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2 (월)

  • 흐림동두천 3.2℃
  • 흐림강릉 4.8℃
  • 서울 5.1℃
  • 대전 5.6℃
  • 대구 6.9℃
  • 울산 7.1℃
  • 광주 7.3℃
  • 부산 7.8℃
  • 흐림고창 6.7℃
  • 제주 11.7℃
  • 흐림강화 3.7℃
  • 흐림보은 4.8℃
  • 흐림금산 5.2℃
  • 흐림강진군 7.2℃
  • 흐림경주시 7.3℃
  • 흐림거제 7.9℃
기상청 제공

[문영희칼럼] 여론조사의 마술에 넘어갈 것인가

언론-기업, 특정후보 지지조사참고 결과 현혹 말아야

 

어느 나라나 선거철이면 과학적(?)인 여론조사를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1987년 대선 이후 대선 후보들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언론 보도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란 것이 고작 1천명 안팎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되는데 이를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것이 다른 유권자들의 입장이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적이 없는 유권자로서는 곤혹스러운 필요악(必要惡)인 셈이다. 도깨비 장난 같은 것이다.

여론(輿論)은 흔히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특정 화제에 대해 표명하는 의견, 태도, 신념의 총체’라고 하는데 이를 정확하게 무엇이다라고 한 마디로 정립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여론의 연구에 접근하고 있는 학자들의 방법론적 다양성과 이 현상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여론을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소산이라는 관점에서 논의한다. 즉 여론은 특정 문제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신문, 라디오, TV 같은 대중매체와 대면토론을 통해 의사교환을 하는 사이에 이뤄진다.

여론조사 결과라는 것이 이처럼 애매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여론을 좀더 사실에 가깝게 알아보려는 노력은 중요한 일이다. 요즘은 여론조사 기법의 발달로 여론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옛날에는 신문사들이 주로 여론조사를 담당했다.

여론조사가 대통령 선거에 처음 도입된 것은 1824년 미국 지방지인 헤리스버그 펜실바니언과 롤리 스타가 공동으로 퀸시 애덤스와 앤드류 잭슨 등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상투표(紙上投票)의 실시였다. 독자에게 우편엽서를 보내 답장을 집계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더 많은 응답을 얻어내기 위해 경쟁이 치열했는데, 1932년 잡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무려 2천만 가구에게 엽서를 보내 300만장의 답장을 얻은 적도 있다. 이 결과는 당선자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득표율을 1% 오차로 맞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합법적으로 여론조사가 도입된 것은 1987년 선거 때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여론조사 자체를 금지했었다. 독재자들은 도전자들이 여론조사를 통해 등장하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 대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취미 삼아 의견을 묻는 것마저 문제를 삼았다. 당선자가 미리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2007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론조사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크고 작은 여론조사 기업들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후보나 지지자들은 결과 보도를 접하고 일희일비한다. 유권자들 또한 이를 추종한다. 집단적 ‘무개념 현상’이 대선 정국을 뒤흔든다.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인데도 말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비판이 학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고려대 통계학과 허명회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선거 여론조사의 위기론’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전화여론조사 방식으로는 내년부터 정확한 선거 예측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만큼 부정확하고 오류가 많다는 것이다. 선거 환경은 갈수록 변수가 많아지는데, 여론조사 기법은 19세기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화여론조사의 문제들을 지적한 주장이다.

전화여론조사는 일반적으로 유권자를 지역, 성, 연령, 직업별로 강제 할당해 1천명 단위로 응답을 끌어낸다. 허 교수는 바로 이 방법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응답자 가운데 가정주부 비율이 32.1%로 특정계층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응답 거절률이 47.1%(작년 5월 지방 선거의 경우)인 것은 객관적인 표본추출에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또 국내 전화번호 등재율이 57.2%에 지나지 않는데도 여기서 1천명을 선택한다는 것은 조사가 정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요즘 대선용 응답률이 10% 안팎임에도 이를 공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응답률이 30%이하이면 공개를 하지 않는다.

언론사들은 대개 어떤 특정 여론조사 기업과 계약을 맺고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질문하는 내용도 서로 상의해 결정한다. 설문의 내용이나 방식에 따라 응답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언론들은 이 같은 무책임한 여론조사 결과를 특정 후보 지지쪽으로 유도하고 세뇌하려는데 이용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정당이나 후보들의 정책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만다. 1987년 이후 대선이 줄곧 정책선거를 벗어나 후보에 대한 인기투표 형식으로 변질된 것은 다 여기서 비롯된다. 도깨비 장난 같은 여론조사의 마술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유권자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그냥 참고만 할 일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