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은 무심해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바람결이 제법 싱그럽다. 때맞춰 경향 각지에서는 이런저런 축제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축제 가운데 정작 시민들이 열광하고 환호하는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시민들의 지적을 받는 축제도 상당수 있다. 행사 구성과 내용이 거의 비슷해 지역만의 특성이 드러나는 축제의 독자성을 발견하기도 어렵고, 동시에 같은 지역에서 성격이 다른 축제가 열릴 만큼 공급이 넘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료 공연에 익숙해진 시민들이 극장의 유료공연에 무관심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갖게 된다.
기초단체의 경우 극장다운 극장이 생긴지 불과 10여년도 채 안되는 상황이라서 아직 극장 관람문화가 생활화되지도 않았고, 문화감수성 훈련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축제의 문제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것은 전국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얼마 전에는 도에서도 축제를 축소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단순 소모적인 1회성 행사는 당연히 폐지돼야 마땅하다. 정례적으로 행해지는 행사라도 경쟁력 없는 행사는 명분에 관계없이 과감하게 개혁돼야 한다. 그러나 비록 시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가 없더라도 문화적 가치가 있는 행사는 섬세한 배려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의 욕구와 니즈 사이에는 언제나 틈새가 있기 마련이다.
시장 논리대로 다수 시민의 기호만을 쫓아 대중적 프로그램에 치우친다면 소수의 시민이 즐겨하는 고전이나 순수예술은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시민들이 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야말로 사회를 향상시키는 동력임을 확신하고 예술축제에 대한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
‘상파울루 문화축제’는 공연예술축제로는 브라질 최대 규모의 행사다. 공식 명칭은 비라다 쿨투랄(Virada Cultural)인데 ‘문화를 뒤집는다’ ‘문화를 돌린다’는 뜻이다. 계절이 뒤바뀌는 시기에 열린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브라질하면 리우 카니발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축제 역시 공연예술축제로는 브라질 최대 규모의 행사다. 매년 5월 전후에 딱 하루 열린다.
짧고 화끈하게 단 하루 24시간에 뮤지컬 연극 서커스 댄스 등 350여 개 작품을 올린다는 확실한 콘셉트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 25만명을 포함, 내·외국인 300만명이 이 축제를 즐긴다고 하니 창립 3년째의 공연 축제로서는 획기적인 성과다.
대개의 축제는 지명도 높은 예술단체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초청되느냐에 따라 권위가 결정된다. 즉 축제에 참가하는 예술 단체가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수준이 돼야 성공한 축제로 대접받을 수 있다.
그러나 축제의 또 하나의 기능은 대중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신진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견본시로서의 역할이다. 아비뇽,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나, 홍콩 프린지페스티벌에서 평소 선호되지 않는 레퍼토리를 골라 연주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이다.
지난주 경기문화재단이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모처럼 마련한 굿 음악제는 바로 이러한 세계적인 축제처럼 성공할 수 있는 모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출연자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시민통합이라는 축제의 본령을 증명해보인 한마당으로, 특히 자정 무렵 벌어진 김매물 만신의 황해도 굿은 열광의 절정을 이뤘다. 이후 풍물패의 놀음에 취해 생판 모르는 사람끼리 활짝 웃으며 마구 흔들어대며 춤에 열중하는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었다.
이번 축제를 성공하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각 장르를 대표하는 절정고수들의 탁월한 기량이 관객을 매료시킨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성과는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 자세였다.
무슨 거창한 예술을 감상한다기보다 오후 2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벌이는 한판 마당을 어느 누구의 눈치도 의식하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 아마도 자리를 함께 한 모든 이들은 깊은 인상과 함께 오래도록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