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사설] 관공서 사칭 ‘대리 구매’ 사기 근절책 마련을 

수원시 소속 주무관 사칭에 가짜 공문까지 동원…심각

  • 등록 2025.05.14 06:00:00
  • 13면

관공서·단체 관계자를 사칭해 물품 대리 구매를 부탁한 뒤 구매금액을 사취하는 범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수원에서도 가짜 공문서까지 동원한 유사한 사기 범죄를 시도했다가 발각돼 가까스로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유사한 범죄는 지역을 불문하고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서 뿌리 뽑을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 어설픈 사기행각에 놀아나는 일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직문화의 허점 여부도 세세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군부대 사칭 사기와 유사한 수법의 수원시 공무원 사칭·공문서 위조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공공기관 사칭으로 신뢰를 얻고 물품을 주분한 후 가상의 납품업체에 대리 구매를 유도하는 수법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시에서 컴퓨터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업자는 자신을 시 소속 주무관이라고 밝힌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범인은 사무용 물품 견적을 요청하며 통화를 마친 후 시 명의로 작성된 ‘물품 구매 확약서’ 형식의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은 가짜 공문이었다. 가짜 공문으로 컴퓨터 판매업자를 속이려 했던 범인은 “부서에 급한 사정이 있어 심장제세동기를 구매해야 하는데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한번 알아봐 달라”며 다른 업체의 명함을 보냈다.


그러나 공공기관과 계약한 경험이 있었던 컴퓨터 판매업자는 범인이 보낸 공문 형식과 내용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시는 해당 공문이 위조문서라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4월 11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식당은 콘서트 관계자를 자칭한 유령업체 사기꾼에게 와인 구매대금 3000만원 상당을 사취당했다. 경기 화성시 한 가구점도 구치소 공무원을 사칭한 불상의 사기범에게 방탄복 대리 구매 명목으로 비슷한 금액의 피해를 입었다. 


사실상 유사한 사건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중이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 소방관을 사칭한 사기 시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일 한 인물이 천안 소재 블라인드 업주에게 접근해 소방관 명함을 제시한 뒤 “소방서에서 사용할 방화복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청하며 5500만원 상당의 물품 구매를 유도했다. 다행히 의심을 품은 업주가 소방서에 전화로 사실 확인을 거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 10일에도 동일한 위조 명함으로 소방관을 사칭한 용의자가 한 닥트 공사업체 대표에게 “소방서 2층의 공사와 관련해 방문이 필요하다”며 접근했다. 수상함을 느낀 업체 대표가 천안서북소방서를 방문해 확인하는 지혜로운 행동으로 사기를 피할 수 있었다. 광주경찰청에도 올해에만 28건의 노쇼 사기 신고가 접수됐다.


남의 눈에 피눈물이 나도록 하는 이 같은 범죄는 하루빨리 발본색원돼야 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시 공무원을 자처하는 사람이 공문 형태 문서로 물품 구매 요청을 하면 반드시 시 누리집에서 해당 공무원의 행정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관련 부서에서 신원을 검증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대다수 사례에서 수상한 요구를 의심한 당사자들이 확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피해를 모면하지만, 수백만 원에서 억대의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혹여라도 일부 공직사회에 이 같은 편법적인 거래가 가능한 것은 아닌지 정밀하게 검증하고 단속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다. 공직문화에서의 실낱같은 허점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입히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불경기에 우는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처지를 노린 지능적인 범죄가 늘고 있다. 사기꾼들은 매출 부진에 절치부심하는 상공인들의 심사를 약점으로 노려 날카롭게 파고든다. 공직자 사칭에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한번 말려들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다. 상식을 초월한 주문이나 청탁은 일단 의심하는 것이 맞다. ‘돌다리도 반드시 두드려보고 건너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