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축을 키워온 이래, 주변의 환경조건, 질병발생, 시장의 수요, 사회적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요인의 변화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품종 집단이 형성됐다. 이러한 품종은 특정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육되면서 그 지역의 재래종으로 인식돼 왔다. 재래종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더 잘 개발되기도 하고 멸종되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의 약 5만여 척추동물 가운데 가축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는 것은 약 40종뿐이지만, 가축이 제공하는 가치는 식량농업 전체의 약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천년 전 축화된 가축은 지난 100여년 동안 산업화에 적합한 형질을 갖고 있는 소수의 품종으로 사육이 집중되면서 많은 품종이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보고된 가축 34종 7천616품종 가운데 9%는 이미 멸종됐고, 20%는 멸종위험 상태에 있다고 한다.
2003년도 13개 축종에 대해 실시한 전국적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65품종의 가축 유전자원이 사육되고 있으나 12종은 멸종위험품종이고 19종은 희소품종으로 전체 품종의 약 48%가 적극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래품종은 6축종에 10품종이 존재하고 있으나 한우(황우)와 흑염소를 제외하면 대부분 희소하거나 멸종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재래닭은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15계통 이상이 확인되고 있지만 동일한 품종으로 취급되고 있어 품종특성을 잃어버릴 위험도 안고 있다.
우리나라 재래가축을 멸종위험에서 구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축산연구소가 2004년도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설치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일로서 가축유전자원에 대한 국가관리체계 구축, 적정 유효집단규모의 확보, 중복보존, 멸종위기 구조제도 도입, 생식세포 동결보존 등이다.
생물다양성협약 이후 유전자원은 국가적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가 보존·관리의 책임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인정되고 있다. 재래가축과 같이 중요한 유전자원에 대해서는 국가관리의 책임이 더욱 무겁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축유전자원의 국가관리체계 구축이 우선 추진돼야 하는 과제가 됐다.
이 방안은 관련 기관간 네트워크 구축, 관리기관 지정 및 운영,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재래가축은 개별 집단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그 유전적 특성을 잃어버릴 위험이 매우 높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교배군을 적정 유효집단 규모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집단화시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복보존은 오랫동안 유전자원 보존의 원칙으로 인식돼 왔다. 생축 위주로 보존되고 있는 가축유전자원의 중복보존은 많은 비용을 수반하지만, 악성 질병이 빈발하는 요즈음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하게 와 닿는다.
멸종위기에 들어서면 그 품종은 유전적 특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멸종위기의 상태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육지원과 아울러 이동감시, 도축제한 등 증식을 유도하고, 개체수의 감소를 억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가축유전자원을 보존하는 방법은 수정란을 포함해 정자, 난자 등과 같은 생식세포를 동결해 보존하는 것이다. 축종별, 세포종류별로 동결에 대한 세포의 반응이 크게 달라 기술적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아직은 일부 축종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동물의 어떤 종이나 품종이 일단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그것은 영원히 복원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전자원의 보존은 일종의 생물학적 보험이라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악성질병이나 천재지변의 발생, 그리고 수요자의 기호변화 등 미래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