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천원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4천원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한평의 공간에서 스쳐지나가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잠깐의 인사. 한국도로공사 수원지사 오산톨케이트 요금징수원 김형연(39·여)씨는 이곳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손님들과 저와의 만남은 보통 15초 사이에 끝나죠. 짧은 시간이지만 음료수 하나가 오가는 정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인걸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김씨가 손님들에게 거스름돈을 남겨주는 시간은 15초 정도면 충분하다. 그야말로 스쳐지나는 인연들이다. 하지만 김씨가 하루에 만나는 사람들은 2천여명.
2시간씩 교대로 하루 8시간 근무한다. 그는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눈다고 한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의 중년 아주머니는 어느날 살며시 미소를 띠어주었고, 돈을 던져버리거나 팔을 세차게 치면서 가버리는 얄미운 아저씨들, 새벽녘 따뜻한 캔 커피를 건네주던 트럭운전사 아저씨 등등.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만난다.
김씨는 “올해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스쳐갔네요. 제가 좋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면 고객도 그렇게 대하고, 제 스스로 기분이 우울하면 고객 역시 무뚝뚝해지는 것 같더라고요.”라며 겸손해한다.
김씨는 학습지 교사로 일하다가 오산톨게이트에서 일한지는 올해로 4년정도됐다.
“아이가 혈관이 약해 쉽게 멍이 들어서 온실속의 화초처럼 키워야해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힘들고 아이와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죠. 학습지 교사는 항상 밤 9시를 넘기기 일쑤입니다. 그러던 중에 이 일을 하게 됐어요. 공사에서 일한다는 설레임도 있었구요.”
김씨는 가끔 얄미운 고객들로 인해서 마음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아이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일한다. 몸이 약한 아이로 인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김씨는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고객들을 대하려고 하죠. 이제는 친절이 몸에 배었다”며 활짝 웃는다.
하루 수천대씩 지나는 차들로 금새 목은 따가워지고 좁은 공간에서 몸을 내밀며 일하는 고통(?)이 따르지만 친절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치는 사람들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는 김형연씨.
그녀는 비록 요금을 받고 거스름돈 주는 시간이 눈코입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순간이지만 오직 톨게이트 부스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게만 느낄 수 있는 ‘정’이 담겨있어서 쉽게 그만 둘 수가 없다고 말한다.
김씨는 운전자들에게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고 늘 보람있는 삶을 보냈으면 좋겠다. 다소 밀리더라도 마구 눌러대는 경적보다는 잠시 기다려주는 여유를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김주성기자 kjs@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