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깃발을 높이 들고 사회정의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선봉에 서서 활동해온 민주노총은 노사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강경한 원칙을 고수하고 전국 규모의 파업을 주도하는 등 강경노선을 견지해오고 있다. 민주노총이 한국 노동운동사에 있어서 쌓은 업적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강경 일변도의 노선을 취하여 국가의 기간산업에서조차 파업을 자주 벌여 국민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에 차질을 빚고, 노사관계를 악화 일로로 치닫게 하여 국민 여론을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이 점이 노조 내부에 자성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한국의 막강한 공업도시로 꼽히는 울산이 한 때 파업하면 울산, 울산 하면 파업을 연상시킬 만큼 노동자들의 강력한 파업으로 거친 이미지를 안고 있었지만 22일 울산시 전하동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경영철학 및 노사공동선언 선포식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가 상생(相生)의 깃발이 높이 들리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 자리에 이상수 노동부 장관, 박맹우 울산시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 김성호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이 나란히 서서 손을 맞잡고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작년에 벌인 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대의명분과 도덕성, 연대성이 훼손돼 사회적으로 고립무원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울산지역본부의 지도력과 역량이 한계에 이르러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뼈아픈 자성의 말을 토로한 점에서 예고됐었다. 민주노총에 큰 힘을 실어주었던 울산지역본부의 이와 같은 발상은 ‘파업을 위한 파업’, ‘전국 규모의 연대파업’ 등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사업의욕을 꺾어하여 공장을 외국으로 옮겨가게 하고, 노조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을 짙게 하여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노동자들의 독주와 고립을 자초해온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울산지역본부 뿐 아니라 전국본부에서도 투쟁 일변도 전술에서 노사간의 대화를 통한 상생과 화합의 전술을 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부 관계자와 대화하면서 합리적인 투쟁방법을 숙고하는 모습이 종전처럼 타협과 굴종으로 매도당하지 않는 현상이 민주노총 내부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전쟁을 전문으로 하고 전장에서 적을 살해하는 것을 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군인들도 싸움에서 언제나 전승(全勝)할 수는 없다. 하물며 전쟁이 아닌 노사공존의 틀에서 움직이는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파업으로 전승을 구가하기보다는 때로는 노사간에 각각 반승(半勝)을 합해 전승(全勝)을 이끌어내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