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3 (월)

  • 맑음동두천 18.2℃
  • 맑음강릉 13.1℃
  • 맑음서울 19.8℃
  • 맑음대전 19.6℃
  • 맑음대구 15.3℃
  • 맑음울산 12.5℃
  • 맑음광주 19.6℃
  • 맑음부산 14.8℃
  • 맑음고창 14.0℃
  • 구름많음제주 15.3℃
  • 맑음강화 13.1℃
  • 맑음보은 18.7℃
  • 맑음금산 19.3℃
  • 맑음강진군 18.4℃
  • 맑음경주시 13.0℃
  • 맑음거제 13.6℃
기상청 제공

‘형사사법통합정보망’ 사업의 위험성

 

법무부, 검찰, 경찰, 법원 등 우리나라 4대 형사사법기관이 형사사법통합정보망 구축사업이라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듬해부터 소위 전자정부사업의 일환으로 법무부와 검찰이 기획·입안하였으며, 모든 형사사법기관에서 다루고 있는 정보를 통합적으로 저장·관리하려는 사업이다. 초기 구축비용만 2천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국민 개인정보가 통합정보망이라는 슈퍼컴퓨터에 저장·관리된다는 사실이다. 사업 초기 행정편의를 위한 단순한 전산망처럼 보였으나, 점차 구체적인 사업내용이 새어나오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 알려진 바에 의하면, 경찰과 검찰의 수사·기소, 법원의 재판, 교정기관의 형집행 등 형사절차 전반을 망라한 세세한 자료들이 디지털화되어 통합 저장·관리된다고 한다.
만약 이 망이 완성된다면, 앞으로 모든 국민은 경찰관서나 검찰, 법원, 교도소 등 형사사법기관에 어떤 이유에서든 한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이와 관련된 소상한 정보가 컴퓨터에 영구적으로 남게 된다. 고소장이나 범죄 피해자·목격자 및 피의자의 진술자료는 물론 피해현장사진, 각종 증거물, 수사보고서, 판사와의 면담내용, 각종 영장관련기록, 법정진술 및 재판기록, 전과관계, 구금 관련기록 등이 모두 저장된다. 이 속에는 일기장이나 비망록, 전화나 이메일 통신내역은 물론 조서에 기재되는 개개인의 재산관계나 가정환경, 음주습벽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까지도 포함된다. 키보드 한번 두드리면 이 모든 자료가 확인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간 인권침해 문제로 논란이 있었던 유전자은행의 설립이나 지문등록제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의 위험성과는 비견될 수 없는 수준의 메가톤급 인권침해정보망이다.
선진외국에서는 이미 공공기관에 의한 개인정보의 침해를 막기 위해 일찍부터 엄격한 법적 통제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1974년 프라이버시법(Privacy Act), 영국의 1984년 정보보호법(Data Protection Act), 프랑스의 1978년 정보처리·축적·자유에 관한 법, 독일의 1977년 연방정보보호법 등이 대표적인 법률이며, 일본도 1988년에 ‘행정기관이 보유하는 전자계산기 처리와 관련된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를 막기 위해 이미 특별법을 만들어 둔 상태이다. 1994년에 제정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동법 제4조에서는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여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정보주체인 개개인의 ‘동의’가 있거나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개인정보화일을 집적·보유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형통망사업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 몇몇 행정기관이 국회의 입법과정도 거치지 않고 관리주체나 정보망에 들어가는 개인정보의 범위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인권침해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법무부와 검찰은 사업목적이 대국민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문서없는 전자적 유통을 통해 행정효율성을 높이는데 있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러한 주장은 사업실현을 위해 과장·조작한 명분에 불과하다.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란 사건처리결과 등의 몇 가지에 불과하며, 이 정도의 서비스는 이미 인터넷으로 제공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사업임에도 마땅히 해야 할 행정예고는 물론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개최되지 않았다. 밀행적인 사업추진 덕분에 언론에서조차 이 사업의 실체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주지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법원은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들어 통합망 사업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모습이고, 최근에는 경찰도 명확한 법적 근거의 마련 및 공청회 개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선진외국들이 기술력이 부족해 통합정보망을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의 주체인 국민의 허락없이는 추진되지 못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IT강국이라는 명성이 「전자통제강국」이라는 오명으로 전락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