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뽁뽁뽁뽁-’
‘짹짹짹짹-’
‘뽀로롱 뽀로롱 뽀로롱-’
‘과아- 과아-’
새들이 운다.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봄을 반가워하며 울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곤한 몸을 뉘일 숲이 깊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더 이상 먹이를 구하느라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봄이 왔다.
봄의 숲을 걷는다. 봄 숲은 유달리 분주하고 시끄럽다. 이른 봄 날 숲은 더욱 그러하다. 지난 겨우 내 흙 속에 묻혀 있던 마른 풀들 고개를 내미는 소리 ‘톡-톡-’하고, 겨우 내내 불어 온 찬바람과 눈보라에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있는 나무들의 기지개 소리 ‘뚜욱-뚜욱-’하고, 새순이 움트는 소리 ‘쏘옥-쏘옥-’하고, 겨우 내 얼어 있던 시냇물 흐르는 소리 ‘졸졸졸’하고, 아직도 산기슭 그늘에 남아 있는 눈덩이들이 떨어져 내리는 소리 작은 바위 떨어지듯 ‘풍덩-풍덩-’하는데 봄바람에 나뭇가지들 부대끼며 겨우 내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수런거리는 소리가 뒷덜미를 간질인다. 그 뿐인가. 이제 막 집으로 돌아온 새들 반가움에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다니는 소리가 ‘퍼드덕 푸드덕’하고, 새 둥지를 트느라 잔가지들을 부러뜨리는 소리 ‘뚝-뚝-’하다.
그런 소리들도 봄의 숨은 분주하다. 모두가 봄의 소리들이다. 생명의 울림이다. 그렇게 봄의 소리를 듣고 생명의 울림을 느끼며 잔잔히 흐르고 있는 담수호를 바라본다. 흐르는 물길을 막아 만든 담수호이다. 작은 물길만이 생명줄처럼 조그맣게 나아 있다. 바람 때문인가. 잔물결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고요하기만 한 수면에 이따금 텀벙 텀벙 물소리가 난다. 물고기들이 제 흥에 겨워 무자맥질하는 소리이다.
물고기들도 봄이 온 것을 기뻐하고 있는가.
수 백 년 세월 그 자리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았을 참나무가 이제는 흐르지 않는 담수호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수면에 닿을 듯하다. 나뭇잎 무성해지는 여름이 되면 수면에 드리워질 것 같다. 참나무 아래 나무 의자가 놓여 있다. 숲길을 걷는 이들을 위해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의자이다. 의자를 보아서일까. 다리가 무거워진다. 의자에 기대어 앉는다.

수면이 더욱 고요해 보인다. 조금 떨어져 길이 굽어지는 곳에 노인 한 사람 서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안온해 보인다. 마치 원래부터 그 곳에 서 있었던 듯 자연스럽다. 내 머리 위로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참나무처럼 노인도 오랜 세월 그렇게 서 있었던 듯하다. 노인이 그 자리에 있어 비로소 담수호도 강도 모두 제 모습을 찾는 듯하다. 노인이 그 자리에 있어 강도 산도 나무도 모두 그 의미를 찾은 듯하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고요하고 단아하다.
노인이 산하를 받아들인 것일까.
산하가 노인을 받아들인 것일까.
알 수 없다. 그저 담수호 곁에 오래 전부터 서 있던 한 그루 나무처럼 그렇게 서 있다.
삶이란 저렇게 안온할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을…
두 손바닥을 무릎에 대고 일어난다. 멈추어 의자 밑을 바라본다. 의자 밑 귀퉁이에 마른 풀들이 움터있다. 모질고 길었던 겨울을 견뎌내고 자라난 풀들이다. 참으로 대견한 모습이다. 손바닥으로 풀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손바닥에 풀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풋풋하다. 생명의 느낌이다. 생명의 울림이다. 살아 있다.
그래 살아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반가운 마음에 풀잎 바라보다 석양을 맞는다. 아쉬운 마음 마른 풀 곁에 내려놓고 발걸음을 돌린다.
그래, 내일은 나도 앞마당에 나팔꽃을 심어야겠다.
지난 해 봄 심어 놓았던 나팔꽃은 봄 내내 여름 동안 가을의 끝까지 앞마당을 가득 메웠었다. 오랜 날 집을 비워 걱정스런 마음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활짝 핀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간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하던 나팔꽃들이었다. 여름 밤 내내 내린 굵은 빗줄기에 마음 졸이다 나갔을 때마다 싱그러운 모습으로 지난 밤 비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전하던 나팔꽃들이었다.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이었던가. 시들어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나팔꽃들이 다시 활짝 피어나 내게 기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던 나팔꽃들이었다.
그 나팔꽃들은 겨울이 오기 전 모두 떠났다. 그렇게 여리고 섬세한 꽃잎으로는 모진 겨울바람을 견디기 어려웠겠지. 그처럼 슬프도록 아름다운 모습으로는 눈 내리는 겨울을 견디기 어려웠겠지.
그들이 떠난 그 자리에 다시 나팔꽃을 심어야겠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 겨우 내내 그 곳에서 활짝 웃으며 지냈던 것처럼 말이다.
‘텀벙- 텀벙-’
물고기들이 무자맥질하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온다.
그들에게도 봄이 왔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