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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가는 인생~ 어허야~ 亡者는 가도 그 노래는…

이시대 마지막 상두꾼… 과천 이태종씨

 

세월이 흐르면 변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어릴 적 놀이가 슬며시 자취를 감추고 우리들 마음까지 푸근하게 했던 온갖 풍물들이 소리 없이 흔적을 감춘다.

예전 시골에서 흔히 보았던 상여행렬도 그 중 하나다.

동네 어귀를 돌아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망자를 애도하는 선소리꾼의 만가(輓歌)가 구슬피 울려 퍼지는 풍경은 이젠 좀체 볼 수가 없다.

과천 갈현동 문원리에서 18대째를 살아온 이태종(69)씨는 고장에서 몇 명 남지 않은 상두꾼이다.

“상여소리를 하는 마을 노인들이 떠나갈 때마다 뒤를 이을 사람이 없어 점점 그 맥이 끊어져가지요. 요즘 젊은이들이 따분하게 상여소리를 배우려드나요”

지난 25일 저녁식사를 겸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아쉬움을 말허두로 잡았다.

생면부지인 첫 만남에서 받은 그의 인상은 텁텁한 막걸리를 질박한 뚝배기에 담아 한잔 나누고 싶어질 정도로 정감이 넘쳤다.

이씨는 상여소리를 정식으로 배우진 않았다.

작고한 선친이 선소리꾼으로 동네 초상이 나면 여기저기 불려 다녔고 코 질질 흘리던 시절, 멋모르고 중얼거린 장단과 가사를 장성해 본격적으로 익혔다.

상두꾼은 42세 때 동네 어르신의 유고로 적임자가 없자 “어이 자네가 해보게”란 권유로 얼떨결에 맡은 것이 시발점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그때 잘했는지 인근 마을에도 해달라는 주문이 넘쳤지요. 지금까지 몇 번 했냐고요. 그걸 어떻게 기억해요. 장부에 일일이 적어놓는 것도 아니고…”

두어 순배 술이 돌아갈 즈음 소리를 부탁하자 술상을 북으로 삼아 장단을 맞추며 구성진 가락이 뽑아져 나왔다.

“어~허 어허~야 어허리~넝차 어허이야. 간다간다. 너를 두고 어딜 가니. 불쌍하고 가련하다. 빈손으로 나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하 생략/ 어~허허 허허야”

신명이 난 듯 그는 달고질 소리로 단숨에 내닫는다.

“에헤이 달궁, 간다간다. 너는 간다. 먼데 있는 사람 듣고도 좋다. 가까운 사람 보기도 좋다”/이하 하략/

전문가 못잖은 솜씨를 가졌음에도 그는 체계적으로 배운지 못한 것을 탄했고 후진양성에 뜻이 없느냐는 질문에 “에이 실력이 돼야지”란 단답이 돌아왔으나 얼핏 배울 사람이 없어 서운한 표정이 스쳐갔다.

이씨의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얼마전만해도 갈현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꽹과리와 장구, 징 등 6개 악기로 치는 경기가락을 주민들에게 가르쳤고 과천나무꾼놀이에선 상두꾼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새마을지도자로 자연보호명예감시관으로 방범위원으로 다방면에 걸쳐 40여년 넘게 한 지역봉사는 대통령상, 국무총리, 경기도지사 등 각계각층으로부터 받은 상장과 표창장, 감사패가 대변해주고 있다.

남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온 그는 자신이 그 말을 해줄 사람은 최근 병석에 누운 아내를 들었다. “정말 고생 많이 시켰어요. 나는 남의 일봐준다고 뛰쳐나갈 때 군소리 한마디 없이 험한 농사일과 가사를 도맡아 했고….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미안할 따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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