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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 구속된 ‘허경영’ 에 등돌린 네티즌

실천하기 어려운 각종 공약 ‘국민 미혹 우려’ 영장 발부
선거 공약은 유권자의 판단 다툼의 여지 있는 법적개입

 

지난 대선에서 일부 극성 네티즌으로부터 ‘허 본좌(本座)’라는 애칭을 받았던 18대 대통령 후보 허경영씨가 지난 23일 구속됐다. 허씨는 한때 일부 네티즌의 우상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본좌’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본좌’는 중국 무협지 등에 자주 나오는 말이다. 어느 특정 세계의 ‘훌륭한 우두머리’를 말한다. 이제 ‘허 본좌’는 네티즌에게서 멀어졌다.

그의 두 번째 대선 도전은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지율은 전보다 크게 늘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허씨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하는 것은 정치탄압”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허씨가 내걸었던 대선 공약은 방황하는 일부 젊은 네티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결혼 수당 1억 원과 출산 수당 3천만원 지급 등등.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세태를 걱정하는 나머지 제시한 공약인데, 설사 그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실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9만6천756표(0.4%)를 얻었다.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의 16만여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군소 후보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표였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 때의 득표수 3만9천여 표보다 2.5배 가까운 지지인 셈이다.

그의 대선 공약은 늘 혁명공약 같은 강렬한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 15대 대선 때의 공약도 국회의원 긴급체포, 불효자 전원 사형, 군 복무기간 6개월 단축, 사회 지도층 3천명에 대해 법정 처벌 후 전원 사면함으로써 사회 대통합 등이었다. 그러나 절대 다수 유권자는 황당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이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허경영 후보는 자신과 박정희를 결부시키려 애썼다. 그래서 당명도 ‘경제공화당’이다. 박근혜씨와의 혼담설도 퍼뜨렸다. 그는 박정희 사후, 실종된 정치의 부활에는 웃음이 양약이라고 믿은 모양이다. 선거공약을 웃음으로 채웠다. 이 점이 감동적이라며 일부 네티즌은 열광했다. 대중매체들도 선거 이후 앞 다퉈가며 그를 초청했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했던 서울 남부지법 김선일 판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선거에 이용한 사실 등이 소명됐고, 허씨의 경력이 과장이라는 의심이 들며, 개인 능력을 과대 포장해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특히 올 총선에서 국민을 미혹해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 “고 봤다.

판사의 영장 발부 사유 가운데 ‘국민을 미혹할 위험성’ 부분은 법률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 바꿔 말하면, ‘혹세무민’한다는 뜻이다. 허씨가 올 총선에서 또 ‘국민을 미혹할 우려’가 있다는 사법부의 판단은 너무 앞서간 듯하다. 만일 그렇게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면 차라리 정신 감정을 의뢰했어야 옳다. 선거는 공약을 내걸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행위이다. 민주사회에서는 법관이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

허씨의 인기를 지난 15대 때보다 한 단계 더 높게 띠운 세력은 새롭게 등장한 네티즌이다. 대선 무렵, 네티즌 사이에서는 ‘허 본좌’와 ‘빵상 아줌마’가 인기 검색어 1위였다. ‘빵상 아줌마’는 부산에서 철학관을 운영하는 기 치료사인데, 케이블 TV 등에 출연해 우주어(宇宙語)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물론 그 여인의 치료에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

허경영 씨와 ‘빵상 아줌마 황선자씨’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믿기 힘든 이야기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 특히 허씨의 ‘눈빛’이나 황씨의 묘한 웃음과 이색적인 언어는 특이하다. 그래서 일부 네티즌은 그들을 사기꾼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놀이와 오락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네티즌 스스로가 난해한 단어를 만들어 국어를 혼란시킨다는 점에서 보면 이들과는 서로 유유상종의 관계이다.

한국 사회의 젊은이는 요즘 어떤 일에 열광하는 현상이 가끔 나타난다. 역동적이라서 좋은 측면도 있지만 깊이 있는 성찰이나 배려가 없는 행위는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들은 실제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별하지 않는다. ‘허 본좌’가 구속된 이후 그를 찾는 네티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염량세태를 보는 듯하다. 젊은 네티즌이 정치 허무주의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무개념’ 세대라는 질타를 받는다. 다 기성세대의 책임인데 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마땅한 철학이 없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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