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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거짓말 관람 요강

신정아씨 고의적 거짓증언 농후
검찰 과학적 공상허언증 판단 귀추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를 중퇴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캔자스대학에서 학사학위와 경영학석사를 받고, 예일대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전 동국대 교수 신정아씨의 학력과 관련된 주장은 모두가 허구일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그녀의 미심쩍은 행적은 개인의 학력 수준을 넘어서 희대의 스캔들로 비화되고 있으며 많은 소시민들은 이같은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상식적인 보통사람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든 거짓말들을 계속 늘어놓았다는 점에서 정신과 전문의들은 심지어 신씨가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다고까지 언급한 바 있다.

공상허언증이란 무엇인가? 공상허언증이란 거짓말을 지어내어 떠벌리면서도 사실 그것이 거짓말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마치 진실인양 믿어버리는 증세이다. 즉 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인데, 정신의학적으로 보자면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경계선 인격장애, 자기애적 인격장애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씨의 경우 현실에 대한 균형감각을 완전히 잃을 정도로 허구와 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치밀하게 사람들을 속일 목적으로 용의주도하게 시나리오를 끼워 맞추고 적당한 피해자를 물색해 고도의 범죄행위를 계획했던 것일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들은 전자일 가능성보다는 후자일 가능성, 즉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된다.

신씨의 행각이 공상허언증 때문만은 아니라는 근거는 그녀의 공금횡령 여부와 귀국시 보여준 그녀의 태도로서 추정된다. 만일 신씨가 진정으로 공상허언증을 앓고 있는 정신과 환자였다면 그녀는 애초에 횡령이라는 계획적인 행위를 범하지도, 추후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일부 범죄사실을 우선적으로 인정해버리는 유리한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까지 본인 역시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는 있으나 이는 자신의 책임여부를 가능한 줄여보고자 하는 극도로 현실적인 방어기제에 불과한 것이지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과적 증상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다.

공상허언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은 일반인들이 거짓말을 할 때 보이는 일반적인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알데르트 브리지(Aldert Vrij)라는 심리학자는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행동징후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거짓말을 하는 자들은 감정적인 흥분을 하며 이와 같은 감정적 흥분은 말하는 방식에 반영된다고 한다. 이들은 거짓말 할 때 평상시보다 목소리를 더 높이며, 말 속도는 느려지고, 중간 중간에 끊어서 말을 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간혹 말실수도 한다고 한다. 반면 모든 주의를 거짓말 하는 데에 다 쏟아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이나 팔, 그리고 다리나 발의 움직임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는 거짓말을 탐지해낼 수 있는 17가지 지표를 정리해 ‘Detecting Lies and Deceit’라는 책을 출간했다.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은 누구라도 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처리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원리는 행동적인 특성에도 나타날 뿐 아니라 뇌의 정보처리 기능상에도 나타난다. 뇌파를 활용하는 최근의 거짓말 탐지기법은 브리지 박사의 행동지표보다 학계의 인정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이 방법의 핵심은 주요한 정보가 제시된 이후 300msec가 경과했을 시 나타나는 뇌파의 움직임으로 거짓말 여부를 탐지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신씨의 거짓증언은 검찰에서 진위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만일 신씨의 거짓말들이 거짓말 탐지기법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신씨는 공상허언증 임에 틀림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모두가 거짓말의 징표를 나타내게 된다면 신씨는 고도로 치밀한 계획에 의거하며 거짓 시나리오를 제작·운영한 철면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과학적 사실을 입증해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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