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언론인클럽이 손학규 경기지사를 초청하여 오는 30일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이번 손지사 초청토론은 여러모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클럽이 생긴 후 처음이라는 것도 물론 그 중의 하나다. 하지만 보다 더 큰 관심사는 그 대상이 바로 손지사라는 데 있다. 손지사는 경기 지사로 취임한지 꼭 3개월을 넘기고 있다. 그것도 여느 지사가 아닌 1천만 도민의 절대지지 속에 당선된 민선지사다. 그 점에서 손지사와 향토 언론인들과의 이런 만남은 때늦은 감은 있으나 모두를 위해 잘한 일이다.
민선시대란 말할 것 없이 개방을 전제로 하는 대화의 시대다. 또 그 대화는 늘 도민을 상대로 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는 물론 일정한 틀 속에서 계획된 발표문과 사전 약속한 질문 속에 답변이 요구되는 무미한 대화였다. 그래서 그 시대를 가리켜 ‘제도권언론’시대라고 칭했다.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민주화시대는, 그러나 이런 획일성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자치시대에 접어들면서 지사로 대표되는 민선단체장들의 대화반경은 헤아릴 수 없이 넓어졌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 변화의 욕구와는 달리 관료집단 일각에서는 아직도 옛 관료주의 시대를 연상하리만큼 권위의 자락이 도사리고 있다. 입으로는 대화를 되뇌이면서 막상 자신의 문제로 다가서면 이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줄지 않고 있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관료사회의 이런 흐름 때문인지 민선장들의 변화 없는 언론의 외면 아닌 회피현상은 그래서 자치의 템포를 꽤나 더디게 하고 있다.
손지사의 이번 초청토론회를 반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솔직히 경기도지사로 손학규씨를 뽑은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민주화 투쟁의 경력 뿐 아니라 그가 젊은 시대부터 가꾸어 온 선진국형의 인격은 바로 이 시대가 바라는 지사상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손지사와 우리(도민)는 보이지 않는 간극이 싹트고 있슴을 감지했다. 우리와 함께 손을 잡고 끌고 갈 지사가 우리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었다. 바로 대화가 없는 데서 드리워지는 어두운 그림자임을 알았다. 우리 곁에 있어야 할 지사가 멀리서 들려오는 음성으로 우리를 어리둥절케 한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를 틀었다. 한 방송의 대담프로에서 갑자기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반가우면서도 잠시 나의 귀를 의심했으나 분명 손지사의 음성임에 틀림없었다. 본능적으로 반가웠던 마음이 잠시 지나고 이어지는 생각은 솔직히 서운한 마음 뿐이었다. 지방언론과는 취임 후 이렇다 할 공식 접촉 없이 덩치 큰 중앙언론만 상대한다는 것인가. 이런 의문의 교차 속에서 결론은 물론 손지사의 입장을 이해하는쪽에서 정리했다.
솔직히 손지사는 취임 초 본의와는 관계없이 이래저래 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언론의 입방아가 아니라 중앙언론사 중심의 행차(?)가 상대적으로 지방언론 폄하라는 빌미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의식적이던 아니던 간에 한동안 지역 활동을 극히 삼가하는 데서 오는 ‘지방 소외감’을 갖게 했다. 좋게 말하면 ‘우리의 지사’라는 데서 오는 애정의 표시라고나 할까, 말이다. 그러나 별소리 다해도 지방자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것은 지방언론이다. 이시대의 지방언론은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아무튼 손지사 취임 3개월을 맞아 경기언론인클럽이 주선한 첫 초청 토론자로 뽑힌 것은 도민과 함께 뜻 깊은 일이다. 또 말이 그렇지 이런 자리가 생각대로 쉽지도 않다. 이번을 계기로 손지사는 그 동안 불필요한 의혹을 깨끗이 씻어 내는 좋은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할말도 많고 들어야 할 민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분명한 것은 경기도 인구가 요 몇년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상반기 중에만 16만 명이 늘어나 1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2년 후면 서울 인구를 앞지른다는 통계청의 발표는 경기도정의 방향을 새롭게 재촉해야 할 단계에 왔다.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주거환경의 급속한 악화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토대에서 도민인 우리로서 지사에 대한 바람은 뭐니뭐니해도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일이다. 지방자치라는 취지가 그럴진데 손지사는 앞으로 4년을 내다 볼 수 있는 나름의 청사진을 이번에 내 놔야 한다.
그리고 큰 것만을 상대했던 지난날의 뒤안길에서 작은 것에 대한 삶의 뒷골목을 들여다보는 혜안도 중요하다.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얻는 지혜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1차 대전 이후 독일 경제가 어려웠던 시기에 현대건축의 새로운 방향을 개척했던 ‘미스 반 데 로헤(Ludwig Mies Van Der Rohe)’의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라는 격언을 새삼 생각나게 하는 소중한 토론시간을 바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