리가 갖고있는 5가지 조건도 근거로 제시한다. 1, ,총명하고 부지런하고 열정을 지닌 국민성(National Character) 2, 한국인들의 남다른 교육열 3, 높은 기술 수준 4, 700만에 이르는 한국의 해외동포들의 네트워크 5, 한국의 프로테스탄트, 개신교의 역할 오늘 글에서는 이중 한국인들의 높은 기술 수준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이런 경우를 일컬어 격세지감이라 일컫는다. 한국의 기술 수준이 세계가 알아주는 수준이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10여 년 전만 하여도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40년 가까운 세월 일본의 식민 지배 아래 신음하다 1945년 해방되는가 하였더니 해방의 기쁨도 채 누리기 전에 극심한 좌우 대립 속에서 급기야는 남북이 분단되는 비극을 겪었다. 그리고 산업화, 민주화 운동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게 극심한 소용돌이 중에서도 꾸준히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이제는 기술한국이란 칭호까지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자랑스런…
경기도 2019년도 예산안이 5일 확정됐다. 24조3천604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다. 고용과 분배 관련 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예산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올해 본예산 21조9천765억원에 비해 2조3천839억원(10.8%) 늘어났고 일반회계 예산 첫 20조를 돌파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수치상 ‘역대 최대’에 그쳐선 안 된다. 이재명지사가 “공정한 경기도를 닦아나갈 중대한 이정표”라 밝힌 것처럼 지속추진이 관건이어서다. 편성된 경기도예산을 살펴보면 일반회계 21조849억원, 특별회계 3조2천755억원 등 모두 24조3천604억원 이다.세입예산은 지방세수입 11조6천77억원, 보조금 8조183억원, 보전수입 및 내부거래 8천791억원 등이다. 세출예산은 국고보조사업 9조2천746억원, 시·군 및 교육청 전출금 등 법정경비 6조5천994억원, 자체사업 2조1천905억원 등이다. 그중 복지예산이 올해 7조2천191억원에서 8조9천187억원으로 1조6천996억원(23.5%) 증가한것이 먼저 보인다. 자체사업 예산은 도가 독자적으로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의 핵심 공약사업 확장 기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청년배당에 1천227억원, 산후조
어제 인천에서 평소 심장 질환을 앓던 70대 노인이 차량을 몰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기둥을 들이받고 숨졌다. 지난 2일과 3일 경남지역에선 72살과 80살 고령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병원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한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만 7천여 건이었던 고령운전자 사고 건수는 지난해에는 2만6천여 건으로 1만 건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한국의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은 14.3%였다. 2000년엔 65세 비율이 7% 밖에 되지 않았는데 17년 만에 두 배로 늘어 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이와 함께 노인 운전자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11.9%씩 증가,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운전자는 약 280만명이나 된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2013년 8.2%, 2014년 9.1%, 2015년 9.9%로 2016년에는 11.1%였다. 최근 5년간 전체 교통사고의 12.3%를 차지했다. 나이가 들
성(城)을 만들 때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 중 하나가 식수(食水) 확보이다. 유사시 고립이 장기화되므로 식량보다는 식수 확보에 따라 항전의 기간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이 수원화성을 처음 계획할 당시 수원천을 성 내부로 끌어들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천이 성을 통과함으로써 수문을 만들 수밖에 없는데 성곽에서 문(門)은 방어에 취약한 곳이다. 그래서 사대문 앞에 옹성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문(水門)은 대문과 달리 문을 여닫을 수가 없고 항상 물이 흐르도록 열어놓아야 하므로 대문보다 더 취약한 곳이 된다. 방어측면에서 보면 수원화성의 대문은 성곽과 일직선상에 위치하고 방어는 그 앞에 설치된 옹성이 전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수문에는 옹성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곡성(曲城) 형태로 만들어 방어력을 보완했다. 곡성이란 문을 성곽 안쪽으로 꺾어 넣어 문을 숨기는 형식이다. 수문 하부구조를 보면 수문의 구조는 홍예로 돼 있으며 북(北)수문은 물이 들어오는 곳이고 남(南)수문은 물이 나가는 곳이다. 북수문은 홍예가 7개이고 남수문은 성안의 물이 더해져 북수문 보다 수량(水量)이 많기 때문에 홍예가 2개 많아진 9개로 돼 있다. 수문
갑자기 일교차가 점차 커지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난방을 위한 화기사용이 늘어나는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시기에 부주의나 다른 요인에 의한 화재가 발생해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자칫 본인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화재가 번질 경우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규모 공장이나 창고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는 소방시설 설치가 법제화돼 안전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으나, 소규모 주택의 경우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일반주택에 대한 단독경보형감지기·소화기와 같은 주택용 소방시설은 법적 설치 의무화가 돼 있긴 하지만, 주택 관계자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없을 시 설치는 곧 비용의 문제로 치부돼 설치 자체가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최근 발생하는 주택화재 중 소화기나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설치돼 있어 조기에 피난하거나 화재를 진압한 경우에는 피해액의 차이가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재산피해 저감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이용한 초기 대응 사례를 보면 다가구주택 화재발생 시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해 주민이 순찰을 희망하는 시간과 장소를 직접 선택하면 순찰서비스를 제공하는 ‘탄력순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기존의 각종 범죄·치안통계 등을 토대로 경찰의 입장에서 순찰하는 것이 아닌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순찰방식이다. 탄력순찰 신청방법으로는 먼저 가까운 경찰관서에 방문해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매분기 탄력순찰 집중신고기간 때 경찰관서에 비치된 탄력순찰 지도를 보고 직접 순찰희망시간과 장소를 요청하면 된다. 만약 경찰관서를 방문하기 어렵다면 온라인으로도 간편하게 신청 가능하다. 순찰신문고 홈페이지(http://patrol.police.go.kr) 또는 스마트국민제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순찰장소와 시간, 사유 등을 입력해주면 된다. 이렇게 주민들이 탄력순찰을 신청하면 경찰은 순찰요청 시간·장소와 112신고를 비교분석해 순찰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탄력순찰을 실시한다. 또한 순찰의 적시성과 실질적인 순찰이 가능하도록 매 분기마다 순찰요청장소를 초기화하고 초기화 이후에는 다시 탄력순찰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니 이점을 꼭 기억 바란다. 탄력순찰이 시행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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