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방에서 칩거하며 장고를 거듭한 결과가 결국 ‘출마’로 이어졌다.
이 전 총재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그동안 고민해왔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털어놨다.
이 전 총재는 출마 배경을 설명하면서 “보수 세력의 분열이 아닌 ‘보완’”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결국 보수진영을 갈라놓는 ‘분열’로 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었다.
이런 우려를 이 전 총재는 ‘보완’이라는 말로 갈무리 했다.
자신의 뜻에 동조하지 않는 보수진영을 자극하지 않고 동조하는 세력들에 대한 신념을 줄 수 있는 고민의 결과물로 보여진다.
이 전 총재는 또한 지금이 ‘혈혈단신’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던 96년으로 돌아가는 시점으로, “모든 것을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정치계에 첫 입문할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이번 대선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자신이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울타리에서 안주해 초심을 잃어버린 결과, 그동안 2번의 고배를 마셨다는 반성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이 험난한 가시밭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결국 정권교체가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매듭짓고 있다.
이 전 총재는 남아있는 한나라당원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는 말고 빼놓지 않으면서 “동지 여러분의 돌팔매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동지에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인간적인 면을 드러낸 부분이다. 자신이 번복한 뜻에 대해 어제의 동지가 질타를 하면 달게 받겠다는 말이다.
결국 ‘살신성인’해 내 한 몸 희생하면서라도 대선을 향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옮겼다.
자신이 97년 11월 창당한 한나라당을 떠나는데 대한 지난 동지들의 질타 또한 감수하겠다는 것은 대선에서 여론과 상대 후보들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이 전 총재는 당원들에게 “저의 충정을 이해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며 우리가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란다”며 자신과 뜻이 맞는 당원들과의 조우를 기대했다.
이 전 총재의 고민은 결국 ‘살신성인’으로 이어져 ‘구국’의 의지를 담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