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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상대 죽이려는 것 정치 아닌 전쟁

‘무조건 이기자’ 전략 흑색전선 등 병폐 불러
미래 정확히 예견 대안제시 지도자 리더십 절실

 

오리무중이란 말이 있다. 깊은 안개 속에 들어서게 되면 동서남북을 가리지 못하고 길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무슨 일에 대해 알 길이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후한시대 장패라는 이름난 학자가 있었다.

 

그의 명성을 듣고 많은 권문세가들이 사귀기를 원해 방했으나 정치의 속성을 간파한 그는 그들의 집요한 요청을 마다하고 고립을 자처하며 홀로 고고하게 살아갔던 인물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의 완고함을 비웃었고 얼마든지 출세의 길과 호의호식이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초월하며 살아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게는 장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춘추, 고문상서 등에 정통한 학자로, 제자가 100여명에 이르고 이름 있는 학자들이 그의 문을 두드렸으며 세도가들도 그와 가까이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천성이 나서기를 싫어하고 조용히 지내는 성품이었던지라 두문불출하기를 좋아해 때 묻은 자들과 섞이기를 싫어했다.

 

조정에서는 그를 아껴 여러 차례 예의를 다해 관직에 등용하려 했으나 그는 신병을 핑계로 끝내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정치에 관여하면 아무리 고상한 인품을 가진 자라도 세속화되고 타락하게 된다는 지론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 거느리고 있는 문하생만 해도 100명을 웃돌았다.

 

게다가 전국 각처에 학식과 덕행이 높은 선비들을 비롯해 귀족, 고관대작들이 다퉈 그를 방문했으나 장해는 그들을 피해 고향으로 낙향하게 된다. 그러나 고향도 편히 쉴 곳은 못됐다. 지방장관이 그를 관리로 추천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를 좇아온 문하생과 학자들로 인해 그의 집은 저자를 이루다시피 붐볐다.

 

조용히 학문에만 전념하려 했으나 그럴수록 그의 명성이 더 커지자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고 더 이상은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는 도술에도 능통해 오리무를 만들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도술로써 사방5리에 안개를 일으켜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오리무중이다. 우리는 흔히 안개정국이란 말을 사용하는데 바로 오리무에서 나온 말로 시계제로(視界zero)의 혼미국면에 빠져 들어간 상태를 말한다.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천재적인 능력을 갖춘 장해는 오리무를 만들어 스스로 몸을 숨겼다는데 정치의 계절이 오면 우리 주변에는 왠 인물들이 그렇게 많은가? 본인의 의사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천거해 할 수 없이 출사했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지 말고 차라리 자신의 정치적 욕망이 커서 대권에 도전하게 됐다는 말이 솔직한 표현이 아닐까?

 

2007 대선을 앞두고 대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자신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외치고 있다. 자기만이 최고요,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기주의가 결국 이판사판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으로 적반하장일 때 필연적으로 이전투구가 일어난다.

 

아무리 잘 다듬어진 사람이라도 선거판에 뛰어들면 비방과 폭언을 서슴지 않고 말실수가 난무한다. 상대방을 모함해서라도 정상을 차지해보려고 혈안이 된다. 없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상대방을 죽이고서라도 그 자리에 올라서고 싶어 한다. 남을 죽이려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상대방을 제압하고 이기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선거 전략은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다.

 

왜들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까? 대선을 앞두고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패거리정치, 금권타락선거, 흑색선전 등의 망령이 살아날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지도자들이 각성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 정책보다는 상호비방에 열을 올리고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선거전략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잔칫집에 다녀온 주인이 하인들 배고픈 줄 모르고 잔치음식 실컷 먹고 왔으니 밥을 짓지 말라고 했다는 우화가 있다. 지도자는 국민들과 똑같이 갈증을 느끼고, 똑같이 배고픔을 느끼고, 똑같이 피곤함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나폴레옹은 ‘지도자는 희망을 파는 상인이다’라고 했고 루스벨트 전 미국대통령도 ‘이상이 없는 국민은 멸망한다’고 했다.

 

지도자는 정책으로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때 국민들은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런 지도자를 국민들은 갈망하는 것이다. 그런 지도자에게서 희망을 느낀 국민들은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며 현실 가능성과 구체적인 비전을 줄 수 있는 그런 지도자의 리더십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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