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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황색신문’의 저널리즘

‘안마시술소의 지혜’ 李 후보 신씨 누드사진 보도 문화일보
큰 신문 ‘우민화 보도’충실 후진적 정치·문화수준 씁쓸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의 아프간 피랍사태가 해결되자 이번에는 난데없는 ‘인생 지혜론’과 ‘여자 나체 사진’이 입줄에 오르내린다. ‘인생 지혜론’을 편 사람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이고, ‘여자 나체 사진’을 실은 신문은 노란 종이신문 문화일보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대선 정국의 화제치고는 격이 떨어지는 것들이다.

이명박 후보는 당 후보가 된 뒤인 지난달 28일, 시내 모처에서 서울 시내 큰 신문사 편집국장 10명가량과 술자리를 가졌다(오마이 뉴스). 선거에 큰 도움을 줄 사람들이다. 이날 이 후보는 이들에게 이른바 안마시술소를 이용하는 ‘인생 지혜’를 가르쳤다. 교회 장로인 그가 폭탄주를 마시며 한 말은 “안마 시술소를 가면 얼굴이 예쁜 여자는 고르지 말라. 예쁜 여자는 남들이(먼저…). 그러니 못생긴 여자를 골라라”였다. 노련한 기자들인 이들은 술 얻어 마신 탓에 침묵했다. 지난 2004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관련 발언’ 때는 그렇지 않았다. 이 후보의 발언은 누군가에 의해 밖으로 샜고, 여성계 등은 ‘여성 비하’ 발언이라며 발끈했다. 곧 입장을 밝힌다고 한다.

문화일보는 지난 13일, 어떤 문화계의 원로 집에서 가짜학위 사건의 주인공 신정아 씨의 ‘누드 사진’ 두 장이 발견됐다며 이 사진들의 중요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보도했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조선·동아’를 비롯한 많은 종이 매체들이 일제히 문화일보를 비난했다. 황색신문(Yellow Paper)의 극치라는 것이다. 편집국장 이용식씨는 서울신문에서 한겨레신문으로, 다시 문화일보로 자리를 옮긴 노련한 기자이다.

고 정주영씨는 지난 1992년 현대 그룹의 재력을 기반으로 제14대 대통령에 도전하면서 문화일보를 창간했다. 이 신문을 선거운동에 써먹기 위해서였다. 그를 추종하던 당시의 이명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을 택하는 대신, 이회창씨의 신한국당으로 가버렸다. 주군에 대한 배신이었다. 정주영은 대선에서 실패했지만 그가 창간한 신문사는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 신문들은 모조리 상업주의를 표방한다. 그러나 아무리 상업지라 해도 보도에는 언론 윤리를 준수할 의무가 부여된다. 문화일보는 ‘조선·동아’를 능가할 만큼 보수적이고, 반노무현 지향이다. 문제는 보수적이다가 아니고, 언론의 정도이다. 이 신문은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알몸 사진이 신정아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비한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용식 편집국장)”라며 사진 게재를 강행했다. 신씨는 나체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사진이 합성으로 밝혀진다면 신문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황색신문(Yellow Journalism)이란 인간의 불건전한 감정을 자극하는 범죄, 괴기사건, 성적 추문 등을 과대하게 취재, 보도하는 신문의 경향을 말한다(두산세계백과). 미국에서 1889년 J.퓰리처가 ‘뉴욕 월드’ 일요판에 황색의 옷을 입은 소년 ‘옐로 키드’만화를 연재했는데, 경쟁지인 W. R. 허스트의 ‘모닝 저널’이 ‘뉴욕 월드’의 만화 팀을 빼내다가 똑같은 ‘옐로 키드’를 연재하자 노란 옷의 소년끼리 너무 선정 경쟁을 한다 해서 생겨난 이름이 황색신문이다. 문화일보는 이번에 한국의 대표적 황색신문이 됐다.

대선 정국에서는 한국 언론들이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지만(독자 유지 때문), 기사 내용이나 편집 기술 또는 기사 반복 등의 방법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배제한다. 보수신문은 ‘변양균· 신정아 사건’이란 호재를 만났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맥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재료이다. 검찰 수사가 늦어지면 더 좋다. 날마다 변양균과 신정아를 돋보이게 만들면 이 후보는 검증 벼락을 피할 수 있다. 동업지인 ‘문화일보 비판’도 같은 논리에 속한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대단히 성공했지만 정치 문화는 후진국 수준이다. 종이 신문 시장을 독식하다시피하는 몇 개의 큰 신문이 ‘우민화 보도’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문화일보가 여론의 비난을 각오하면서까지 나체 사진을 게재한 데는 다분히 정치적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범여권 대선 후보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차단하자는 의도일 수 있다. 그래서 나체 사진 사건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를 거부하는 것이다. 언론이 독자를 깔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못난 독자가 많다는 뜻이다. 노란 종이신문이 없어진다면 이는 전적으로 독자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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