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업? 완전히 죽었다고 봐야죠.” 임업 후계자 길을 20여년 넘게 걷고 있는 노기환(50)씨.
5일 62회 식목일을 맞아 그가 바라본 한국의 임업은 ‘빨간 불’이다.
그는 단호하게 “우리나라 임업은 죽었다”고 잘라 말한다.
긴 한 숨을 몰아쉰 노씨는 “사비를 털어 산에다 나무를 심는 사람 봤냐”면서 “바로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용인시 기흥구 상아동에서 약 10만평의 산림을 가꾸는 임업후계자이지만 ‘빈털터리’다.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종합토지세 납부하다 허리가 휘었다.
작은 규모의 산림을 가꾸는 사람들에게는 정부의 지원이 있지만 수십만 평씩 산을 가진 자신의 처지에 있는 임업후계자나 독림가들은 상대적으로 별다른 혜택이 없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노씨는 그래서 소유하고 있는 자신의 10여만평 산림을 매각하기 위해 최근 고민중이다.
건설회사나 여유있는 투자없체가 산을 사 뒀다가 훗날 사업성이 생길 때 사업을 했으면 하는 게 노씨의 바람이다.
장래 투자 가치가 있다가 보고 여유있는 개인이나 업체가 투자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노씨가 20년이상 키운 산에는 주로 낙엽송과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아름드리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길게 뻗은 나무를 볼때마다 어려움을 견뎌냈다.
‘매각.’ 애지중지 길러오던 노력보단 선친부터 심고 솎아내는 땀이 배인 나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임업후계자들 조차 고로쇠물과 버섯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엄연히 말해 버섯을 기르고 고로쇠물을 파는 것은 임업이 아니라고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노씨는 “선친의 물려준 산인데 팔려고 하니 마음이 씁쓸하지만 이 넓은 산을 지켜내기가 어려울 뿐더러 이 현실이 임업 후계자의 길을 갈 수 있게 해 주질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씨가 바라보는 식목일은 좀 남다르다. 이제는 조림하는 식목행사에서 벗어나 가꾸는 노력, ‘육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얼마전부터 식목일을 앞당기자 하는 얘기도 들리지만 노씨는 “사실상 나무는 땅만 얼어 있지 않으면 심을 수 있다”면서 “오히려 심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심어 놓은 것을 어떻게 길러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씨는 “나무는 심어놓으면 자라는 게 아니라면서 그 넓은 산을 일일히 찾아 가꾸는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이제는 국민들의 나무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목일을 맞는 임업 후계자의 감회는 희뿌연 황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