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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능계 취업난 공립예술단 의존 문제

예비예술가 수요↓공급↑
지방공연서 능력 개발 권유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진로 문제로 당사자들은 물론, 부모와 학교 선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 예술 전공생들은 애당초 취업의 기회가 제한적이어 어려움이 더 크다. 예술이라는 한정된 교육시장과 공연시장이기에 취업을 지도하는 교수들은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취업 100%를 자랑하는 대학의 연극학과가 있지만 이는 극단에 입단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취업으로 간주하는 셈법이기에 별 의미가 없다.

예능계의 취업난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연극이나 무용, 미술, 음악 등 모든 장르마다 해마다 쏟아내는 졸업인구에 비해 일자리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 유학파에서 대학원 석·박사에 이르는 넘치는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그저 대학만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내놓는 것이 국가와 교육부의 정책적인 개선과 노력, 그리고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원론적인 처방은 그 자체가 구체적이지 못하다. 예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리가 없는 상황이기에 일자리 부족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능계 출신의 취업난은 사실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의 선배나 동기들을 둘러보면 국공립 예술단 오디션 준비부터 임용고시, 대학원 진학 등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보지만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그래서 진로를 바꿔볼까도 생각해보지만 인생의 전부를 차지하던 전공을 버리면 미련이 남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앞서 시작조차 쉽지는 않다.

1960년대 초 사상계라는 잡지가 있었다. 이 잡지는 1953년 4월 장준하 주재로 창간된 월간 종합교양지다. 당시 잡지에 실린 전광용의 크라운산장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오래 전에 읽어 상세한 기억은 없지만 줄거리는 이러하다.

당시 직장다운 직장이 몇 없어 은행이 유일하게 번듯한 직장이던 시절, 음대 출신의 주인공은 은행에 들어가 남다른 노력으로 출세를 거듭해 중역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주인공은 젊음을 바친 바이올린을 잊지 못해 어느 날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크라운 산장이라는 클럽의 밤무대 악사로 다시 나선다는, 얼핏 공감하기 어려운 결말이지만 이해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무용이든 음악이든 평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선택한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생계를 위한 우회로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능계 출신들은 스스로 공연시장을 넓히려는 치열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한정된 교육시장, 즉 교수나 교사 그리고 레슨에 의존하려는 예비 예술가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향후 국공립예술단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게 분명한데 오디션에만 매달리는 것도 무모한 노릇이다. 공연예술 본령인 공연시장 확충으로 새로운 진로를 발견하기를 권유하고 싶다.

 

예를 들어 아주 작은 도시를 거점으로 무용단이나 극단을 만들어 지독한 훈련을 거쳐 우선 주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 여세를 몰아 중앙무대에 진출하고 그리고 해외시장을 넘보자. 궁극적으로 기존의 국공립무용단과 경쟁해 당당하게 살아남자.

이제 어지간한 시·군에는 번듯한 문예회관이 있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립예술단을 확장하기에는 예산상으로 어려움이 있다.

상주단체 혹은 입주단체라는 느슨한 방식으로 우선 입지를 만들고 지방공연시장을 키우자. 그래서 극장문화 체험이 이벤트가 아니라 평소 일상생활과 대통합을 이루고, 마침내 예술이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을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일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겠는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일생의 직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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