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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이나 그 밖의 한가지 색채만을 이용하는 모노크롬(monochrome) 미술 기법은 형태와 색채의 극단적 절제를 드러낸다. 1950∼60년대 현대회화에서 이러한 경향이 많이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서양에서처럼 다색화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서 모노크롬 기법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물질을 정신세계로 승화시켜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중성적 논리를 펼친 것이 특징이다.

과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기획전 '사유와 감성의 시대전'은 모노크롬의 대표적인 한국작가 45명의 작품 140여 점을 통해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중반까지 전개됐던 다양한 실험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모노크롬 미술의 정체성에 대해 이론가들은 '평면'이라는 구조적 형식과 '동양적 정신성'이라는 내용의 문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밝히며 김복영은 이를 '평면주의', 이일은 '내재적 모노크롬', 오광수는 구조로서의 '평면주의'와 정서로서의 '단색주의'라 정의를 내렸다.
모노크롬 미술가들은 당시 사상적으로 노장사상에 주목해 화면이 물질적, 감각적인 세계 너머의 무한대로 확산되는 공간을 그 속에 내포했다. 그 공간은 정신공간이면서 자연의 생성과의 동화에서 태어나는 세계로 파악된다. 이러한 자연에로의 회귀는 작품 창작에서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무위의 경지'로 나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백색, 흑색, 무채색 중심의 단색조로 진행된 모노크롬 미술은 평면이라는 회화의 근원 조건으로 환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신성으로 접근한다. 이로써 모노크롬은 평면이라는'구조적 형식'과 '동양적 정신성'이라는 내용의 문제를 '반복된 행위'를 통해 동시에 해결한다.
모노크롬 미술이 한국현대미술사에서 형식과 내용에서 성취해낸 업적에 대해 '한국적 모더니즘의 태동'이라는 독자적인 어휘로 기록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형식주의 미학은 순수 조형으로서의 예술 내적 조건에만 천착해 사회적 산물로서의 미술의 기능을 배제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이 미니멀 경향의 국제적 조형성과 더불어 한국의 독자적 미의식 창조라는 양면적인 과제를 동시에 만족시켰던 성과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다.
한편 이번 기획전은 지난 2000년, 2001년 미술관측이 연 '한국현대미술의 전개' 시리즈 3번째 전시회다. 2000년 '한국현대미술의 시원전'은 19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중반까지 한국현대미술의 태동을 보여주었고, 그 다음해인 2001년 '전환과 역동의 시대전'에서는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실험미술의 시기를 재현했다.
또 이번 전시회는 자료의 정비, 역사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우리의 근·현대 미술을 통사적으로 정비하고 체계화하기 위해 1997년도부터 6년에 걸쳐 장기 기획전으로 마련한 '근대를 보는 눈'과 '한국현대미술의 전개' 시리즈를 마감하는 의미가 큰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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