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4 (화)

  • 구름많음동두천 4.5℃
  • 구름많음강릉 3.9℃
  • 맑음서울 8.2℃
  • 연무대전 5.7℃
  • 박무대구 4.1℃
  • 박무울산 5.9℃
  • 구름많음광주 7.6℃
  • 연무부산 8.5℃
  • 구름많음고창 2.7℃
  • 구름많음제주 12.7℃
  • 구름많음강화 9.4℃
  • 맑음보은 1.6℃
  • 구름많음금산 1.4℃
  • 구름많음강진군 5.4℃
  • 맑음경주시 1.5℃
  • 맑음거제 8.4℃
기상청 제공

“자수해서 피 본 사람들…”

▨ 자수해서 처벌받은 사람들 = “불법 무기소지자나 마약류 사범도 자수하면 선처해 주는데… 우리 아이가 죽을 죄라도 지은 겁니까?”(학부모)
2006학년도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자로 간주돼 올 시험이 무효처리되고 내년 수능시험까지 응시하지 못하게 된 죄인(?)들은 요즘 정직했다가 처벌을 받게 된 아픔에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
전국 30명가운데 8명에 이르는 경기도내 죄인(용서받아야 할,또는 용서받지 못할 수도 있는)들. 이들의 딱한 사연을 살펴보자.
가방속 핸드폰 소지자 3명과 MP3 플레이어 소지자 5명이다. 핸드폰 소지자 가운데 1명은 다른 수험생이 신고했고 2명은 2교시 시험중에 가방속에서 진동음이 들리는 바람에 적발됐다.
5명 가운데 2명은 시험을 안보는 시간에 대기실에서 음악을 듣다가 적발됐고 3명은 3교시 시작전에 감독관이 제출하라고 해서 꺼냈다가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 이에 학부모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경기도 교육청도 교육부에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달 23일 안산 K고에서 수능시험을 치른 A씨(20.여) 등 5명이 3교시 외국어 영역 시험 직전 시험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가방속에 있거나 점심시간에 사용했다가 미처 가방에 넣지 않은 MP3 플레이어를 제출했다.
퇴실조치도 되지 않아 이들 수험생들은 별다른 생각없이 시험을 마쳤다. 그러나 이들은 다음날 부정행위자로 간주돼 올 시험이 무효처리되고 내년 수능시험 응시자격도 박탈당했다.
이와 관련 도 교육청 관계자는 “MP3 플레이어의 경우 휴대금지 물품이지만 통신기능이 없고 적발된 5명중 4명은 재수생으로 사전에 시험장내 휴대금지 물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해 교육부에 선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행위자로 간주하는 현행 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녀가 수능시험 도중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가방에 있던 MP3 플레이어를 제출했다가 다음날 부정 행위자로 간주돼 내년도 수능 시험 자격까지 박탈당하자 억울함을 호소해왔던 학부모 A(55)씨 등은 교육부에 자녀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K고 3학년 교사 18명도 교육부에 수험생들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 자수해서 광명찾은 사람들 = 이제 자수해서 면죄부를 받은 사람들의 얘기로 넘어가 보자.
정부는 지난 해 9월 한달간 행정자치부, 법무부, 국방부 등 3개부처합동으로 불법무기 자진신고를 받았다. 이 기간에 자진신고한 사람에게는 신분에 관계없이 불법무기의 출처와 불법소지 및 은닉 책임을 묻지 않는다. 또한 관련법률 위반죄로 기소중지(수배)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마저도 자진신고하면 관대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지난 해 경기도내에서 신고된 불법총기는 6천여정에 이르고 105명이 말 그대로 자수해서 광명을 찾았다. 필로폰,대마초 등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마약류 사범도 자수하면 치료해주고 재활의 기회를 얻는다.
▨ 워싱턴 대통령 얘기는 먼나라 우화(寓話) 인가? = 어렸을 때 미국 워싱턴 대통령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듣고 “자수하면 칭찬받고 위대한 인물이 된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그는 코흘리개 시절 아버지가 평소 애지중지하던 벚나무를 도끼로 베어버렸다. 하지만 워싱턴은 노발대발하는 아버지께 시치미를 떼는 대신 자수를 택했다. “제가 그랬습니다”라고 자수하자 아버지는 “너의 정직성을 잃을 바에 벚나무 100그루를 잃는 편이 낫다. 정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오히려 칭찬했다.
워싱턴은 나중에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재선에 이어 3선 대통령으로 추대되기에 이른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법언(法言)이 있다 = 물론 교육부의 주장대로 수능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원칙은 중요하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부정을 하려던 수험생과는 구별이 돼야 한다.
실수 또는 몸에 밴 ‘휴대폰,MP3 플레이어 이탈 금단증세’때문에 적발된 수험생들. 이들에게 2년간 주어지는 ‘형벌’은 죄질이나 동기에 비해 너무 가혹하지 않냐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인 것 같다.
학생시절 “자수해서 광명찾자”는 포스터가 곳곳에 나붙었다. 간첩이나 대공용의자에게도 광명찾을 기회를 주는 대한만국인데….
이번에 적발된 수험생들이 구제를 받지 못할 경우 포스터가 어떤 내용으로 바뀔까?
“자수하면 죄인된다”. 수년간 잠 못자고 학업에 열중해온 수험생들에게 불행스러운 일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김찬형/사회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