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힘은 문화에 있다. 한 도시의 저력은 문화 사업에 대한 비전 제시에서 알 수 있다. 문화를 빼고 역사를 얘기할 수 없듯이 문화 사업을 빼고 그 도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수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이 있는 빼어난 문화 도시다. 이 자체만으로도 수원시는 ‘문화 도시’로서 강력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수원시의 문화 사업에 대한 정책 배려는 사려깊지 못하다.중복 사업으로 예산만 낭비하고 또렷한 마스터 플랜이 없다. 수원시의 ‘문화 사업’에 대한 현주소를 조명하고 미래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글싣는순서]
1.비슷한 업무영역
2.무늬만 전문성
3.조직개편 시급
수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2개 박물관 사업과 최근 개관한 화성홍보관 사업이 중복돼 시민들이 ‘혈세 낭비’라며 비난하고 있다.
문화관광과는 역사박물관을, 화성사업소는 화성박물관과 화성홍보관 등을 완공했거나 추진 중으로 이에 따른 사업비만 수백억에 달한다.
수원역사박물관은 지난 2003년 5월 근당 양택동 선생의 서예유물 1천200점을 기증받으면서 같은해 8월 박물관 건립 종합계획을 수립한 뒤 건립이 가시화 됐다.
시는 2004년 10월 박물관 현상설계를 공모하고 다음해 2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1088-10번지 일대 약 1만1천838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모두 215억9천600만원을 들여 지난해 7월 공사에 들어갔다.
또 화성사업소에서 추진중인 화성박물관은 수원시 팔달구 매향동 49번지 일원에 약 7천여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모두 590억여원을 들여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큰 돈을 들인 박물관 2개가 과연 필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두개의 박물관을 합쳐 규모 있는 박물관을 건립하는 게 바람직 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수원시가 관광거점도시를 표방하며 추진하는 사업들이 오히려 시민혈세를 낭비하는 꼴이 되고 있다”면서 “과거 도문화의전당 완공 당시에는 너무 큰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 누가 그런 지적을 하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히려 큰 박물관에다 수원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는 게 수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관광코스 개발에도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수원화성홍보관은 사업타당성 검사를 하면서 화성사업소가 사용하는 게 검토 됐지만 무산됐다.
65억여원이 들어간 화성홍보관 사업은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팔달구 남창동 14번지 일대 약 380여평에 지어졌다.
지난달 25일 홍보관 개관 기념식에서 참여한 공무원들 조차 ‘과연 홍보관이 필요하냐’는 말들이 오가기도 했다.
화성사업소는 자신들이 사용해도 될 건물을 홍보관으로 사용하면서 화성사업소 건물을 또 지어야 할 처지다. 현재 사용중인 화성사업소는 화성행궁 복원을 위해 시가 사들인 건물로 화성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사라져야 할 건물이기 때문이다.
화성홍보관을 두고 화성사업소를 다시 지을 경우 수십억에 이르는 공사비는 고스란히 시민혈세로 충당돼야 한다.
이탓에 화성박물관 내에 홍보관을 마련하고 현재 홍보관을 화성사업소가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박물관 등 중복된다는 사업에 대해 일부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2개의 박물관은 역사성과 화성이라는 전문성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서로 별개의 것”이라며 “화성 홍보관에 대해서는 화성사업소에서 사용하는 것이 검토 되긴 했지만 홍보적인 측면을 강조해 화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추진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