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폭력시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일은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 중 하나이다. 국가이미지 제고나 경제·사회 각 부문의 안정된 발전을 위해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정착되기를 국민 대다수가 여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시위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2000년도 이후 전국적인 집회·시위건수는 연간 1만건 이상으로 매일 30여건 정도가 꾸준히 발생했다. 이 가운데 불법폭력시위는 200건을 상회했던 2001년도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62건으로 줄어들었지만, 부상자 수는 6∼7년전 300명 정도였던 것이 재작년부터는 오히려 800여 명을 넘고 있다. 불법폭력시위가 양적으로는 감소했지만 질적으로는 과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 내부에서는 1999년 이후 유지해온 무최루탄 원칙이 오히려 시위대와 진압부대 사이의 완충지대를 없애 부상자를 증가시키고 있으므로 이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와 행정자치부 주도로 폭력시위단체에 대해 중앙부처와 자치단체가 지원해준 보조금을 환수하고 향후 지급을 중단하는 법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책들은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지원금 지급중단이라는 처방은 국민세금으로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단체를 지원할 수 없다는 명분론이 설득력을 갖겠지만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회단체의 건전한 대중운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요하는 대목이다.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진정한 해법은 무엇일까. 폭력시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확산되어야 하고, 공권력의 높은 준법의식 및 합법보장 불법필벌이라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민주화시대로 접어들어 국민 직선에 의한 세 번째 정부를 겪었고, 1인시위, 삼보일배 시위, 촛불·문화행사성 시위,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성 등 민주적인 방식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매개체가 확대되었다는 점은 희망적인 미래를 보게 한다.
그리고, 경찰은 집회시위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경찰은 집회시위 규제자가 아니라 집회시위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위험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며 발생된 위험으로부터는 시위군중과 일반시민을 보호하는 보호자이자 위험예방자로서의 역할임을 보다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시위규제법이 아니다. 헌법상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인 것이다.
경찰 역할에 대한 인식전환을 통해 선진시위문화를 정착해가고 있는 독일경찰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독일 경찰은 ’90년 중반부터 무최루탄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한국의 전의경 제도와 유사한 비전문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부대를 폐지하고 숙련된 고참 경찰관을 중심으로 집회시위를 관리하고 있다. 시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경찰관의 보호장비는 진압복 안에 착용하고 있고, 경찰봉은 검증을 통해 자격을 득한 경찰관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검거시 사용되는 수갑도 생고무재질의 일회용 끈을 사용하며 여기에는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어 법집행의 책임소재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는 폭력시위의 수준에 따른 구체적인 경찰의 대응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불법의 정도와 수준에 따라 각 단계별로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찰장비의 기준이 필요하며, 그 기준은 경찰 자신이 내부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정부, 노동계,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 등 우리 사회의 각 부문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만 구체적인 진압사례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은 물론 정확한 사회적 평가나 사법적 판단이 가능할 수 있다. 일선경찰관들의 큰 불만 중의 하나는 폭력시위대가 죽창이나 쇠파이프로 진압부대를 공격하는데 비해 경찰은 이를 진압할 제대로 된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이 국가공권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면, 폭력시위대를 제압할 수 있는 정당한 경찰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경찰이 잘못된 과잉진압을 해서도 안되겠지만, 경찰이 폭력시위대에게 얻어맞고 패퇴하는 모습은 진정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 동 희 <경찰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