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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닮은 사람 나무조각가 '김영철'

여목(如木) 김영철(47)씨는 오늘도 분신과도 같은 나무와 함께이다. 20여년전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목조각을 본 이후 나무는 그의 삶을 지배해왔다.
"중동지방에서 서울로 막 돌아온 83년 어느날이었죠. 내가 탄 버스가 안암동로타리 어귀를 지나고 있을 무렵, 우연히 바라본 차창밖으로 진열된 나무조각들이 내 눈에 와 꽂히더군요. 그길로 버스를 세워 당장 그곳으로 달려갔어요. 목조각을 하시는 선생님의 작품이었는데, 선생님을 졸라 거기서 3개월여 목조각을 배우게 됐지요."
이후 자기만의 색깔을 살려 나무조각을 시작한 김씨. 질 좋은 나무를 찾아다니는 일부터, 그 나무가 가진 의미 찾기, 거기에 조금의 손질만을 더해 인간의 삶을 표현해냈다.
그가 나무를 고르는 방법은 독특하다. 일반 수집상에게 살때도 있지만 대부분 나무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다. 우연히 길에서 발견한 간판대, 시골동네에서 쓰다버린 나무쪼개는 받침 등이 모두 소재가 된다.
20여년간 창조해낸 작품만도 3,500여 점. 대부분 팔려나갔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작업장에 전시해놓기도 했다.
김씨의 작업장은 경기도 광주 초월면 부근에 위치해 있다. 그곳에는 수십만의 식구가 산다. 힘을 과시하는 사람, 관중을 모아놓고 유세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모진 세월에 찌든 노인 등의 형상을 담은 그의 작품들이 거기에 산다. 미완성된 채로 남아 있는 나무, 작품을 위해 아직은 재료일 뿐인 나무들도 작업장에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작품이 독특한 것은 칼을 거의 대지 않고 나무가 가진 형상을 그대로 살리는데 있다. 나무를 깎아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려진 나무들이 담고 있는 모습 속에서 의미를 찾아낸다. 거기에다가 약간이 조각을 가미해 생명을 불어넣는다.
"비바람과 번개 등 세월의 풍파 속에서 잘려진 나무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여러 형태의 삶을 사는 인간의 모습과 너무도 많이 닮아있어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나무는 나무이어야 한다. 나무가 가진 의미를 그대로 살려주어야 한다고…'. "
작품을 만드는 일 이외에도 지금의 그에게는 시급한 일이 있다. 그가 탄생시킨 작품들을 한데 모아 이 다음 후배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도록'(圖錄)을 출간하는 것이다. 현재 김씨는 이를 위해 잘 아는 사진작가의 도움으로 하나씩 작품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나무와 나는 찰떡 궁합"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김영철씨. 절친한 친우가 붙여주었다는 호, 여목(如木)처럼 그는 나무와 같은 자연인이다.
정수영 기자 jsy@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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