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자년 초입부터 국민 화두는 ‘영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인수위원회가 ‘영어불’을 질러놓음 때문이다. 처음에는 학교 수업이 온통 영어로 진행될 듯 하다가 불길이 잡히면서 ‘영어는 영어로 수업(Teaching English in English)’수준으로 잦아들고 있다. 혁명정권이 아닌데도 교육정책을 혁명하는 식으로 바꾸려 한다. 이것은 위험하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장은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다.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학자이자 정치권을 넘나드는 이른바 폴리페서(Polifessor)이다. 온건 보수적 가치관과 영어 중시는 이 당선인과 코드가 맞는 모양이다.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24일 “오는 2012년부터 모든 고교생들은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 그리고 농어촌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일반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식 교육(English Immersion Teaching)을 시범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나중에 거두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대기업 CEO출신이다. 30대 젊은 나이에 대기업을 맡아 공사 수주를 위해 세계를 누비며 살았다. 영어는 그의 사업상 필수 언어였다. 그의 경영능력은 높이 평가되었다.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던 유권자는 지난 대선에서 그를 압도적 표차로 지지했다. 그가 경제를 살려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안달이다. 지지자들은 ‘경제와 영어’의 관계를 잘 몰라 어리둥절하다.
영어 광풍은 80년대에도 불어온 적이 있다. 당시 대통령 전두환은 81년 6월 25일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온다. 그는 “우리보다 못사는 동남아에 가보니 그 사람들은 중학교만 나와도 영어를 유창하게 하더라”며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그는 한국외국어대를 방문, “ 그 동안 우리 영어 교육이 잘못됐다. 실용영어를 가르쳐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동남아 국가들은 대부분 영국 식민지를 거친데다 다언어 국가이다. 언어통일을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제국주의는 우리말을 없애려고 몹시 광분했었다. 그러나 학교에서만 없어졌지 가정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일부 지식인을 빼고는 중국말을 배우지 않았다. 중국에 갈 때는 국경에서 역관을 고용했다. 역관이 거북할 때는 필담으로 대화를 했다. 물론 필담이 옳거나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한자는 필수이지만 중국어는 필수가 아닌 사회였다. 그래서 발전이 더뎠을 수도 있다.
지금 달러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세계는 일본과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인은 영어를 잘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인 또한 영어를 잘 쓰지 않는다. 일본어는 우리말처럼 교착어다. 영어와 어순이 달라 여간 노력하지 않으면 습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어는 영어처럼 강세어다. 어순도 거의 비슷하다. 그래도 중국인은 영어를 배우려 애쓰지 않는다. 자국어는 그 나라의 혼이 담긴 문화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바꾸는 것은 혼을 빼앗는 것이다.
인수위원회가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방침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것은 대학 서열화이다. 일류대학에 가기 위해서 사교육으로 영어 교육을 보충한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무려 연간 1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영어 공교육 강화를 통해 학부모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방침은 환영한다. 그러나 대학 서열화를 혁파하는것이 먼저이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는 대학 서열화는 없다. 오직 전공분야에서만 존재한다.
국내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지도하는 데이비드 킴(30. 미국인)은 “어떤 한국인들은 나보다 더 많은 영어 단어를 알고 있다. 그러나 회화 실력은 실망이다”라고 말한다. 더구나 “한 반 30~40명의 규모로는 회화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학급의 학생 수를 줄이는 일과 영어 수업시간을 늘리는 일은 모두 예산 부담과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른다. 국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영어만 잘한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대통령 뽑았더니 교육 쿠데타가 일어난 것 같다는 말이 떠돈다. 영어 공교육 강화는 바람직하나 먼저 국민적 합의를 거칠 일이다. 자칫하면 영어 사교육비가 도리어 급증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의 각종 정책을 바꾸려 할 것이다. 경제 정책은 시각이 다르니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어문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영어는 세계화 시대에 꼭 필요하지만 외국어인 것은만은 분명하다. 모든 국민에게 강요할 일은 못된다.







































































































































































































